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C(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의 11번째 데모데이가 최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개최됐다. ‘퓨처 모자이크(Future Mosaic)’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번 데모데이는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로 무장한 퍼스트 무버 스타트업들의 가능성과 비전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 시작을 알리는 키노트 무대에 선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한편으로 이 다양성을 해치는 다섯가지 벽을 언급했다. 바로 ‘전문가의 함정’ ‘평균의 함정’ ‘대분리의 시대’ ‘퍼스트 포비아(Fist Phobia)’ ‘사다리 걷어차기’가 그것이다.
“과거 브라운관 TV로 성공한 소니와 같이 아날로그 기술로 기회를 잡은 기업들은 결국 디지털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망합니다. 전문가들이 이전의 성공과 관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전문가의 함정’ 때문이죠. 예를 들어 제가 우주 항공 분야 스타트업의 레퍼런스 체크를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한번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 엑스가 탄생했고 테슬라가 탄생한 것이거든요. 결국 ‘전문가의 함정’ 다양성을 극도로 훼손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 못하는 실수를 낳게 됩니다.”
‘평균의 함정’ 역시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1950년대 제트 전투기 도입 당시 일화를 이야기하며 조종사의 신체 통계에 기반한 평균 적용으로 실패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정책이나 규제가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가령 초기 스타트업의 기준을 3년 미만 스타트업으로 구분 짓는 경우다.
여기에 남녀와 세대, 정치, 계층, 종교, 학력 등으로 구분되고 갈등이 야기되는 사회 환경도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른바 ‘대분리의 시대’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과정에서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시니어가 참여해야 더 비용 효율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지만, 창업 멤버만으로 진행 할 경우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굉장히 큰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먼저 입지를 선점한 플레이어가 후발 주자 진입을 막기 위한 행위들을 ‘사다리 걷어차기’로, 최초의 ‘퍼스트 무버’로 시장에 도전할 시 적용되는 불이익과 엄청난 비용 부담을 ‘퍼스트 포비아’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퓨처 모자이크’는 각 분야의 퍼스트 무버들을 지원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날은 친환경 기술로 퍼스트 무버의 길을 가고 있는 스타트업의 비전이 빛을 발했다.
‘리플라’ 친환경 미생물 분해 기술로, 고순도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재활용 가능하게 해
이날 행사의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리플라였다. 2016년 서동은 대표가 창업한 리플라는 그녀가 고등학교 시절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 참가해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논문을 발견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플라스틱 분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순도 차이로 엄청난 재활용 품질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 대표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수많은 미생물 중 특정 플라스틱에 반응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바이오 탱크’를 개발했다.
이전까지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글로벌 기준 9%에 불과했다. 기존 재활용 공장에서 레이저와 사람의 손을 거쳐 선별되고 세척해 재활용하는 것이 그 정도였다. 문제는 혼합된 재활용 불가 재질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 87%가 그대로 소각돼 버리는 상황이다.
서 대표는 “타 재질 혼입율이 10%일 경우 아주 낮은 활용처로 들어가게 되고 2% 정도는 저품질로 재활용, 0.3% 미만일 경우만 새 플라스틱 대비 80% 수준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최근까지 재활용 공장이 1만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때 98%까지는 쉽게 도달하지만 나머지 2%의 혼입율을 해결하지 못해 34억의 매출을 포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플라의 바이오탱크 기술은 PP(폴리프로필렌) 재질의 플라스틱을 제외한 나머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적용, 고순도의 재활용 PP를 추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이 바이오탱크의 미샐물은 자가 증식을 통해 배양액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서 대표는 “추출된 PP를 인장 강도, 굴곡 강도, 멜트 플로우 인덱스 지수 등을 재활용 공장에서 원하는 기준에 맞게 개선했고, 결과적으로 가전이나 자동차 내장재로도 쓰일 수 있는 고순도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플라는 연 1만톤의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바이오탱크 8대의 시범 운영을 통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범 공장은 적어도 2026년에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PP를 넘어 PC(폴리카보네이트) 재질 추출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개발도 완료했다. 나아가 리플라의 목표는 전체 유기성 폐기물의 친환경 처리를 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노맥신, 차세대 꿈의 나노물질 맥신(MXene)을 세계 최초 친환경 제조/양산 성공
맥신(Mxene)은 2011년 미국 드렉셀 대학에서 최초로 발견한 나노 신소재로 전자파 차례/습수제로서 독보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텔스 전투기에 도포돼 적군의 레이더에 발견되지 않게 하는 물질이 이것이다. 그 외에도 에너지용 전극 소재 및 유연 수퍼 캐패시터 전극 재료, 플래서블 디스플레이 소자에 활용되고 있다.
즉 가공성이나 효율 면에서 기존 소재들을 문제를 확연히 개선하는 소재가 맥신인 것이다. 문제는 타이타늄 금속을 활용해 제조하기 때문에 제조 단가가 높고 제조 시 오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노맥신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이 맥신을 섹체 최초로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제조/양산하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조 비용 60%를 절감한 것은 물론 기존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오정민 이노맥신 대표는 “이노맥신의 기술은 지난해 대한민국 10대 나노 기술에 선정된 바 있다”며 “전자파 차폐, 배터리 소재, 우주 분야에 적용되는 맥신을 스케일업을 통해 조기 상용화, 대량 생산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노맥신은 지난 2021년 전북대 신소재공학부 연구교수 출신의 타이타늄 재활용 및 샌신 소재화 분야 전문가 오정민 대표와 포스코 영품 기술연구소 등에서 1000톤급 파일롯 구축 개발 업무를 진행해온 스케일업 전문가 김문성 CFO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레이저앤그래핀, 이차전지용 친환경 고품질 인조흑연 생산
레이저앤그래핀은 지난 2021년 KAIST 정밀측정 연구실 졸업생들이 추축이 돼 첨단 레이저 기술을 통한 그래핀 상용화를 목표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펨토초 레이저를 기반으로 한 초정밀 레이저 가공 및 계측기술을 포함, 다양한 레이저 응용기술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레이저 가공/응용 시스템 개발회사, 세계 선도의 그래핀 소자 개발 회사’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층으로 이뤄진 흑연의 벌집형 순수 탄소 동소체로 실리콘의 100배에 달하는 높은 전자이동도, 구리의 100배에 달하는 전도도, 강철의 200배에 달하는 신축성과 강조, 구리의 10배에 달하는 열 전도도를 갖고 있는 신소재다.
레이저앤그래핀이 1차적으로 성공한 것은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인 인조 흑연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발표에 나선 이근우 레이저앤그래핀 대표는 “인조 흑연은 높은 품질과 안정성으로 인해 현재 2차 전지 음극제 시장의 77%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존 방식의 인조 흑연 생산 공정은 석탄 부산물인 콜타르와 석유 부산물인 코크스를 원료로 해 환경 문제와 원자재 수급 문제가 있었다”며 기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저희는 기존 300도 이상 초고온 열분해 방식의 인조흑연 생산 대신 레이저 가공을 통한 목질계 인조흑연 생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열분해를 대체해 첨단 레이저 가공 기술을 통해 저가의 풍부한 미활용 목재를 활용하는 인조 흑연 생산 기술입니다.”
이어 이 대표는 자사의 레이저 가공 기술을 통해 종이 위에 그래핀 발열 필름을 생성하는 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렇게 생성된 그래핀 필름은 높은 전기 전도도를 자랑, 수초안에 500도 이상 온도가 상승된다.
레이저앤그래핀의 인조 흑연 생산 기술은 kg 당 1000원 이하의 가격으로 연간 255만톤 이상이 폐기되는 풍부한 미활용 목재(톱밥)을 가지고 탄소 저감 효과를 갖는 친환경 고품질 제품을 만든다는데 경쟁력이 있다. 이렇게 생상된 인조 흑연은 기존 대비 30%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300% 향상된 생산성을 검증했다. 레이저앤그래핀은 내년 상반기 까지 시간당 1kg의 인조 흑연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장비를 구축 중에 있다. 나아가 15억원을 투자해 시간당 10kg, 연간 72톤의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음극 소재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소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시 별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레이저앤그래핀의 기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이날 데모데이에서는 행사에는 리플라, 이노맥신, 레이저앤그래핀 외에도 블루포인트가 3년 이내 투자한 △큐빔솔루션 △페블스퀘어 △더뉴그레이 △로쉬코리아 △테서 △시마크로 △무빈 등 총 10개 스타트업이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