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의 CEO 변화, 클라우드·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기술 기업의 CEO는 단순히 경영 능력을 상징하지 않는다.

교체되는 CEO의 면면을 보면 기업의 상황과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

 

클라우드, 클라우드, 클라우드...AWS에 더 집중하는 아마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올 1분기를 마지막으로 아마존을 떠났다.

물론 이사회 의장직은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지만, 더 이상 거대 테크 기업의 수장은 아니다.

제프 베조스의 후임을 정해진 이는 그동안 AWS(아마존웹서비스)를 이끌어 온 앤디 재시다.

앤디 제시는 AWS를 통해 아마존을 클라우드 서비스 리딩 기업을 만들었다. 

AWS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약 32%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45%에 달한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앤디 제시의 선임은 단순히 성과 보상이 아니다.

게다가 클라우드 시장이 지속적으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기회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시너러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기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약 37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1조 56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증가한 수치이며, 2020년 전체 시장 규모는 1290억 달러, 145조 1895억 원이다. 이 역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앤디 제시는 지난해 AWS CEO 자격으로 참석했던 ‘AWS 리인벤트(re:invent)’ 컨퍼런스에서 "기업들의 총 지출 비용 중에서 클라우드 지출 비율은 4%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평가한 바 있다.

 

아마존의 앤디 제시 선임에는 위기 의식도 작용했다. 

2위 주자인 MS의 애저 때문. MS 애저는 4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 올렸다.

물론 여전히 AWS의 시장 지배력은 공고했지만, 문제는 MS 애저가 AWS의 점유율을 빼앗은 게 아닌, IBM, 세일즈포스, 텐센트 등 하위 클라우드 제공업체의 점유율을 흡수하면서 확장했다는 것.

이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던 기업에게 AWS 솔루션이 선택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앤디 제시가 컨퍼런스에서 일선 기업에 클라우드 전환을 촉구하며 했던 "기업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어가려면 새로워지기를(Reinvent) 주저하면 안 된다"는 말대로 아마존의 클라우드에게도 새로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침몰하는 '인텔',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달라진 CEO를 주목해야 할 업계는 클라우드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의미심장한 변화가 있었다.

침몰하는 전함인 된 인텔은 팻 겔싱어를 새로운 선장으로 모셨다.

스캔들로 쫓겨난 브라이언 크르자니치를 대신해 자리에 앉았던 밥 스왑 CEO는 1년 만에 떠나게 됐다.

 

VM웨어를 이끌던 팻 겔싱어의 인텔 CEO 선임은 새롭다기보다는 예상된 결과에 가깝다.

그는 1979년 인텔에 입사해 2001년 CTO, 2009년 수석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수차례 인텔 CEO 후보로 오른 인물이다. 

2019년 브라이언 크르자니치가 선임될 당시에도 후보 중 한 명이었다.

팻 겔싱어가 인텔 CEO로 발표되자, 시장은 환영하듯 인텔의 주가는 장중 13%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팻 겔싱어가  VM웨어에서 이룬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다.

팻 겔싱어는 VM웨어 CEO로 재직한 9년 동안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VM웨어 매출은 약 108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팻 겔싱어가 선임되자, 반도체 업계의 주요 거물도 인텔에 조인했다.

과거 인텔의 펜티엄을 이끌었던 글렌 힌튼이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으며, 제온파이 등 프로세서를 개발한 수닐 셰노이가 인텔의 설계 엔지니어링 그룹을 맡았다. 도 VM웨어 CTO인 귀도 아펜젤러가 인텔에 합류했다.

 

하지만 인텔의 주위 상황은 좋지 않다.

여전히 매출액 기준으로는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이기는 하지만, 내려갈 일만 남은 상황이었다. 

팻 겔싱어가 없었던 사이, 반도체 업계는 설계의 팹리스와 제조의 파운드리로 분화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젠슨 황의 엔디비아와 리사 수의 AMD는 급성장했고, 종합 반도체 기업이었던 인텔은 기존 점유율을 유지하기 급급했다.

이미 시가총액으로 보면 엔디비아는 인텔의 1.5배에 달한다.

AMD의 역시 인텔의 점유율을 넘었다고 평가받는다.

패스마크 소프트웨어에 따르면, 올 1월 전 세계 PC용 CPU 중 AMD는 50.2%로, 인털의 49.8%를 넘어섰다.

 

제조 공정 분야에서도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에 밀리고 있다.

인텔이 14나노미터(㎚·10억 분의 1m) 칩에서 10나노 공정 전환, 7나노 칩 출시 지연 등 난항을 겪는 사이, 두 기업은 그 이상의 더 강력한 칩을 선보여 파운드리 업계를 리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술력에 있어서 이미 TSMC와 삼성전자가 인텔을 넘어섰다고 평가 받는다.

게다가 애플도 자체 개발한 M1칩은 성공적으로 제품에 결합해, 인텔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이런 상황을 아는지 연일 강력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팻 겔싱어 CEO는 BBC와 인터뷰에서 아시아가 전 세계 반도체의 80%를 공급하는 상황에 대해 "모두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또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해 애리조나에 200억달러(약 22조6100억원) 규모의 생산 공장을 구축할 것일 발표했다.

겔싱어 취임 당시 현재의 반도체 업계 상황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위해 설계와 생산을 분화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팻 겔싱어는 인텔의 방식대로 움직이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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