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출시 전인 B2B SaaS 기업에 고객과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

2022년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인 생산성 도구 스타트업인 넥타(Nektar.ai)가 최근 600만 달러(약 69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액수는 크지 않은데 투자에 참여한 기업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늘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자가 많은 B2B 시장에 진출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에 넥서스 벤처 파트너스, B 캐피탈, 3One4 캐피탈, 인시그니아 벤처 파트너스, VI 파트너스 등 미국, 인도, 동남아 지역 유명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이 작은 기업은 아직 서비스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투자 유치해 성공했을 뿐 아니라 프리뷰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이름을 올린 고객만 200개 기업이 넘는다. 무엇이 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준비 중인 서비스의 기대를 높이고 있을까?

Nektar.ai는 인공 지능 기술로 영업 자동화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앞세우는 메시지도 파격적이다. 영업 조직에게 계륵 같은 존재인 CRM 데이터 입력 스트레스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고객관계관리(CRM) 및 영업자동화(SFA) 솔루션을 도입한 조직 상당수가 당초 기대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지만, 고객과 연락 주고받고, 만날 시간도 빠듯한 영업 인력에게 과도한 데이터 입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힘을 발휘하는데, 현장을 뛰는 인력들은 이 작업을 번거롭게 여긴다. 따라서 데이터로 가득해야 할 시스템이 늘 정보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 한다.

CRM 도입 효과가 기대 이하다 보니 SFA 같은 부가 솔루션으로 눈을 돌리지만, 결론은 늘 같다. 너무 많은 도구로 인한 부담만 줄 뿐 CRM이나 SFA나 지표 관리와 평가를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없긴 마찬가지다. 현장을 뛰는 인력은 데이터 입력과 처리를 반기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Nektar.ai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CRM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다. Nektar.ai는 영업 인력이 이용하는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서 자동으로 고객과의 소통 내용을 데이터화 한다. 지메일, 구글 캘린더, 아웃룩, 줌, 슬랙 같은 도구를 통해 이루어진 고객과의 소통 이력을 캡처봇(CaptureBot)이라는 AI 기반 기술로 처리한다. 따라서 영업 인력은 따로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CRM 데이터가 최신으로 유지된다.

데이터 입력 압박에서 해방된 영업 인력에게 Nektar.ai는 또 다른 편의도 제공한다. 자동으로 수집해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거래에 집중해야 하는지 친절히 안내한다. 영업 조직을 이끄는 관리자는 중요 지표를 참조해 1:1 코칭 방식으로 영업 인력을 지원할 수 있다.

한 마디로 Nektar.ai는 영업 인력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조회하고, 분석하고, KPI(핵심성과지표)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를 기획하였다. 많은 기업이 보유한 CRM, SFA 같은 기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바로 Nektar.ai의 역할이다.

이 시도가 투자자들 눈에 들어온 데에는 코로나19의 덕도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영업 인력이 고객과 소통하는 데 있어 디지털 채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고, 이런 업무 방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B2B 서비스 제공 기업이 매출 제로인 상황에서 투자에 성공하는 사례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 인공 지능으로 오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박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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