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S22 발열잡으려 도입한 ‘GOS’사태 향배는?

지난달 10일 언팩행사에서 갤럭시S22 울트라 제품을 소개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고객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이용자 공식 커뮤니티인 삼성 멤버스를 통해 최신 갤럭시S22 게임최적화서비스(GOS) 강제 도입 논란에 대한 공식 사과입장을 밝히며 소비자 불만 진화에 나섰다. 갤럭시S22에 GOS를 적용하면서 발생한 급격한 단말기 성능 저하에 대한 소비자 불만에 따른 반응이다.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S22 시리즈에 GOS를 강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내부 의견을 경청하지 못했다며 직원들에게도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결국 갤럭시 S22 시리즈 성능 조작 논란을 일으킨 GOS를 이용자들이 해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갤럭시S22로 불거진 ‘GOS’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알 수 없다. 공정위가 ‘갤S22 GOS’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 사안에 대해 서울사무소로 사건을 이첩했고,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이래 갤럭시S 시리즈에 도입했던 GOS가 불씨를 키워오다 갤럭시S22에 이르러 거센 소비자 반발과 소송이라는 후폭풍을 불러 오고 있다. 그 배경과 향배를 짚어본다.

이전부터 있었는데 왜 유독 갤S22에서만?···극격히 떨어진 AP 성능 논란

기크벤치 개발자 존 풀이 공개한 갤럭시S22울트라 벤치마크테스트(BMT) 결과. GOS를 활성화 했을 때 싱글코어 점수는 45%, 멀티코어 점수는 39%까지 떨어진다고 트윗을 날렸다. (사진=존 풀 트위터)

삼성이 갤럭시S시리즈에 GOS를 처음 탑재한 건 지난 2016년 출시된 갤럭시 S7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전부터 갤럭시로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GOS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대적 논란을 부르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처음이다.

왜 그럴까?

갤럭시 S22에서는 이전보다 GOS 강제실행에 따른 성능 저하 폭이 눈에 띄게 커졌기 때문이다. GOS가 활성화되면 갤럭시 S22의 성능은 탑재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낼 수 있는 성능의 절반 가까이나 하락한다는 여러 공개 테스트 결과까지 뒷받침됐다.

스마트폰 CPU 성능 측정에 널리 이용되는 벤치마크테스트(BMT) 앱인 ‘기크벤치’ 개발자인 존 풀은 지난 2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의 싱글코어 점수는 1243점, 멀티코어 점수는 3623점이지만 갤럭시S22 울트라에 중국의 ‘겐신(Genshin)’ 게임이름을 매치시키면 GOS가 작동해 싱글코어 성능점수는 45%나 하락하며 멀티코어 성능 점수는 39%나 하락한다고 밝혔다.

결국 게임을 실행할 때는 삼성 갤럭시S22울트라(를 포함한 갤럭시S22 시리즈)는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걸맞는 성능은커녕, 중급형 기기에 못미치는 성능을 내게 된다는 얘기였다.

사태가 커지자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전용 커뮤니티인 삼성멤버스 공지를 통해 “게임 런처 앱 내 게임 부스터 실험실에서 성능 우선 옵션을 제공하는 SW 업데이트를 빠른 시일내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공지 6일 만인 지난 10일 첫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GOS 기능을 우회할 수 있는 외부앱 차단 해제 ▲게임 런처 애플리케이션(앱) 내 게임 부스터 실험실에 ‘게임 퍼포먼스 관리 모드’ 추가 ▲게임 실행 시 CPU·GPU 초기 성능 제한 해제 등의 조치를 취했다. 온도 제어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과도한 발열방지 기능은 계속 적용토록 했다. 이 외에도 카메라 동작 관련 안정화 코드, 단말 동작 관련 안정화 코드, 단말 보안 관련 안정화 코드 등을 적용했다.

SW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의 GOS 강제 적용은 해제됐지만 고객들이 만족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갤럭시S22 GOS사태는 지난 2016년 갤럭시S7 시리즈에 GOS를 탑재한 이래 쌓였던 소비자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GOS 강제 적용에 우회 길까지 막자 불만 폭발···소비자 무시한 횡포?

삼성전자의 삼성 멤버스 대상 사과문.

이번 GOS사태가 이처럼 커진 데는 삼성이 갤럭시S22 소비자들의 GOS 이용을 강제하고 우회해 사용할 통로까지 막아놨다는 점도 한몫 했다.

삼성전자의 GOS는 게임이 실행되는 순간부터 일관되게 성능을 제한한다. 게임을 포함한 앱을 실행했을 때 앱의 고유 이름인 ‘패키지 이름’이 GOS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다면 GOS가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이는 일반적인 쓰로틀링(Throttling)과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단말기 온도가 올라가면 그때서야 작동 주파수를 조절하며 전력 소모와 발열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이전 버전까지는 이런 강제적 GOS 사용조치는 하지 않아 왔다. 이는 소비자들을 더 화나게 했음직하다.

갤럭시 S22 시리즈 이전에 나온 스마트폰에도 GOS 기능이 적용됐지만 당시에는 유료 앱 등을 통해 GOS 기능을 무효화하는 ‘우회’가 가능했다. 하지만 S22 시리즈부터는 원 UI 4.0 업데이트로 GOS 탑재가 의무화 되면서 이마저 차단돼 사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전부터 과도한 발열과 전력 소모를 감수하고서라도 100% 성능으로 게임을 원활하게 실행하고 싶다며 우회의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최신 운영체제인 원UI 4.0부터 GOS 비활성화 수단을 사실상 차단해 버린 것이다.

왜 삼성은 갤S22에 GOS를?···불거진 발열 문제

기크벤치가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의 “GOS 사용은 ‘성능 조작’이라고 본다”는 판단 하에 이 단말기들을 BMT 대상에서 퇴출했다. 기크 벤치는 갤럭시 S21,갤럭시 S20, 갤럭시 S10 모두 GOS를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기크벤치 트위터)

PC, 노트북, 스마트폰에서 작동 주파수를 조절하며 전력 소모와 발열을 제어하는 기술, 즉 스로틀링이 필수적이다. 과도한 발열에 이르면 심각한 기기 손상, 심지어 발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화상이 발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GOS는 의학적으로 규정된 저온 화상(45℃에서 발생) 등을 막기 위해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제한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GOS로 갤럭시 S22 시리즈 성능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은 결국 ‘발열잡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10일 열린 갤럭시 S22 시리즈 공개 ‘언팩’ 행사에서 새로운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X22를 발표한 지 불과 한달도 안돼 GOS 사태가 불거졌다. 삼성이 근본적 발열 문제 해결보다는 GOS를 통한 성능 제한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 한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기크벤치 BMT 대상에서도 퇴출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는 더 이상 기크벤치 대상이 아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2는 GOS 문제로 유명 스마트폰 성능 측정(BMT) 사이트 ‘기크벤치’의 평가 목록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기크벤치는 삼성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를 “‘벤치마크 조작 도구’로 본다”고 말했다.

기크벤치는 5일자 공식 트위터에서 “이번 주 초, 우리는 삼성의 GOS와 그것이 어떻게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저해하는지 알게 됐다. GOS는 애플리케이션 동작이 아닌 애플리케이션 식별자를 사용해 애플리케이션을 쓰로틀(또는 쓰로틀하지 않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기크벤치가 최근 삼성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에서 발생하는 강제 쓰로틀링에 대한 비난에 적극 반응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테스트에서 기크벤치는 갤럭시S22가 앱의 동작이 아닌 앱 식별자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성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삼성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 변종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모두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이트는 삼성의 갤럭시 S10, S20, S21, S22 시리즈를 BMT 리스트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성능 조작으로 기크 벤치에서 퇴출된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중국 제조사의 제품이었다.

논란 속의 GOS, 노태문 사장 첫 시험대

갤럭시S22 GOS 강제 적용도 적용이지만 소비자들은 갤럭시S22로 고성능 게임을 할 때 유독 크게 저하되는 성능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사진=네이버 삼성스마트폰카페 삼공스)

삼성전자는 이같은 논란에 다각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갤럭시S22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쉽게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미 해외 IT매체들도 이 문제를 앞다퉈 다루면서 국제적 이슈가 돼 버렸다.

오는 16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도 GOS 관련된 내용이 언급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쏠린다.

규제당국과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공정위 본부는 최근 신고 접수된 삼성전자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삼성전자가 갤럭시 S22 시리즈의 GOS 강제 활성화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역대 최고 성능’ 등으로 광고한 게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이나 내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했는지 살펴보게 된다.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위반 기업에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 조처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일부 사용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환불을 요구하는 일부 갤럭시 S22 구매자들은 네이버 카페를 통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 준비에 착수 중이다.

이는 노태문 사장이 지난 1월 20일 스마트폰 수장이 된 이래 맞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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