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지상파 방송사에서 1위를 하다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노래가 MBC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습니다. 저처럼 나이가 있는 분들은 사이버 가수 ‘아담’이 생각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당시 광고에도 나오고 노래도 꽤 인기를 끌었지만 사실 순위 프로그램에서는 1위 후보에도 오르지는 못했었죠. 데뷔 초반엔 신기하다는 반응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의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뒤로 비슷한 시도들이 여러번 반복해서 있었지만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니었기에 시장에서 관심을 또 받는 것이 어려웠죠. 

사이버가수는 그래서 아담의 반짝 인기를 남기고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폭발하면서 ‘버추얼 휴먼’이라는 가상세계 속 존재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특히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사이버 가수들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국내 버추얼 아이돌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룹은 '이세돌'이라고 하는 '이 세계 아이돌'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만들어진 팬층이 두텁고, 버추얼 아이돌의 노하우를 오랜 기간 터득해온 관록의 팀으로, 마니아 사이에서는 인기 스타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미 3개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고,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기존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도 하구요. 이들의 인기는 가상세계에서 뿐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공연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연을 매진시킬만한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관련 상품의 판매도 다른 아이돌에 비해 잘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현대백화점 지하 1층 팝업 행사장은 최고 인기 스타들의 굿즈 판매가 자주 열리는 곳인데요. 얼마전 그곳에서 열린 버추얼 아이돌 이세돌의 행사는 말그대로 팬들로 인해 인산인해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이세돌의 인기를 추종하여 만들어진 여러 시도들이 있었지만 팬 기반을 굳건하게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제2의 이세돌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만화 이미지의 2D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는 플레이브의 성공은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상당히 큰 의미가 큰 사례라 할 것입니다.

MBC 음악순위 프로그램 음악중심 1위 후보

플레이브가 1위 후보가 되었던 그 주에 다른 후보들도 사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아이돌 그룹이었습니다. 여자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의 ‘이지(EASY)’라는 곡과 당시 최고의 화제곡이었던 비비의 ‘밤앙갱’을 누르고 플레이브의 노래가 1위를 한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음원 판매라든지 방송출연횟수 같은 1위 결정 요소들에서 다른 후보곡들보다 훨씬 못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생방송 도중에 팬들이 투표하는 것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팬들이 투표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버추얼 아이돌 팬들의 조직적인 힘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들은 압도적인 실시간 투표 참여로 플레이브라고 하는 2D 이미지의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한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1위를 하는 초유의 뉴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세돌과 플레이브라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사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던 다른 사례들과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그룹 모두 만화 이미지 같은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팬들이 아니라면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니 왜 현실에 존재하기 않는 저런 만화 캐릭터에 열광을 하지?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 그 사람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특히 그저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인기 연예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수 밖에는 없죠. 누군가의 이미지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현실 세계에는 없는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을 좋아하는 것과 버추얼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비슷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주인공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화 주인공 같은  버추얼 아이돌의 노래를 좋아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입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최초로 지상파 방송 MBC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것은 나중에 역사적인 일로 회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세돌이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던 버추얼 아이돌의 대중화 움직임에 이번 1위 기록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만의 세계였던 버추얼 스타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대중적인 시장으로 끌어올리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이러한 인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연예인이 탄생된 것입니다. 

인간은 세상에 없는 것을 꿈꿀 수 있는, 세상에 실제 존재하지는 않더라도 마치 그게 존재하는 것처럼 믿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다른 생명들에게는 없는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입니다. 그래서 버추얼 캐릭터지만 이것이 실제 존재한다고 믿고, 그 버추얼 캐릭터 하고의 교감을 마치 살아있는 자기 옆 사람이나 친한 친구처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간의 능력 때문에 우리는 메타버스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버추얼 아이돌과 교감하는 세상이 가능한 것이죠. 앞으로는 이세돌이라든지 다른 버추얼 아이돌 그룹들이 대중매체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이제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추얼 아이돌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교감하는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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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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