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린 ‘구글·애플 인앱 결제 강제 정책’, 美 의회도 나섰다

[AI 요약]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미국 의회도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수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합의를 거쳐 초당적으로 발의된 법안으로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미 상원의 초당적 ‘공개 앱 장터 법안’ 발의를 통해 그간 우리 국회의 분위기도 극적인 반전을 맞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제재하는 법안이 최근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자사 앱마켓으로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미국 의회도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수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11일(현지 시간) 미 상원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그간 자사 앱마켓에 올라오는 앱을 대상으로 인앱 결제를 강제하며 수수료를 챙겨오던 갑질과 같은 운영 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공개 앱 장터 법안(The Open App Market Act)’이 발의됐다.

이번 법안은 상원 반독점 소위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부처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 등 6명이 참여했다. 이는 드물게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합의를 거쳐 초당적으로 발의된 법안으로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독점적 지배력 견제, 안방에서도 시작됐다

이번 발의된 법안은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을 정조준했다. 향후 법안이 통과된다면 구글과 애플은 자사 앱마켓에 올라오는 앱을 대상으로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사용자들은 두 기업의 앱마켓 외에도 다른 방식으로 앱을 다운 받을 수 있게 된다.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은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에 올라오는 모든 앱을 대상으로 두 기업이 각각 정한 결제 시스템을 강제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두 기업은 이를 통해 최대 30%의 결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간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유료 앱을 다운 받거나 앱 안에서 아이템 등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과 애플이 정해 놓은 결제 시스템을 강제적으로 사용해야했다. 두 기업은 인앱 결제의 대가로 최대 30%의 수수료를 챙겨왔다. 특히 애플의 경우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앱은 무조건 자사 앱 스토어를 통해서만 다운 받도록 강제해 왔다.

이번 미 상원의 법안은 이러한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있다는 판단 아래 추진된 것이다.

미 상원의 초당적 공동 법안 발의는 우리나라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픽사베이)

이번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한 미 상원의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구글과 애플이 수년 동안 경쟁업체를 제한하고 소비자들을 어둠 속에 가둬왔다”고 비판하며 “이번 초당적인 법안을 통해 이러한 테크 기업들의 지배력을 무너뜨리고, 앱 생태계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은 그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인앱 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두 기업의 앱마켓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와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업체인 매칭그룹도 같은 이유로 두 기업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미 상원의 초당적 공동 법안 발의는 그간 기업 간 소송전으로 부각된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의 심각성을 미 연방의회 차원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먼저 법안 발의한 우리나라 분위기 반전, ‘이제 판 뒤집어 졌다’

이번 미 상원의 초당적 ‘공개 앱 장터 법안’ 발의를 통해 그간 우리 국회의 분위기도 극적인 반전을 맞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앱 마켓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앱 마켓 운영에 관해 정부가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담았다.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및 수수료 인상이 처음 예고된 지난해 7월 이후 우리나라 국회에서 추진된 '인앱 결제 방지법'은 올해 7월 과방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개정안이 과방위 문턱을 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불참으로 심사가 연기되기도 했다. 법안 의결을 앞두고 진행된 토론에서는 중복규제가 우려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견이 나왔다. 과방위에서 법안이 통과된 후 법안 심사를 거부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잉규제나 (미국과의) 통상마찰 문제 등 입법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민주당의 일방 처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도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미국 측은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법안에 대해 양국 간 통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을 우리 외교부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노스다코다주, 애리조나주의 주 의회 등에서 인앱 결제 강제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추진됐지만 주 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좌절된 바가 있었다.

통상마찰 등의 우려는 지난 3일 오후, ‘국회 민주당 과방위-CAF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미국 앱공정성연대(CAF) 마크 뷰제 창립임원(매치그룹 수석부사장) 발언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뷰제 부사장은 미국이 인앱 결제 방지법에 대해 통상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지적에 대해 “구글과 애플의 독점적 지위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 원칙’도 절대 훼손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앱마켓 공정성을 위해 입법 노력을 보인 한국 국회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왔다”고 밝히며 “전 세계 앱 개발자들이 한국 국회의 노력에 환영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노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는 사실상 글로벌 세금”이라고 하며 세계적인 인앱 결제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법안 통과 시, 구글과 애플 매출에 타격 불가피

미국 내 기업 간 소송전과 주 의회 차원의 법안 발의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구글과 애플 역시 달라진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 상원의 '공개 앱 장터 법안' 발의에 구글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구글과 애플은 그간 각자의 앱마켓을 통해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거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구글의 경우 그간 안드로이드 체제에서 인앱 결제 도입 여부를 앱 개발사들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왔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6월경이었다.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과 함께 이를 모든 앱에 의무화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7월 공식화됐다. 이에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그해 8월 처음으로 '구글 갑질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구글 아랑곳 하지 않고 9월경 공식적으로 게임에만 적용됐던 인앱결제를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전체 앱으로 확대한다는 것과 동시에 수수료율 인상을 전격 발표했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과 창작자 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이를 제재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구글은 인앱 결제 강제 적용시기를 올해 10월로 연기, 수수료율도 30%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애플 역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앱 결제 강제에 대한 반발이 심해짐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연간 매출 100만달러 미만의 개발자에 한해 인앱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며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 반발이 수그러들면 다시 수수료를 올릴 것”이라며 “법안 제정을 통해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이 내는 수수료는 최대 15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기관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과 애플이 자사 앱마켓의 글로벌 인앱 결제 규모는 853억달러(약 98조 7000억원)이다.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두 회사가 인앱 결제 수수료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15조~30조에 달하는 셈이다.

미 상원에서 법안이 발의된 11일(현지 시각) 애플은 성명을 통해 “애플 앱스토어는 개발자와 고객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구글은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법안을 통해 두 기업이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되면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앱들이 늘어나며 그간 ‘앉아서 돈 벌던’ 구글과 애플의 수익은 감소할 것이다. 또한 그간 두 기업이 취해 온 앱마켓 운영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오랜 논의와 논란 끝에 과방위를 통과하고 8월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세계 최초의 인앱 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법안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나라의 ‘인앱 결제 방지법’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관할권 문제로 계류 중에 있다.

법안 통과를 기다리는 업계 등에서는 “규제 관할 권이 이렇게까지 중요한 문제인가”라며 “의미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기 보다 글로벌 빅테크의 앱마켓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의 분명한 입장과 의지를 조속한 법제화로 보여줘야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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