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가 미국 IBM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탁 생산을 따내면서 '반도체 비전 2030'의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IBM이 삼성전자와 함께 만드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파워10'을 공개했다. 한국IBM은 18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파워10을 발표했다.
한상욱 한국IBM 시스템즈 비즈니스 총괄 전무는 "파워10(Power10)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라고 하는 큰 기술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파워10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서 필요한 시스템 용량, 에너지 효율성, 보안성을 하드웨어 레벨에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시킨 프로세서"라고 강조했다.
IBM에 따르면 이 제품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최첨단 기술인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삼성전자와 IBM은 2015년 업계 최초로 7나노 테스트 칩 공동 구현을 발표하는 등 10년 이상 연구 협력을 이어왔다.
IBM과의 공동 연구개발과 이번 위탁생산 수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6년에는 이 부회장과 지니 로메티 당시 IBM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만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지니 로메티는 올 초 CEO에서 퇴임한 뒤 현재 IBM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활동하고 있다.
파워10은 IBM이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만드는 첫 번째 7나노 공정 CPU로 내년 하반기에 정식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전 제품인 파워9 대비 최대 3배의 시스템 용량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한다. 보다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워 10에는 '메모리 인셉션'이라는 신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파워10 기반 시스템 간 메모리를 공유, 페타바이트(PB)급의 메모리 클러스터를 지원할 수 있다.
보안성도 향상됐다. 엔드 투 엔드 메모리 암호화, 파워9에 비해 40% 빠른 암호화 등을 제공한다. AI 추론 성능도 20% 강화됐다. 최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는 AI를 내장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AI 추론은 기업용 앱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IBM은 내년 하반기 파워10 기반 서버를 출시하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이미 IBM 클라우드는 파워칩 기반 가상서버(인스턴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번 협력을 계기로 대만 TSMC와 파운드리 시장 경쟁에서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허욱 한국IBM 서버시스템즈 사업부장은 "파워시스템(파워 기반 서버)은 주요 기업의 핵심 업무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핵심 업무 애플리케이션 환경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사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1위 올라설 발판 마련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가 미국 IBM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탁 생산을 따내면서 '반도체 비전 2030'의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IBM이 차세대 CPU를 삼성전자에 위탁 생산하기로 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을 인정한 결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7나노 공정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와 TSMC 두 개 회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8.8%를 기록했다. 1위 대만 TSMC(51.5%)보다 32.7%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1분기(38.2%포인트)보다는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인텔이 CPU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 수주가 향후 인텔 물량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