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자사 프로그램을 수료한 20기 팀들을 선보이는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매년 두 번씩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선발해 18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파크랩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화된 코칭을 통해 각 스타트업들이 최적의 PMF(Product-Market Fit, 시장 적합도)를 찾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번 데모데이에 나선 10개 팀은 올해 상반기에 운영된 20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파크랩의 코칭을 받은 팀과 스파크랩이 운영하는 펀트를 통해 투자를 유치한 팀들이다. ▲플루언트 ▲UUUUU ▲약올려 ▲쇼핑의여왕 ▲카피클 ▲리맥스 ▲장사왕 ▲KiT ▲맛있저염 ▲Greenie 등의 스타트업들은 AI 콘텐츠를 비롯해 헬스케어, 콜드체인, 커머스, 3D 모션캡쳐 솔루션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저마다의 성장 가능성을 소개했다.
이날 키노트 세션에 나선 김호민 스파크랩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스타트업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영화처럼 지루한 순간이 없으며 24시간 액션과 드라마가 가득한, 매 순간 새로운 위기의 순간”이라며 “모든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으며 인기 있는 영화들은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것처럼 스파크랩 역시 ‘To be Continued(다음에 계속)’이라는 말로 창업자들과 다음 모험을 함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콜드체인, 3D모션 캡쳐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나서다
데모데이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의약품 콜드체인 스타트업 에스랩아시아의 이수아 대표였다. 에스랩아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백신 용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단숨에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발표에 나선 이 대표는 “팬데믹 이후 바이오 의약품 콜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바이오 의약품 물류 시장은 110조, 그 중 콜드 체인 시장은 22.3조로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지난 한 해 온도 이탈로 인해 버려진 의약품이 85조원이나 된다는 것”이라며 에스랩아시아가 주목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제약회사에서는 한 건의 운송을 보내기 위해 각기 다른 업체의 데이터 로거 패키지 그리고 다양한 운송수단을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는 전체 구간에서 온도 이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해야만 하죠. 그런데 온도 데이터와 운송 데이터는 각기 다른 업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실제 담당자들은 이렇게 파편화된 화면에서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실제 업무는 전화나 이메일로 진행되고 있어 운송 도중 온도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에 에이스랩아시아가 제시한 해법은 통합 콜드체인 솔루션 바운드 X’다. 이 대표는 바운드 X에 대해 “고객이 운송 구간 온도 범위 패키지 그리고 데이터 로그를 일괄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선택 후에는 자동적으로 선적이 부킹된다”며 “온도 이탈 전에 사전 알림을 받을 뿐 아니라 응급한 상황에서 운송의 수단의 교체 혹은 패키지의 교체를 지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에이랩아시아는 이미 스파크랩을 비롯해 국내 유수의 VC 등 투자유치에 성공해 누적 투자금 288억원을 확보했다. 주요 제약사와 계약이 이어지며 싱가폴, 베트남 등 아시아 진출을 통해 오는 2027년 1척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에이랩아시아가 제시한 목표다.
이어진 발표는 인공지능(AI) 모션캡쳐 기술을 통해 3D 아바타 움직임을 모바일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스타트업 ‘플루언트’의 전예찬 대표가 나섰다. 전 대표는 “글로벌 버추얼휴먼 아바타 시장은 730조 규모로 연평균 46.4%씩 성장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센서와 고가 장비 등이 투입됐을 때 최소 1억원의 비용 발생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후작업을 포함한 제작 기간은 1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딥페이크 기술 등의 기존 방식은 연기자의 안면 정면만을 구현 가능하고 섬세한 동작 구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플루언트는 그러한 기술적·비용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간까지 단축하는 솔루션을 개발, 사용하는 만큼 과금하는 연간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6억원, 나아가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해 오는 2027년 1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플루언트의 계획이다.
이어진 발표는 글로벌 셀프젤 네일 서비스를 선보이는 ‘UUUUU’의 김민서 대표가 나서 AI 프린트 시스템으로 양산해 특허 받은 신소재로 제작되는 자사의 젤 네일 특징을 설명했다. 이는 40시간이 소요되는 네일 도안을 단 1시간 안에 완성하는 기술로 금형을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다품종 소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2021년 5월 정식 서비스 출시 이후 ‘UUUUU’가 기록한 작년 매출은 43억원이다. 김 대표는 “각국의 팬덤을 보유한 글로벌 네일 아티스트,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2027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식이요법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환자식, 온라인 개인 셀러를 위한 서비스 주목
당뇨, 신장병 등의 만성질환을 겪는 이들이 제일 고생하는 것인 바로 식사다. 일반인 기준으로 맞춰진 음식을 대할 때면 매번 난감함을 겪는 이들을 위해 안전한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잇마플(Eatmapl)’이다. 발표에 나선 김현지 잇마플 대표는 “신장병을 비롯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겪는 인구는 국내 약 2000만명이 존재하고 환자식 시장은 10년 동안 5배가량 성장해 2.5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며 잇마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잇마플의 환자식은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식사, 개인 습관 등을 데이터로 입력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환장의 건강과 영양상태를 분석하고 진단된 결과에 따라 개발한 600가지의 맞춤형메뉴를 밀키트, 냉동도시락, 레토로트 등으로 제품화해 제공되고 있다. 또 사후관리와 식사요법 실천을 위해 임상영양사와 1대 1 영양 코칭 서비스, 건강과 영양 리포트 기능도 제공된다.
잇마플은 신장병 환자식 브랜드 ‘맛있저염’을 비롯해 암환자를 위한 ‘맛있고영’ 당뇨 환자를 위한 ‘맛있저당’ 등 각각의 질환자들을 위한 환자식으로 저변을 넓히며 올해 매출 50억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2026년에는 요양 업체, 실버타운을 대상으로 한 B2B 부문 확장을 통해 매출 400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총 2부로 나눠 진행된 스타트업 발표를 통해 윤도선 ‘장사왕’ 대표가 온라인 셀러를 위한 데이터분석 서비스를, 김성수 리멕스 대표가 클로벌화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업자들이 직면한 반품 문제를 해결하는 ‘반품 관리 자동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스마트 스토어, 쿠팡 등 쇼핑몰에서 활동하는 개인 셀러를 위한 카피라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피클 역시 관심을 모았다. 이지원 카피클 대표는 “카피클은 대규모 광고 대행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을 넘어 소상공인을 위한 제너레이티브 AI 서비스”라고 강조하며 고객의 연령, 성별, 감성 등에 따라 최적화된 카피를 제공하는 서비스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 병원 처방이 변경될 때마다 발생하고 폐기되는 의약품 문제를 지적하며 병원 도매와 약국을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 ‘약올려’를 소개한 ‘룩인사이트’ 가진웅 대표의 발표도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윤정탁 ‘퀸라이브’ 대표가 4050 여성을 위한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석철 뮤즈라이브 대표가 블랙핑크, 제이슨 므라즈 등의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해 선보인 새로운 음반 매체 ‘키트’ 앨범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 세계 211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키트 앨범은 글로벌 음반 차트들로부터 정식 음반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이날 스타트업 10개사의 발표 외에도 전문가 패널 세션에서는 포커의 월드컵’, WSOP(World Series of Poker)에서 16회 우승하며 최다 우승자로 기록된 필 헬무트(Phil Hellmuth)를 초청, 이색적인 패널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기업가이자 투자자로도 활동 중인 필 헬무트는 초기 창업자를 위한 자신만의 조언을 전했다.
그 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 OpenAI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벡타라(Vectara)’의 창업자 아마르 아와달라(Amr Awadallah)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석학 서울대 차상균 교수가 ‘기업을 위한 AI: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전략과 도전’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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