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올해 정보보호의 날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전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9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사이버 보안의 힘으로 정보통신 강국이 됐다”면서 “벤처기업인들의 열정으로 개발된 보안 프로그램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인터넷 이용률을 유지하는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진단키트 개발기업에 대한 해킹 시도를 방어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역학조사 과정에 보안기술이 활용되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전국적인 원격근무와 수백만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하는 온라인 개학을 성공적으로 실시할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한 사이버 보안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지금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상용화해 스마트 시티,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비대면 산업 육성도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정보호호의 날에 금융보안의 중요성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9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초청세미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금융 분야 비대면화와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며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이런 발전에 따라 디지털 금융범죄와 개인정보 보안 위협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며 이런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디지털 금융혁신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해킹 등 사이버공격이 국민 재산피해와 금융시스템 안정성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과 본인확인체계 제도 혁신, 망분리 등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가 도입을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디지털금융 분야 보안성을 개선하고 내부통제체계를 강화해 이용자 보호에 더 힘쓰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시급한 정보보호 대책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퍼지면서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사이버 공격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정보보안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해킹, 부정결제 이슈 등 언제 내가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노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IT 강국을 자처하지만, 국내 정보보안 산업은 글로벌 선두권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분야에서 정보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미국(19.9%)과 2배 이상 차이 나고, 기술 경쟁력도 미국을 100이라 하면 한국은 9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뒤처져 있다. 국내 보안산업은 중소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시장 규모를 넓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매년 1500~2000명 정도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2차 정보보호산업 진흥계획 발표를 통해 5년내 매출 규모를 20조원으로 2배가량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국내에서 신시장을 창출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출 증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인식 제고,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
특히 업계에서는 인증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도 마련해야 하며, 국내 인증을 브랜드화해 해외진출 시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더이상 단품 솔루션에 머물러 있지 말고 융합보안 등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