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AI, 공존의 길을 묻다

법률 자문 서비스 업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이 분야를 공략하고 있는 영국의 스타트업인 루미넌스(Luminance)의 최근 성장세를 보면 이미 AI가 법률 자문 서비스의 한 축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미넌스는 2015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수학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AI 기술을 활용한 법률 문서 검토다. 사람의 일이지만 단순 반복적인 서류 검토를 AI에 맡기면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 본 것이다.

루미넌스의 주요 임원들

사업 초기 루미넌스가 공략한 분야는 M&A다. 기업 인수 합병 실사 작업에 필요한 문서 검토를 AI가 대신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후 루미넌스는 보유 부동산 자산 분석, 계약서 초안 작성 및 계약 협상, 규정 준수, 소송, 조사 등으로 AI 기반 서류 검토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루미넌스의 비즈니스가 성장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20년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서류 검토 작업을 하면 최대 90% 이상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소문이 법률 자문 업계에 퍼지면서 루미넌스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기반의 법률자문 지원 서비스

루미넌스의 중요 고객은 전 세계 모든 법률 자문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현재 루미넌스는 전 세계 55개국 300여 개 로펌에 기술을 공급했다. 이 중에는 글로벌 탑 100위 권에 드는 법률 회사 1/5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루미넌스의 AI 기술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북미 등 다양한 언어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 자문 기업의 서류 검토 시간뿐 아니라 비용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번역,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관련 AI 모델 그리고 문서 관련 RPA(로봇처리자동화) 기술 발전을 고려할 때 다국어 처리에 있어 루미넌스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습을 거듭하며 모델의 정확도가 높이지는 AI 기술의 특성을 고려할 때 루미넌스 서비스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날이 갈수록 커질 가능성도 크다.

(사진=루미넌스)

로펌 넘어, 일반 기업 법무팀 업무지원 플랫폼 출시

루미넌스는 여세를 몰아 2021년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에서 나서고 있다. 로펌 같은 전문 기업을 넘어 이제 일반 기업까지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2021년 5월 법무팀을 보유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위한 법률 업무 지원 플랫폼도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주로 계약서 초안, 버전 관리, 갱신 등에 관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쓰인다.

루미넌스의 성장 비결은 변호사의 업무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서류 작성이나 검토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로 기술의 위치와 역할을 잡은 것이다. 단순히 AI 기술을 접목한 RPA라 깍아내릴 수도 있지만 300개 이상의 로펌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을 비추어 볼 때 루미넌스의 타깃 선정과 AI 기술 활용 방법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도 여러 개의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활약을 하고 있다. 이중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발로 사업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호사 및 로펌과 갈등 관계 속에서 기회를 잡을 것인지? 이들에게 도구를 팔며 기술의 영역을 넓혀 갈 것인지? 정답은 없지만, AI와 디지털 플랫폼이 법률 자문 서비스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창선 기자

july7su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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