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뇌 의공학을 전세계적 관심거리로 만든 것 중 하나는 일론 머스크가 시도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용 임플란트 칩이다. 아직 성공을 말하긴 이르지만 이를 이용한 스마트 브레인은 콘텐츠 스트리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의공학 스타트업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바이오넛 랩스(Bionaut Labs)라는 스타트업은 사람의 뇌 표면에 칩을 이식하는 수준을 넘어, 마이크로(미세) 수술 로봇을 보내 뇌 내부를 측정하고, 조직 샘플을 수집하고, 수술하는 임상 실험을 하기로 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면 파킨슨병, 뇌전증, 뇌졸중까지 치료하기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인류는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 ‘터미널 맨(1972)’에 처음 등장한 뇌 임플란트에 이어, SF속에서나 보던 인체를 돌아다니며 수술하는 로봇이라는 현실을 눈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한 인체 속 탐사는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판타스틱 보이지(Fantastic Voyage·환상여행·1966)’, 그리고 이에 영감을 받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이너스페이스(Inner Space·1987)’에 처음 등장했다. 최근의 성과는 미세 로봇이 SF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나왔다는 분명히 보여준다. 혁신적 최신 첨단 뇌수술 미세 로봇 개발 성과에 대해 알아본다.
기존 치료법으로 불가능한 뇌수술용 마이크로 로봇
바이오넛 랩스는 뇌 희귀병을 치료하기 위해 뇌 깊숙한 곳에 미세 로봇을 보내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미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바이오넛 랩스가 이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해 댄디-워커 증후군(Dandy-Walker Syndrome)과 악성 신경교종(암성 뇌종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승인했다. 인간 대상 마이크로 로봇 임상 시험이 시작된 것. 바이오넛 랩스는 2년 안에 첫 임상 시험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별도의 수술 없이 주사기를 이용해 주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석을 통해 조종한다. 환자의 두개골 외부에 배치된 자기 코일은 마이크로 로봇을 원격으로 그리고 섬세하게 조종할 수 있는 컴퓨터와 연결돼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먹이(Prey·2002)에서도 신체에 들어간 스웜봇을 제어하기 위해 자석을 사용한다.)
“SF적 상상력에서 영향받았다”
몸 속으로 들어가 이상 여부를 감지하거나 의학적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에 대한 생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마이클 슈피겔마허 바이오넛 랩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생겨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유명한 사례들 가운데 하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환상여행(Fantastic Voyage)’라는 영화인데, 여기에서는 한 과학자 팀이 작은 우주선을 타고 뇌로 들어가 혈전을 치료한다. 휴대폰에 쌀알보다 작은 매우 강력한 부품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1950년대와 60년대에 공상과학 소설이었던 마이크로 로봇 뒤에 숨겨진 기술은 이제 ‘과학적 사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내시경처럼 뇌조직 측정하고 샘플 채취도···양·돼지 실험 성공
이 로봇은 거대한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와 달리 기기 전체를 운반하기에 용이하고, 전력 소모량도 그 100분의 1~10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금까지와 달리 뇌 내부 깊숙한 곳에 접근해 수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마치 위 내시경처럼 뇌 조직 샘플을 측정하고 직접 수집할 수 있다. 뇌치료를 위한 약물도 몸전체가 아닌 뇌의 특정 부분에만 보낼 수도 있게 됐다.
이 미세 로봇을 이용한 뇌수술 컨셉은 길이가 몇 mm에 불과한 금속 실린더인 로봇이 미리 프로그램된 궤적을 천천히 따라가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목표물에 접근하면, 로봇은 빠르게 움직여 뇌 안에 액체로 가득 찬 낭종을 뚫게 된다. 이 임상실험이 성공한다면, 어린이들에게 나타나는 희귀한 뇌 기형인 댄디-워커 증후군을 치료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슈핑겔마허 CEO는 “바이오넛 랩스는 이미 이 로봇들을 양이나 돼지와 같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으며, 그에 따른 데이터는 이 기술이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만일 의료용 기기로 승인된다면, 특히 이 로봇들이 취할 수 있는 경로의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뇌 장애 치료법과 비교해 중요한 이점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마허 CEO는 기존 수술방식에 대해 “오늘날 대부분의 뇌 수술과 뇌 개입은 직선으로 제한된다. 목표물까지 직선으로 뻗어있지 않으면 꼼짝도 할 수 없다. 우리의 미세 로봇 기술은 지금까지 도달할 수 없었던 뇌수술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주고, 로봇들이 가능한 가장 안전한 궤도로 반복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미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바이노넛랩스에 댄디-워커 증후군, 그리고 종종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는 악성 교모종(암성 뇌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미세로봇 기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댄디-워커 증후군은 제 4뇌실의 출구가 부분적 또는 완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뇌척수액의 흐름이 차단돼 제4뇌실의 확장 및 소뇌 발달 부전을 보이는 선천적 기형 질환이다. 또한 소뇌 발달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운동 능력이 결핍되어 있다.-삼성서울병원 자료)
이 미세 로봇의 장점은 또 있다.
악성 교모종 치료시 지금까지처럼 전신에 약물을 투여할 필요없이 국부공격(surgical strike)으로 뇌종양에 항암제를 직접 주입할 수 있게 된다. 슈피겔마허는 “전신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은 잠재적인 심각한 부작용과 효과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세 로봇은 뇌 안에 있는 동안 뇌 내부를 측정하고 조직 샘플을 수집할 수 있다.
이 미세 로봇의 활용은 앞서의 두가지 병증 치료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바이오넛 랩은 이 로봇 기술로 파킨슨병, 뇌전증이나 뇌졸중을 포함한 뇌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조건들을 치료하는 데 이 마이크로 로봇을 사용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토론을 가졌다.
슈피겔마허 CEO는 “내가 아는 한 우리는 명확한 경로를 가지고 이런 형태의 제품을 디자인해 임상실험을 하는 최초의 상업적 노력을 하는 회사다. 하지만 우리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이 분야 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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