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감은 남달랐습니다. 한때 1 비트코인 당 한화로 8000만원을 돌파했었고, 일각에서는 1억원까지도 갈 것이라는 호언장담이 나왔었죠.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돌풍이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도 있었고, 주식 투자 보다는 더 짜릿한 상승률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코인 투자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폭풍같은 코인시장의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는 지금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시장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2일 오전 6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만3000달러(한화 약 37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점에 물려 있다면 대략 50% 이상의 하락을 경험한 이들도 많을 겁니다. 투자자들에게 악몽 같은 시기입니다. 개인투자자뿐 아닙니다. 비트코인에 대거 투자한 기업도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1일 넥슨 일본 본사가 2달 여 만에 원금의 40% 가량을 날려버렸습니다. 이날 넥슨은 "올해 2분기 암호화폐 거래 자산평가손해액 44억 9900만엔(한황 약 458억원)을 영업외비용으로 계상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넥슨은 지난 4월 말에 비트코인을 1억달러(약 1133억원) 규모로 매수했었죠. 총 1717개의 비트코인을 평균 단가 5만8226달러(6597만원)에 사들였습니다. 당시 넥슨의 오웬 마호니 대표는 현금성 자산의 가치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면서,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이어가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사의 현금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경영 판단이었을 까요? 어찌됐건 넥슨의 이러한 예상과 달리 비트코인 시세는 급락했습니다. 무려 458억원의 손해를 봤습니다. 사실 비트코인에 투자한 금액 1133억원은 넥슨이 보유한 현급성 자산의 2% 미만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실도 아닙니다만,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좋은 평판을 받기도 힘들죠.
다만 넥슨은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줄곧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과거 NXC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과 유럽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4월 넥슨이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인 것도 김정주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돕니다.
비트코인은 왜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을까요?
물론 지금 3000만원대의 가격도 올초 보다 2배 가까이 오른 시세입니다. 상승과 하락이 너무 극적이기에 안정적인 투자 자산으로 보기 힘듭니다. 8000만원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이 대폭 하락한 것은 중국 정부의 채굴 금지령 등 적극적인 코인 제재에서 비롯됐습니다.
각국 중앙정부가 자체 디지털화폐인 CBDC(중앙은행디지털코인) 발행을 계획하고 있고, 이에 가장 앞서고 있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앙정부에서 유통하는 디지털화폐를 흥행시키려면, 경쟁적인 위치에 있는 가상화폐 즉 비트코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중국이기에 가능한 정책적 움직임이었습니다.
중국발 악재는 전세계로 전파됐습니다. 그 이전에 한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정책 또한 악재로 작용했었죠.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상당히 큽니다. 국내 투자자만 600만명에 달하고,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22조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유가증권(주식)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 15조 7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었죠. 한국 역시 한국은행이 CBDC 모의실험에 착수하는 등 정부의 제어가 가능한 디지털화폐에 더 치중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의 악재는 또 있죠. 바로 '일론 머스크'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한 때 코인 투자자들에게 추앙을 받았고, 반대로 무책임한 각종 발언으로 시세 조정을 한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 결제 가능 여부의 번복, 도지코인에 대한 장난 섞인 트윗으로 시세를 뒤흔들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한 사람의 행동으로 자산 가치가 휘청이자 '내재 가치를 줬다 뺐는' 악재 중의 악재가 됐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가상화폐의 미래는 어떨까요?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내재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섣부른 추측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악몽 같은 하락세만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랠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힙듭니다.
상황은 암울합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역시 투기성으로 보이는 시기입니다.
다만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자로 떠오른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를 신청했다는 점은 호재로 꼽힙니다.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그레이스케일비트코인트러스트 지분 인수도 호재로 볼 수 있죠. 20세기 최고의 펀드라는 조지 소로스 펀드의 비트코인 투자 소식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김정주 NXC 대표가 가상화폐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 자산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금융거래 플랫폼 업체 아퀴스를 지난해 설립했고, 올해 대대적인 비트코인 매수를 한 것도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가상화폐 자체가 중앙집권적인 기존의 화폐 체계와 미국 달러 위주로 돌아가는 포악한 글로벌 경제 체계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봐야 합니다. 미래 디지털 혁신의 핵심 요소로 가상화폐에 대한 민간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비트코인, 즉 가상화폐 시장의 운명은 다시 보수적인 중앙정부의 새로운 화폐 체계인 CBDC 대(vs) 혁신을 지향하는 민간기업과 투자자의 대결 양상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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