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고 있는 메타버스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창작을 수월하게 해주거나 직접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이 메타버스 플랫폼의 콘텐츠 제작을 획기적으로 늘려주게 됨으로써 돌파구를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메타버스 사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나선 대표적인 기업으로 ‘메타’가 있다. 사실 메타버스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뉴스는 메타가 비용절감과 효율성에 집중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여기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적용하기로 했던 NFT를 포기한다고 밝혀 시장은 메타가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메타의 CEO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메타가 생성형 AI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밝히며, 이미지나 비디오, 아바타 그리고 3D 자산을 생성하는 AI 기술을 제품 전반에 걸쳐서 도입 중이라고 했다. 메타는 메타버스를 포기한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지금은 인공지능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통해 메타버스라는 장기적 목표를 추구해 간다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메타버스 투자 속도를 조정하며 인공지능에 적극 투자하는 변화 이후 메타의 주식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메타는 인공지능을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AI)은 기초 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의 고도화 및 메타버스로의 확장까지, 메타의 제품과 서비스 모두에 적용되는 근간 기술이자 메타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즉 AI와 메타버스는 공생 관계이며, AI는 메타의 'DNA'이자 메타버스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ChatGPT와 함께 폭발하면서 상대적으로 메타버스의 침체가 더 두드러져 보이고 있는 지금이지만,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메타버스 환경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많아지고 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AI가 메타버스와 만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C2E 전략으로 크리에이터들이 메타버스 생태계에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게임사들이 관련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것도 결국은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동적으로 콘텐츠를 창작하거나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보좌하는 역할로 큰 활약을 할 거라는 기대가 높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 많은 이용자들을 메타버스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생성형 AI가 메타버스의 고도화와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한다.
메타버스를 추진하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국내 통신 업계들도 이러한 기대감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루 5,800만 명이 이용하는 인기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하기로 했다. 로블록스는 글을 입력하면 게임 내 가상 아이템을 만들어 주는 생성 인공지능 도구를 발표했는데, ‘머터리얼 제너레이터(Material Generator)’라는 텍스트 명령어 기반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간단한 생성 명령어만 텍스트로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가상공간에서 작동 가능한 버추얼 콘텐츠를 바로 코딩이 끝마친 상태로 제공하는 도구다. 마치 ChatGPT에 원하는 명령어를 써넣고 요청하면 바로 답변이 나오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보인다. 이 도구를 사용한다면 초등학생도 자신의 의도만 잘 표현한 글을 명령어로 입력한다면 원하는 가상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코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이용자들을 위해서는 ‘코드 어시스트(Code Assist)’라는 코드를 완성하는 생성형 AI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 도구는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현재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중 코딩 지식을 확보한 초보 개발자를 겨냥한 것으로, 개발자가 3줄의 코드만 입력하면 개발하고자 하는 게임을 완성할 수 있는 나머지 코드를 인공지능이 제안해 준다고 한다. 코딩이나 디자인을 해본 적 없는 초보자도 로블록스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구현해 낼 수 있도록 하여, 쉽게 누구나 메타버스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로블록스가 이처럼 생성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능을 추가하면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터리얼 제너레이터(Material Generator)
국내 기업 SK텔레콤와 KT도 메타버스 서비스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AI 챗봇 ‘에이닷’과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융합한 ‘아이버스(AIVERSE)’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이닷은 아이버스의 주요 축으로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이자 학습하며 성장하는 AI비서로, 일정 관리나 문자메시지 발송 등 번거로운 일을 대신 처리해 주고, 좋아할 만한 음악과 영상 등을 추천하고 재생해 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원래는 'GPT-3'를 기반으로 SK텔레콤이 한국어 특화 버전을 자체 개발해 내놓은 AI 서비스로 특정 질문에 저장되어 있는 답변만 가능했었는데,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보다 더 역동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KT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믿음(Mi:dm)’을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에 적용해 시장가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멀티미디어 메시지와 배경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AI가 만든 캐릭터가 지니버스 사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인공지능 기술이 메타버스에 적용되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메타버스는 소통, 협업,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플랫폼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이 국경 없이 함께하는 가상세계다. 언어적인 장벽 없이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협업하기 위해서는 다국어 번역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메타버스 공간은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현실세계에서의 제약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곳으로 진화하려는 목표를 만들어지고 있기에 언어적인 단절을 해결해줄 기술의 발달이 꼭 필요하다. 지금도 번역 기능이 제한된 형태로 가능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로 자연스럽게 모두가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서비스가 좋아져야만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모든 분야의 기반 기술이기 때문에 메타버스에 적용되는 것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인공지능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더욱 풍부하고 세심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기술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런 필연적인 이유 이외에도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서 강조를 하는 것은 마케팅적인 측면도 강해 보인다. 트렌디한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으로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끌고자 하는 목적도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에게 인공지능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