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끄는 힘, 일상에서 애자일을 시작하는 방법

정재용 플래티어 IDT부문 상무에게 애자일 방법론에 대해 물었습니다. 지난 1편에서는 애자일을 위한 마인드셋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2편에서는 기초 애자일 시작하기, 그리고 교육으로서의 애자일에 대해 다룹니다. 애자일 기획은 총 3편으로, '애자일에 대한 오해', '조직과 생활에서의 애자일 적용', 'OKR로 성과 관리하기'로 진행됩니다.

  • 애자일을 통한 업무 효율성 개선을 원하는 조직 리더에게 권합니다.
  • 어디서부터 애자일 방법론을 시작해야 하는지 궁금한 팀장과 팀원에게 권합니다.
  • 가정에서 아이와 학생에게 애자일 방식을 교육하고자 하는 부모에게 권합니다.

(1편 읽기: 애자일이 '빠르다'는 오해)


Q. 애자일 방법론을 어떻게 일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요?

-- '데일리(Daily)'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데일리는 1) 어제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2)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3) 그리고 이 일을 처리하는데 방해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3가지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데일리'에는 팀장의 업무 지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오늘 자신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공유만 하고, 이외의 이야기는 하지 않죠.

Q. 왜 데일리가 필요한가요?

--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직장인이 출근하면 오늘의 할 일인 '투두리스트(Todo list)'를 적습니다. 그 다음에 그 일을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상을 합니다. 단기적인 일이거나 반복적인 일일 수 있고, 동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데일리가 필요한 첫번째 이유는 자신의 데일리를 사람들에게 알려 '나는 오늘 이걸 할꺼다' 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면 반드시 그 말을 지키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일 하지 뭐'라고 미룰 수 없는 것이죠. 일 잘하는 사람은 당일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그날 끝낼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계획이니까요.

출처: masterproject.com

Q. 오히려 자신의 일을 감추게 되지 않을까요?

-- 따져보면 실제로 일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데일리를 통해 스스로 지키지 못할 큰 계획을 세우기 보다, 정말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죠. 일주일짜리 일을 만들기 보다는, 일을 잘게 쪼개 하루나 이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데일리의 두번째 장점입니다. 일을 나눠 빠르게 결과를 보는 애자일의 실행입니다.

그리고 팀 리더 입장에서 업무 파악이 좋습니다. 만약 팀원이 '어떤 일을 일주일 걸려서 하겠다'라고 계획을 세웠다면, 팀장 입장에서는 일주일 동안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하지만 데일리를 진행하게 되면 업무 현황도 자연스럽게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장점으로 이어집니다. 데일리를 통해 일을 공유함으로써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조언도 가능하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다른 팀원이 지원해줄 수 있죠. 일을 나눠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이게 애자일 팀웍입니다.

Q. 기존 조직에서의 회의와 유사한데, 데일리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 지금의 회의는 너무 쓸데 없는 시간을 너무 많이 씁니다. 그 시간을 허비한다는 오해가 공유 자체를 없애 버린 것이죠. '데일리'는 일의 보고나 회의가 아니라, 자신이 할 일의 쉐어링입니다. 주간 보고와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물론 회의도 중요합니다. 회의는 회의 내용이 시작 전에 아젠다 공유가 되어야 하고, 참석자는 당연히 읽고 참석해야 하고요. 회의에서는 이슈 사항과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만 전하면 됩니다. 정리되지 않은 보고와 의견들이 시시콜콜 오가는 회의는 안 하니만 못합니다.

"데일리는 애자일의 시작,

회의와는 다르다"

Q. '데일리'가 직장에서의 애자일 시작이라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 애자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일감을 잘게 쪼개서 측정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일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죠. 예를 들어, 생활계획표를 세우고 6시부터 9시까지 공부를 한다고 해도, 그 시간 안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걸 세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훈련이 어렸을 때부터 되어 있어야만, 아이가 자신의 삶의 패턴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Q. 대개 부모가 보고 계획을 세우지 않나?

-- 부모가 나서 아이가 무엇을 할지 정하게 되면, 아이가 자율적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애자일에서 중요한 게 스스로 해야할 일을 잘게 쪼개는 훈련이 이뤄져야 하고, 그 훈련을 스스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의 계획을 세워주게 되면 이를 방해하는 것이죠.

부모님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중 하나가 우선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체크리스트는 반복적으로 해야되는 일들, 예를 들어 양치질, 책상 정리 등 이것만을 꼭 지켰으면 하는 것들을 가시화해서 만들어줘서 이이들 스스로 체크할 수 있도록 적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Q. 그렇다면 부모는 그 체크리스트를 매일 점검해야 하나?

-- 아닙니다. 점검할 필요 없습니다. 아마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무턱대고 기다리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은 좀 걸려도, 기다려줘야 합니다. 물론 나쁜 일을 하는데 참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해야겠지만, 아이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아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게끔 기다려줘야 합니다. 반대로 기다려주지 못하면 부모가 가고 싶은 길로 아이들을 끌고 가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사회초년생이 회식한다고 부모에게 전화하고, 부모가 그 회사에 다시 연락해 아이 업무까지 물어보는 일들도 발생하는 것이죠. 민감한 이야기지만, 아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아이들 바보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Q. 체크리스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이제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합니다. 체크리스트는 매일 반복되어야 하는 일들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바뀌는 일은 중요한 일과 급한 일로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6시부터 9시까지 계획을 공부라고 적어놨다고 하면, 그 공부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를 한번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요일에는 무슨 공부를 하면 좋겠다거나, 또 책을 읽는다고 아이가 계획을 세웠다면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물어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 역시 매일 간섭하지 않고, 2주 주기나 한달 간격이면 충분하다. 완료되지 않더라도 괜찮죠. 그저 '완료되지 않았다'는 걸 아이 스스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훈련시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체크하는 습관이 들여지면, 그순간부터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체크리스트와 계획이라면, 성취감 없이 '그냥 했구나'수준으로만 남습니다. 스스로 세우지 않았거나, 잘게 쪼개져 지킬 수 없는 계획일 때 그렇습니다. 이걸 반대로 아이들이 '오늘 끝냈구나'라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 동기 부여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재용 플래티어 IDT부문 상무

Q. 그런데 불안하다. 부모는 과한 코칭으로 흐르지 않을까요? 부모들이 그걸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 물론 쉽지 않죠. 그래서 부모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먼저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급한 것과 중요한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급하다고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일을 똑같은 크기로 두고, 중요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일 급한 일부터 해나가죠. 그래서 정작 중요한 일이 왔을 때 제시간에 하지 못합니다. 이게 시간 관리로 이어지면, 작은 일들을 다 일감으로 넣어두고 큰 일은 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아이들의 급하고 중요한 일의 기준이 부모의 기준이 어느 정도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에게 중요한 일은 양치질 하는 등과 같은 생활 습관에 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체크리스트 작성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이게 왜 중요한지 부모가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아이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부모 생각대로 아이들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코칭이죠. 내가 원하는 정답지를 놓고, 아이가 그 정답지를 맞출 때까지 닦달을 하는 게 코칭이 아닙니다.

애자일을 습관화할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Q.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짜고 부모 역시 잘 기다려줬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 혼자 실패하고 낙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 동기 부여가 중요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잘못된 칭찬은 애들을 망치죠. 그래서 동기에 대해서는 칭찬하되, 결과는 칭찬을 하면 안됩니다. 이건 원칙입니다. 동기를 칭찬하면 지속적으로 동기가 계속 만들어지지만, 결과에 대해서 칭찬하게 되면,  아이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양치질을 예로 들면, 이를 닦았다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닦은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결과만 따지게 되면, 아이들은 이를 닦았다는 결과만을 위해 거짓말도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체크리스트에 한칸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이를 잘 닦아서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계획하고 실행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Q. 애자일의 습관화, 얼마나 걸릴까? 3달?

-- 어림도 없습니다. 20년이 걸려도 아이 스스로 일상 속에서 애자일을 습관화할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인내가 필요합니다.


[플래티어 소개]
 2005년에 설립된 플래티어(대표이사 이상훈)는 이커머스 및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솔루션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전문기업입니다. 이커머스 플랫폼 솔루션을 담당하는 CM 부문과, 디지털 전환 관련 솔루션을 제안하는 IDT 부문이 있습니다. IDT부문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원하는 기업이 필요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며, 애자일/데브옵스 방법론 컨설팅 및 데브옵스/협업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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