배터리 교환 오토바이 들불처럼···나스닥 오른 대만 유니콘 고고로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대만의 한 회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해 화제다. 오토바이(스쿠터) 제조업체이자 세계 최대의 오토바이 배터리 교환 시스템 업체인 고고로(Gogor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어느새 교환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의 사실상의 표준이자 선도적 고속 전기 스쿠터 제조업체로 부상했다. 이 흐름에 애플 아이폰 최대 조립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가세해 고고로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로 했을 정도다. 이 흐름은 올 가을 일본 빅4 오토바이 업체들의 전동식 2륜차 배터리 교환 서비스(Battery as a Service) 시작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만업체 고고로가 시작해 인기리에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로 번지고 있는 오토바이용 배터리 교환 시장의 흐름에 대해 알아봤다.

나스닥에 오른 세계최대 오토바이 배터리 교환 시스템 업체 '고고로'

지난 5일 나스닥에 입성한 세계최대 2륜차 배터리 및 교환 시스템 업체 고고로. (사진=고고로 트위터)

2011년 설립된 고고로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초기 투자자로 내세워 대만의 대표적인 e-스쿠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2년간은 이들 시장에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고 마침내 인수목적회사(SPAC)인 포에마글로벌홀딩스(Poema Global Holdings Corp PPGH)와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했다.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의 전기차 플랫폼은 다양하지만, 고고로는 초기 시장 진입, 다른 오토제조사의 광범위한 채택, 이 회사 배터리 교환 시스템의 사용 편의성 때문에 사실상의 표준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상징적인 녹색 배터리는 각각 약 1.7kWh 용량이며, 수십여 종의 독특한 전기 오토바이와 스쿠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륜차 탑승자는 고고로의 고스테이션(GoStation) 배터리 교환망을 통해 방전된 배터리를 단 몇 초 만에 새로 충전된 배터리로 쉽게 교체함으로써 기존의 이륜차 충전 및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고스테이션과 여기에 보관된 배터리는 비상 정전 상황 발생시 해당 지역에 백업 전원을 제공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정전사태 발생 시 며칠 동안 탑승자가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도록 자체 전원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올들어 100만번째 교환식 배터리를 출시한 데 이어 나스닥 상장을 앞둔 지난 달에는 에는 프로로지움(ProLogium)과 자신들의 배터리 교환 네트워크에 통합할 세계 최초의 새로운 리튬-세라믹 고체 배터리 셀 기술을 제시했다.

고고로는 신규 유입 투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주로 아시아의 인구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륜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대만에서의 사업 확대도 계속하면서 세계 3대 이륜차시장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일 나스닥에 입성한 고고로의 주가 추이.

나스닥 진입 후 채 1주일도 안된 고고로의 주가는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미 연준(FRB)의 금리 인상 분위기에 따른 우려로 대만 유니콘 스타트업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고고로의 11일 주가는 개장가(15.99달러)보다 무려 34%나 급락한 10.56달러에 마감했다.

대만내 배터리 교환소 vs 주유소수 역전세

고고로는 올해 대만에 있는 모든 주유소 수보다도 더많은 2륜차 배터리교환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오토바이 라이더가 고고로의 배터리 교환시스템에서 배터리를 꺼내 교환하고 있다. (사진=고고로)

고고로의 대만 내 배터리 교환소 수는 이제 전국 주유소의 수를 넘어설 수준이다. 고고로 본사가 있는 대만 내수 시장에서는 도로 위의 모든 전동 스쿠터 가운데 약 97%가 고고로의 기술로 구동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고고로는 2021년 말까지 대만에 총 2215개의 배터리 교환소를 구축했다. 대만의 전체 주유소 수 2487개에 근접한 수치다.

고고로는 앞으로 더 외진 지역에 새로운 배터리 교환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어 올해엔 배터리 교환소 수가 주유소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앨런 판 고고로 에너지 서비스 담당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고고로는 정부 기관과 협력하여 더 작은 스테이션과 함께 슈퍼 고 스테이션(Super GoStations)이라고 불리는 더 큰 규모의 배터리 교환소를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이 배터리 교환 네트워크는 고고로 전기 스쿠터를 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야마하 자동차, 이온 자동차(Aeon Motor), 모티브 파워 인더스트리(Motive Power Industry)의 오토바이와 전기 모터 스쿠터를 가진 고객에게도 개방된다.

이 회사들은 국제적으로 다른 유명 브랜드를 포함하는 대만의 이른바 PBGN(Powered by Gooro Network)을 구성한다.

지난해 대만에서는 전동 이륜차 수요가 줄면서 판매가 21.9%나 감소했지만 PBGN 회원들은 5.2% 감소하는데 그쳤는데, 이것은 배터리 교환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는 것이 판매에 유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몇 달 전 고고로와 벨트 구동 전문업체인 게이츠(Gates Corportion)는 플로 드라이브(Flo Drive)로 불리는 새로운 벨트 구동 시스템을 공개했는데, 이 시스템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이륜차 제조업체들인 인도의 히어로 모터코프(Hero Motorcorp), 중국의 야데아(Yadea), DCJ를 포함한 PBGN의 제조업체들에게 개방된다.

대만 외에 중국,인도,인도네시아로 저변 확장 나섰다

배터리교환시스템은 도시내 이동성을 변화시키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사진=고고로)

고고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불러 일으켰다. 고고로는 모국인 대만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인도와 중국 배터리 교환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한 투자자로 가세한 폭스콘과 함께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에도 나섰다.

폭스콘은 지난 2월 대만 전기 스쿠터 제조업체인 고고로 및 두 현지 파트너와 함께 아시아 최고의 스쿠터 시장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자바 공업지대에서 전기 자동차와 부품, 배터리 셀 공장설립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폭스콘은 인도네시아 측과 자바에 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바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장관은 이 공장이 올해 3분기에 문을 열 것이라며 최대 80억 달러(약 9조9000억 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은 지난해 말 글로벌 성장분야인 전기차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고고로에 투자했다. 인도네시아의 협력사는 4개 국영기업의 협력사인 인도네시아 배터리(Indonesia Battery Corp.)와 에너지 회사인 PT인디카 에너지(PT Indika Energy)다.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선임조사분석가 라이언 시트론은 “동남아 지역은 중국과 인도 이외의 어떤 아시아 국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전기 이륜차를 타고 있기 때문에 전기 이륜차의 자연스러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2억 7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500만~600만 대의 이륜차가 팔리고 있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츠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24.3% 성장하면서 로 약 1조3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은 2020~2025년 기간중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10개 핵심국가에서 연간 약 10%의 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폭스콘은 중국 공장에서 전자제품 조립생산으로 가장 잘 알려져 왔지만 지난 1년 동안 전기 자동차 쪽으로 기울어 왔다. 지난해엔 로스앤젤레스 스타트업인 피스커(Fisker) 및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 스텔란티스와 각각 미국에서 전기차 제조와 자동차 칩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중국 자동차회사 저장 지리홀딩스 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폭스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5조9000억 대만달러(2110억 달러, 약 260조 원)였다.

일본 오토바이 빅4도 배터리 교환식 전기 오토바이 출시

야마하가 공개한 전기오토바이와 교환식 배터리 교환소. (사진=야마하)

일본 오토바이의 4대천왕, 또는 빅4로 꼽히는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가 교환식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를 출시한다. 고고로는 이 가운데 야마하와 같은 협력 회사에 배터리와 드라이브 트레인(구동 전달장치)도 제공하고 있다.

빅 4로 알려진 일본의 중형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은 가차코(Gachaco)로 불리는 새로운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네 회사가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고 말한 것은 크게 기대를 모았던 혁신적인 새 오토바이 배터리 표준 대신에 고고로의 파란색 배터리 버전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빅 4의 교환 가능한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표준에 대한 야망은 지난 2019년 처음 전해졌다.

당시만 해도 네 업체는 중형 전기오토바이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큰 교환용 배터리를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고, 그것은 제조사 전반에 걸쳐 표준화 될 수 있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표준화 부분은 옳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의 ‘오토바이’ 부분은 이 경우 ‘스쿠터’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러 개의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면 단일 2륜 차량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용량과 더 긴 운행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혼다는 이미 자사의 PCX 전기 스쿠터에 그런 교환식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 혼다가 전기 오토바이용 교환식 배터리를 개발했다. (사진=혼다)
가와사키의 전기 오토바이 교환식 배터리 프로젝트. (사진=가와사키)

이제 일본 오토바이 빅4는 일본 석유회사 에네오스(Eneos)와 함께 자신들의 교환가능한 배터리 팩을 이용한 새로운 배터리서비스(Battery As A Service)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는 가차오(Gachao)로 불리는데 고고로 시스템의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가차코가 제공하는 공유서비스로 발전된 사용후 배터리는 석유회사 에네오스가 검토중인 배터리교환서비스(Battery-as-a-Service BaaS) 플랫폼을 통해 회수될 것이며, 2차, 3차로 사용하고 최종적으로 순환 배터리로 사용되도록 재활용될 예정이다.

가차코 서비스는 올해 3~4분기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당분간 일본에서만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팩은 전기 오토바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혼다에 따르면 이 배터리팩 교환소역시 고고로처럼 다른 에너지 저장소 용도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가차코는 전기 오토바이 이외에도 상업 시설이나 개인 주택에 설치된 전력보관소같은 다른 용도를 위해 표준화된 교환가능한 배터리 사용을 촉진할 것이다.

빅 4는 각각 더 큰 전기 모터사이클에서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혼다는 여러 가지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야마하또한 몇 가지 흥미로운 시제품을 선보였다. 가와사키는 올해 3개 모델의 전기 오토바이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스즈키도 125cc급 전동 스쿠터를 자체 개발중이다.

이런 가운데 야마하가 고고로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기차 개발 시기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더 큰 차량에는 당연히 더 많은 배터리 용량과 전력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배터리가 사용된다.

선두 대만 고고로를 쫓는 경쟁 표준들

이러한 고고로의 1~2kWh 짜리 소형 배터리 팩에 대한 몇 가지 경쟁적 배터리 교환 표준도 나오고 있다.

킴코(Kymco)는 그들만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사일런스(Silence)는 바퀴 달린 산뜻한 배터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레이볼트(Rayvolt)는 심지어 최근 불X(BullX)와 함께 시작한 전기 모터가 달린 자전거(모페드)용으로 바퀴 달린 교환 가능한 배터리를 선보였다.

그러나 고고로는 100만 개 이상의 배터리 팩을 생산해 사실상의 표준이 됐고, 이젠 아시아 최대 오토바이 시장인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로 빠르게 확산중이기에 사실상의 표준이 됐다.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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