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목소리와 데이터 없이 제품 만드는 8가지 방법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모든 팀의 시간은 소중합니다. 개발자도 바쁘고, 디자이너도 바쁘고, 기획자도 바쁘고, 비즈니스 담당자도, 마케터도 바쁩니다.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해야 이 척박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당장 다음 주에 릴리스할 기능을 개발하고 QA 하기도 바쁜데 귀찮게 사용자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개발자들의 귀한 시간을 뺏어서 로그를 심고 데이터 분석이니 뭐니 할 시간이 없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해 분석가와 유저 리서처를 고용할 여력은 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다음에 소개하는 방법을 따르면 사용자와 데이터를 생각하지 않고도 제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01 절대 사용자를 직접 만나지 마세요.

바쁜 시간 내어 사용자를 만날 설문을 작성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고, 녹음하고, 팀원들에게 공유하지 마세요. 왜냐면 이 작업은 절대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귀중한 회의 시간을 줄이고 인터뷰 질문을 작성해야 하며, 녹음 후에는 요약 및 인사이트 도출도 해야 하고, 누가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 인사이트를 팀 채널에 공유하는 것은 엄청난 리소스가 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굳이 당신 제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고 심지어 보상까지 챙겨주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내놓은 제품이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당신의 자신감을 망쳐놓을 것입니다.

02 스펙 문서에는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만' 쓰세요.

스펙 문서에 구체적인 목표와 측정 가능한 지표를 설정하지 마세요. 새로운 기능을 통해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왜 이 기능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지, 만약 제대로 풀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고민하지 마세요. 오직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며, 릴리즈 일정은 언제까지 진행되어야 하는지만 쓰세요. 그 외의 이야기는,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합니다. ‘왜 이 기능을 구현해야 하더라?’라는 불편한 생각이 들면 재빨리 시간낭비를 멈추고 커피나 한 잔 뽑으러 가세요.  

03 알고 있는 원칙을 전부 제품에 때려 넣으세요.

당신은 전문가입니다. 아침에 볼 일을 보다가 슬쩍 훑어본 힉의 법칙(Hick’s Law, 주어진 선택권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같은 것을 기획회의에서 언급하세요. 이론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품 개발에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사용자들은 많은 선택지를 싫어할 테니, ‘당신이 보기에' 가장 중요해 보이는 기능을 빼고 나머지를 모두 숨겨버리자는 제안을 하세요. 곧 당신 팀의 제품은 ‘간결한 사용자 경험'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04 MVP는 잊어버리세요.

아마존, 드롭박스, 트위터 같은 기업은 UT를 통해 제품 출시 전에 MVP(Minimun Viable Product)를 통해 그들이 만드는 기능이 정말로 사용자에게 필요한지 검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게 뭐람? 우리는 아마존이 아닙니다. 그럴 시간에 최대한 빠르게 구현하는 데 온 리소스를 투자해야 합니다. 팀원들이 의심에 빠지고, 혼란을 겪고, 전략을 수정하는 카오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항상 행동하는 자가 승리합니다. 그냥 하세요. (Just do it!)

정말 가설이 검증하고 싶다면 대신, 지인의 피드백을 반영하세요. 우리 메인 고객층과 전혀 상관없는 나이와 성별, 취미를 가진 지인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평소에 당신과 팀이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관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05 데이터 분석가에게 수많은 리포트를 제출하게 하세요. 그리고 아무것도 반영하지 마세요.

팀의 데이터 분석가가 다급하게 중요한 숫자라며 당신과 팀의 머리를 어지럽힐 것입니다. 고객 행동에 따라 세그먼트를 나눈다거나 리텐션(Retention)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몇몇 아이디어를 제안할 것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코호트 분석이니 뭐니 하는 어려운 말을 꺼낼지도 모릅니다.

우선, 사려 깊게 그들의 수고를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맘에 들지 않는 숫자나 단어를 몇 개 언급하면서 보고서가 미흡해서 아직 반영할 수 없다고 하세요. 그들이 PMF(Product Market Fit)을 언급하지 못하게 하고, 가장 최근의 백로그와 관련된 분석만 부탁하세요. 가장 좋은 것은 그들이 지표, 로그 분석보다 보고서 그 자체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06 제품을 만든 후에 고객을 찾으세요.

훌륭한 제품은 많은 고객이 좋아합니다. 우선 제품을 만들고 나면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들을 만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고객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우선 제품을 만들고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을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당신의 조직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이미 브랜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을 만들던 고객이 당신을 찾아오고, 열광할 것입니다. 어떤 사용자들이 맘에 안 드는 리뷰를 남기겠지만 괘념치 마세요. 진정한 가치를 몰라주는 사용자는 우리 제품을 쓸 자격이 없습니다.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죠.

07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세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제품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모든 팀원이 자율적으로 만들고 싶은 기능, 제품을 만들도록 장려하세요. 하나의 목표를 가진 두 팀이 전혀 서로 다른 지표를 움직이고 있다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마세요. 스스로 의사 결정하면서 가슴 뛰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핵심은, 제품이 다다르고자 하는 최종적인 목표를 그들이 알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있다면 몇몇 핵심 멤버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08 경쟁사와 비슷한 스펙을 찾아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세요.

진짜 사용자 리서치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할 때가 물론 있습니다. 그럴 리소스와 리서치, 분석 역량이 부족하다 해도 , 안심하세요. 다행히 우리의 경쟁사가 그 모든 것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한 발자국 늦게,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따라가면 됩니다. 그저 좋아 보이는 제품의 기능이라면 뭐든 따라 하면 됩니다. 제품이 중구난방이라며 불평을 가진 유저들도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언젠가 시장이 이 훌륭한 제품의 가치를 알아줄 것입니다.

디자이너를 잃는 10가지 방법을 읽다가 생각나서 글을 써봤습니다. 반대로 생각해주는 팀이 있기 때문에 UX 리서처로서 기쁨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본 글의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다김

jyee50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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