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급등세…'가상자산 상승 랠리' 시작인가?

‘2024 암호화폐·블록체인 인사이트’…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비트코인 기관투자자 시장 열려, 토큰증권 전면 제도화 될 것”
배훈종 샌드뱅크 이사, “ETF로 수요 급증에 반감기 겹쳐… 현재는 저점, 올해 12만달러 갈 것”
미국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이뤄지며 비트코인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8월 미국 디지털자산 투자사인 그레이스케일이 자사 대표 펀드인 GBTC의 현물 비트코인 ETF 전환 신청을 거부한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 결과 블랙록, 피델리티, 인베스코 등 글로벌 운용사는 일제히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에 나섰고, 결국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승인됐다.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며 어제 원화 기준 7800만원 선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15일 이후 2년 3개월여만의 최고 기록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더해 올해 4월 경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여드는 반감기가 임박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감기는 4년을 주기로 돌아오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이다. 이에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상승세가 역대 최고가인 8270만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중에는 1억원 이상을 점치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전망이 유력한 이유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글로벌 자본들이 대거 비트코인을 대표한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자산 지갑이나 거래소 이용 등 기존 방식의 어려움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하지 않았던 일반 금융고객들 또한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진입이 쉬워지며 새로운 투자 수요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의 현물 ETF 승인을 점치며 기대감을 증폭 시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금융위원회에서 지난해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 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며 토큰증권 발행(STO)를 허용하는 결정을 하고 올 하반기를 목표로 토큰증권 제도화 작업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원활한 자산  부문의 토큰화 정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왔다. (이미지=픽사베이)

국내 금융권 역시 농협은행,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토큰증권 연합체를 결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 경쟁에 돌입했다. 이어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10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원활한 자산  부문의 토큰화 정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왔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역시 가상자산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산업의 미래이자 대세인 토큰증권과 CBDC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이제 2개월 남짓 지나고 있는 올해에는 비트코인 기관투자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ETF가 나온 상황에서 국내 규제로 인해 출시되지 않을 경우 수요가 모두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는 가운데 총선 국면에 접어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중개와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공략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토큰증권 시장 2030년에는 367조원 규모로 성장, 비정형적이고 새로운 증권 상품 나올 것

27일 진행된 ‘2024 암호화폐·블록체인 인사이트’에서는 이렇듯 비트코인 현물 ETF가 몰고올 국내 자본시장의 변화에 대해 업계와 산업 전문가, 시장 관계자들이 모여 진단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올해가 블록체인과 전통 금융 시스템이 본격 융합되는 원년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들이 이야기하는 미래 금융 트렌드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행사는 ‘2024년 암호화폐 시장 대전망’을 주제로 한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어 유민호 아이오트러스트 CSO가 ‘퍼블릭 블록체인의 진화와 레이어2 생태계’를 주제로 발표를 한데 이어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선임매니저, 장종털 컴투스홀딩스 상무이사, 아미르 미어바크쉬 수이 재단 프로덕트 마케팅 헤드, 박별 크립토퀀트 웹3 애널리스트가 블록체인, 웹3 등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선임매니저가 ‘금융·블록체인의 융합…STO·RWA 최신 동향’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테크42)

특히 주목된 것은 ‘금융·블록체인의 융합…STO·RWA 최신 동향’을 주제로한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선임매니저의 발표였다. 이 선임매니저는 대략적인 STO와 RWA의 개념을 설명하며 세계지식포럼, 하나금융연구소의 발표를 빌려 “오는 2023년까지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367조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했다.

이 선임매니저는 “토큰증권이 제도화되며 그간 증권화되지 않았지만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 비정형적인 특성을 지닌 상품을 대상으로 증권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어 이 선임매니저는 2023년도에 진행됐던 SEC를 상대로한 그레이스케일의 승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글로벌 운용사들을 통한 새로운 자본 유입을 짚으며 올해 ‘비트코인 기관투자자 시장 개화’ ‘토큰증권 전면 제도화’를 시작으로 웹3 생태계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선임매니저는 한국은행의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언급하며 “자산 토큰화 시대에 토큰화 된 머니를 한국은행에서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해서도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가장자산 기관 투자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투자 니즈가 적지 않은 만큼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개인은 물론 각 기관, 법인, 연기금, 보험사, 운영사 등의 기관투자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것이 이 선임매니저의 예측이다. 이어 이 선임매니저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미국을 비롯해 홍콩, 유럽 등이 모두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반감기 겹쳐… 비트코인 올해 최대 12만 달러까지 오를 수도

(왼쪽부터)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 박재현 수호아이오 사장, 박종백 변호사,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 (사진=테크42)

이날 마지막 순서인 패널 토론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은 토론은 박재현 수호아이오 사장, 박종백 변호사,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가 패널로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박재현 수호아이오 사장은 “데이터 분석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도 제도권의 돈들이 들어오는 창구로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월가에서 상품으로 등록되면 세일즈맨들은 상품을 팔아야 하고 유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비트코인) 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박 사장은 “실제 메타마스크 백데이터를 찾아보니 최근 실제 액티브 유저가 3000만명을 돌파했다”며 “이는 가상자산이 가장 불장 일때보다 높은 사용자 수”라고 덧붙였다.

박재현 수호아이오 사장은 가상자산 지갑인 메타마스크 활성 사용자가 3000만명을 돌파한 사실을 언급하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관련성을 이야기했다. (사진=테크42)
블록체인법학회 기획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백 변호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자산이 14년만에 처음으로 제도권의 인정을 받는 자산이 됐다는 의미”라며 이후 수반돼야 할 법적, 제도적 대응을 언급했다. (사진=테크42)

이어 블록체인법학회 기획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백 변호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자산이 14년만에 처음으로 제도권의 인정을 받는 자산이 됐다는 의미”라며 “원래 중개자가 필요 없었던 비트코인의 현물 ETF의 등장은 탈중앙화와 중앙화의 절묘한 타협”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이후 이더리움 ETF의 가능성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예측들이 비트코인 관련 업계 뿐 아니라 규제 당국 전체를 긴장하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논의가 깊이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스타트업 샌드뱅크의 백훈종 이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통해 그간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 제도권 진입이라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1958년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 금융기관의 고객들이 시장에 들어왔다는 말”이라고 규정했다.

가상자산 스타트업 생드뱅크의 백훈종 이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통해 그간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이라며 새로운 투자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는 1958년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목했다. (사진=테크42)

모더레이터인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행사 당일에도 급등세를 보인 비트코인 가격을 두고 “오를 이유가 없는데 오른 상황으로 기존 크립토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대표는 최근 총선 국면에서 여야가 앞다퉈 제시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법인 가상자산 매매 허용’과 관련된 패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박 변호사는 “공약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실행될 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거래소에 법인 계좌 허용 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법령과 제도 뿐 아니라 시장의 준비도 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박재현 수호아이오 사장은 “향후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스테이블 코인, CBDC 사이에서 다양한 금융 모델이 나올 것”이라며 “안타까운 사실은 이 사업 기회를 지금 대부분 외국 기업이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는 행사 당일 급등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 ‘매크로 이슈’라는 김동원 대표의 말에 동의하며 “투자자로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구글 트렌드’ 검색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비트코인을 검색해 보면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급등 상황은 최근 급등한 미국 나스닥 지수에 피로감을 느낀 자금들이 가상자산으로 넘어오는 경향 때문이고, 비트코인이 그 수혜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백 이사는 “미국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트럼프 후보가 돌연 비트코인 친화적인 발언을 하기 시작했고, 현물 ETF 승인 이후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상품을 출시하며 3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비트코인을 우량자산으로 평가 받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10%에 달하는 가격 급등은 이래적이지만, 매크로적인 상황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백 이사는 급증세 이후 이어질 조정 국면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 말미,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으로 인한 비트코인 가격 상승 전망”을 물은 김동환 대표의 질문에 백 대표가 내 놓은 답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기존 반감기와 달리 올해는 현물 ETF 승인이라는 기존에 없었던 이벤트가 있었죠. 그 결과로 기존 반감기보다 수요가 크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그 전 반감기 저점 대비 7배 정도인 6만90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제가 보기엔 보수적으로 이번 반감기에는 새로운 고점을 대략 3배 정도 보고 있습니다. 즉 지금이 저점이라는 거죠. 올해 말은 아직까지 그 랠리의 중간 정도라고 할 때 보수적으로 봐서 10만 달러에서 12만 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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