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의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오아시스마켓의 행보는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경쟁 기업들이 ‘계획된 적자’를 강조하며 인프라 투자와 매출 증대에 집중하는 반면 오아시스마켓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완성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렇듯 확고한 경영철학 덕분에 무리한 인프라 확충과 가격 경쟁으로 ‘치킨게임’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 성공의 배경에는 모기업인 지어소프트의 고도화된 ‘물류IT시스템’과 철저한 관리를 통한 물류 효율화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오아시스 루트’로 불리는 물류IT시스템은 물류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고 온·오프라인의 재고를 모바일로 한 번에 관리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고객이 접하는 오아시스 앱과 효과적으로 연동돼 신선식품 유통에서 비용 절감에 가장 중요한 폐기율을 0%대까지 줄였다. 각 부문에서 함께하는 직원들 역시 직고용을 통해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내제화된 IT 시스템과 더불어 홍보·마케팅을 비롯해 불필요한 포장 등을 최소화하는 대신 여기서 절감한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맞추는데 사용했다. 경쟁사들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TV 광고를 하는 동안 오아시스마켓은 오로지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며 90%에 달하는 고객 재구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오아시스마켓이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기업공개(IPO)와 이를 바탕으로 추진될 국내 사업 확대, 해외 사업 진출이다. 끝을 알 수 없은 새벽배송 업계의 출혈 경쟁 속에서 오아시스마켓은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이다.
언론인에서 법조인으로 다시 이커머스업계에 뛰어든 ‘멀티플레이어’
기업가치 1조 200억원을 인정받는 오아시스마켓이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의 특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일을 처리하는 능력있는 멀티플레이어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김수희 이사도 그 중 하나다.
김 이사가 쌓아온 커리어는 독특하다. 7년여를 경제 담당 기자로 살아오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서 경제 관련 법에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2년을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오아시스마켓에 합류했다. 대외법무팀장을 맡으며 대외 커뮤니케이션까지 담당하는데다 최근에는 IPO 관련 법적인 문제들을 처리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김 이사는 “즐기고 있다”며 오아시스마켓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슈들을 거침없이 설명했다.
“오아시스마켓이 흑자를 내는 것을 두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기업 입장에서 비용을 투입해 성장까지 연결시키는 것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희 경영진은 이커머스가 아닌 어떤 업종이라도 기업이 지속 가능 하려면 이익을 가져가는 걸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그것을 실현시키고 있는 중이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구가 돼서 함께하는 전문화된 인력을 비롯해 기술, 비용의 최적화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죠.”
오아시스마켓의 핵심 경쟁력 ‘오아시스 루트’
김 이사는 비용의 최적화 비결로 ‘길에 뿌려지는 비용’을 최대로 줄이고 원스톱 솔루션을 도입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오아시스마켓의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오아시스 루트’가 그것이다. 이는 오아시스마켓에 최적화된 물류IT 솔루션으로 올해 상반기 집품, 패킹(포장)·배송, 근접 센서를 활용한 집품 등 세 부문에서 특허까지 취득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비용 최적화는 마케팅 비용, 물류 비용, 포장 비용 등 소위 ‘길에 뿌려지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저희는 그것을 ‘소프트웨어의 힘’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아시스 루트는 가장 최저의 비용으로 가장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모기업인 지어소프트의 *김영준 의장님이 이커머스와 IT 분야 모두에 경험치를 반영해 구축하신 거죠.”
*김영준 의장은 오아시스마켓의 지주사인 지어소프트 대표이기도 하다.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으로 지난 2011년 오아시스마켓을 설립하기도 한 김 의장은 IT와 이커머스 각 분야에 두루 경험을 갖춘 전문가인 셈이다.
오아시스마켓의 모기업인 지어소프트는 B2B 사업인 SI(시스템통합) 부문에서 남다른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오아시스 루트’는 그간 지어소프트가 구축한 다양한 SI 포트폴리오에서 쌓인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인 셈이다. 더욱 관심을 끄는 점은 ‘오아시스 루트’를 근간으로 한 온라인 물류 시스템을 상품화해 해외 시장 등을 공략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 이사는 그런 의미에서 “오아시스마켓은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테크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을 넘어선 온라인 매출, 그런데 오프라인 매장을 또 연다고?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35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인 2386억원 대비 큰 폭의 성장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97억원에서 5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유는 신규 매장 개장과 물류 시설 확충에 따른 투자비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점은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장 매출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오아시스마켓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20여개 매장을 신규 개설한데 이어 올해 진행 중인 2곳의 매장이 문을 열면 오아시스마켓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은 총 57개로 늘어난다. 김 이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부문의 매출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죠. 저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의 고객이 겹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저희 강점 중 하나죠. 또 오프라인 매장은 MFC(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를 통한 퀵커머스 도입도 준비하고 있어요. 채널이 다양해지는 만큼 온라인 물류 거점이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이 그간 모인 투자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김 이사 역시 “아직 1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향후 오아시스마켓의 계획은 무엇일까?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번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되면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다른 의미로는 ‘(자금의) 유연성’이 저희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죠. 향후 새벽배송 업계는 몇몇 업체로 재편될 겁니다. 저희는 그 안에 속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고요. 이미 확고하게 이익을 내는 구조로 만들어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에요.”
김 이사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오아시스마켓의 다음 행보는 퀵커머스 시스템 구축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지난해 합작법인 ‘브이’를 출범한 오아시스마켓은 앞서 김 이사가 언급한 MFC 역시 사실상 완성해 놓은 상황이다. 이른바 ‘브이마트’ 론칭은 시간 문제라 할 수 있다.
IPO와 연결되는 키워드는 ‘ B2B 강화’ ‘배송 지역 확대’ ‘해외진출’
오아시스마켓의 IPO 작업은 사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진행됐다. 하지만 진행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올해는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이미 상당한 투자금을 확보한 상황에서 IPO를 통해 추가된 자금은 오아시스마켓이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계획들에 투입될 예정이다. 김 이사는 “우선적으로 배송 지역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며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일단 배송 지역을 늘리기 위해 물류센터 전국 확대를 추진 중이예요. 또 이제까지 B2C(소비자 대상 비즈니스)에 집중해 왔다면 향후에는 친환경 급식과 같은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를 강화할 계획도 있어요. 물류 등 자동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죠. 향후에는 미국을 기본으로 동남아 시장 등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고요. 저희가 보유한 물류IT시스템 기술의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는 “IPO는 투자자와의 약속”며 “본질적인 가치를 지켜 나가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이익을 내는 구조를 유지하며 오아시스마켓이 구축한 가치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해온 마케팅에 대한 변화도 불가피하다. 김 이사 역시 “마케팅은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속내를 밝혔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긴 해요. 문제는 다른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것냐는 점이죠. 어찌됐든 저희의 기본 철학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경쟁사와 동일한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차별화된 방식을 택할 것 같습니다.”
오아시스마켓의 정체성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굳어져 있지만, 다른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가 무한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을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이미 비신선 품목을 비롯해 의류, 가전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희 매출의 60% 이상은 PB상품에서 발생하고 있어요(웃음). 물론 좋은 먹거리에 대한 고객 분들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오아시스마켓의 정체성은 ‘신선식품을 기본으로 하는 장 보기’가 되겠지만, 상품 확대는 다른 문제에요. 결국 저희 플랫폼이 무엇을 더 강조하는가에 달려 있는데, 상품 확대는 소비자분들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희는 신선식품을 잘하는 이커머스 기업을 표방하고 있어요. 하지만 또 꼭 이것 만을 하는 기업은 아닐 겁니다.”
김 이사는 오는 27일 서울 역삼역 인근 ‘마루180’에서 개최되는 ‘커머스 마케팅 인사이트’에서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의 다각화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그가 고민하는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새벽배송 서비스가 아니었다면 그간 대면 소비 중심이었던 신선식품의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지 못했을 거예요. 향후 신선식품 비대면 소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 또 온라인 시장에 어떻게 침투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한번 모색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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