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칩 패권 거머쥔 미디어텍과 시장 격변(상)

미디어텍이 이제 4나노공정의 플래그십용 디멘시티 9000(왼쪽)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에 도전장을 던졌다. (사진=미디어텍, 퀄컴)

지난 2020년 말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깜짝 소식이 전해졌다. 대만의 스마트폰용 칩셋 공급업체 미디어텍이 3분기중 28%의 시장 점유율로 업계 지존 퀄컴(25%)을 꺾고 글로벌 스마트폰 칩셋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이 차이는 1년 후인 지난해 말 발표된 시장조사회사 카운터 포인트의 3분기 시장 조사 결과에서 더 벌어졌다. 미디어텍과 퀄컴의 세계 스마트폰 칩셋 공급 시장 점유율이 각각 40%와 27%였다. 이어 애플 15%, 중국 유니SOC 10%, 삼성전자 5%였다. 쉽게 말해 미디어텍과 퀄컴이 전세계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 10대중 7대에 칩셋을 공급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고가 칩셋 위주의 퀄컴이 매출에서는 우위다. 그러나 이제 미디어텍은 최고급 스마트폰용 칩셋으로 퀄컴에 도전장을 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무엇이 미디어텍으로 하여금 ‘휴대폰 칩셋의 종가’ 퀄컴을 아우르며 세계 휴대폰 칩셋 공급 1위가 되게 했을까.

미디어텍이 퀄컴과 맞먹는 강자로 급부상 배경에는 다양한 기술투자와 인수로 확보한 기술력, 애플 독자칩 성공에 따른 칩 소싱 환경 변화, 퀄컴 시장 지배력에 대한 반동, 팬데믹과 맞물린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미디어텍의 급부상과 세계 스마트폰칩 시장의 격변하는 모습을 2회에 걸쳐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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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마트폰업계 독자칩 개발 배경과 시장 격변


2021년 3분기 업체별 세계 스마트폰 칩셋 공급 규모. 노란색이 미디어텍(40%), 파란색이 퀄컴(27%), 검은 색이 애플(15%), 보라색이 유니SOC(10%), 파란색이 삼성(5%)이다. (자료=카운터포인트)
미디어텍이 디멘시티9000 칩셋으로 그간 퀄컴이 주도해 왔던 플래그십 안드로이드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 칩셋은 4나노공정에서 만들어졌다. (사진=미디어텍)

스마트폰 칩셋 공급1위 미디어텍의 2라운드

스마트폰 시장의 80% 이상을 점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시장에 새로운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전세계 고성능 스마트폰(플래그십) 단말기에 들어가는 사실상의 표준은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이다. 그러나 대만 스마트폰 칩 제조사 미디어텍은 이에 도전장을 던졌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디어텍은 중국 글로벌 빅5 스마트폰업체 오포가 올해 1분기부터 자사 글로벌 주력폰(플래그십) ‘파인드X 시리즈’에 자사의 ‘디멘시티 9000 5G’ 칩셋을 넣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디멘시티 9000은 미디어텍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와 경쟁하며 이 칩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칩셋이랄 수 있다. 그 도전에서 벌써 고객을 찾아내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 샤오미, 비보, 리얼미가 중국 내수용에만 미디어텍 칩셋을 사용해 왔던 것과 달라진 변화다. 차기 파인드X폰은 스냅드래곤 칩셋 대신 미디어텍 칩셋으로 전환하는 이 회사의 최고급 프리미엄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더많은 스마트폰업체들이 서서히 미디어텍 칩셋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더 가격이 싸기에 이를 이용해 더 값싼 주력폰을 만들어 팔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최고급 스마트폰용으로 미디어텍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퀄컴에게 직접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삼성, 원플러스, 샤오미, 모토로라 등은 최고급 스마트 폰에 퀄컴의 최상위 제품인 스냅드래곤 칩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구글이 애플처럼 자체 설계한 텐서칩으로 픽셀폰에 들어가는 칩셋을 퀄컴에 맡기는 대신 자체 조달하기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퀄컴칩 대신 자체 칩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상황은 미디어텍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서상 사양만 보면 미디어텍 디멘시티9000 칩셋은 4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돼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칩셋에 필적한다. 이에 따른 추가 성능은 휴대폰이 3대의 카메라에서 동시에 18비트 HDR 비디오를 녹화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최대 180Hz의 재생률(주사율)로 3억 2000만 화소 카메라와 풀HD 플러스 해상도를 지원한다.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사진=퀄컴).

신호탄은 오포였다. 지난해 12월 기존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에서 미디어텍으로 스마트폰용 칩셋 전환을 선언했다. 미디어텍은 최대 3억2000만 화소 카메라를 지원하는 새로운 4나노미터 칩으로 더 많은 안드로이드 플래그십을 노리고 있다.

레드미 K50을 출시할 샤오미를 포함한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고급 스마트폰(플래그십)에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000을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루 웨이빙 레드미 총괄 매니저는 성명에서 이 칩셋을 성능, 비디오, 게임, 통신, 인공지능(AI) 기능 면에서 “가장 발전된 것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너와 비보역시 자신들이 주력폰에 이 회사 칩셋을 탑재할 기기를 만들고 있다고 확인했다. 사용 모델명은 밝히지 않았다. 아무도 이 칩셋 탑재 스마트폰 출시일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디어텍은 첫 탑재 기기가 올해 1분기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단말기들이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의 판매 병목을 보여온 미국시장에서도 판매될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 1,2위 이통사 버라이즌과 AT&T 같은 회사들은 중국 오포, 레드미, 아너, 비보의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씨넷은 모토로라가 올해 모토파워에 미디어텍의 칩을 탑재하는 것을 포함, 더많은 스마트폰이 스냅드래곤 칩셋에서 미디어텍 칩셋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칩셋 실적 평가를 보면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지난해 전체 글로벌 스마트폰 칩셋 동향이 나오지 않았기에 지난해 3분기에 나온 시장조사 회사 카운터포인트의 집계와 분석 평가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해 12월 16일 카운터포인트가 발표한 2021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시장은 전년동기비 6% 성장했고, 5G 스마트폰 칩셋 출하량은 전년동기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미디어텍은 경쟁력있는 5G 칩셋과 4G칩셋에 대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 40%로 스마트폰 칩셋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급사별 분석과 평가는 다음과 같다.

▲미디어텍=2021년 3분기 스마트폰 칩셋 시장을 40% 점유율로 석권했다. 중저가 5G 포트리오에서 점유율을 차지했다. LTE 칩셋은 이 회사의 시장 점유율 입지 강화에 더 큰 역할을 했다.

▲퀄컴=퀄컴은 파운드리 듀얼 소싱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9% 성장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5G 베이스밴드 칩(모뎀) 시장에서는 62%의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했다. 업데이트된 스냅드래곤 7, 6, 4 시리즈 포트폴리오는 2021년 4분기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애플=애플은 2021년 2분기 스마트폰 칩셋 시장에서 15%의 점유율로 3위를 유지했다. 아이폰 13 출시와 함께 2021년 4분기 연말 성수기 기간중 점유율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유니SOC(쯔광잔루이·紫光展锐)=유니SOC는 지난해 3분기 연속 출하량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에는 10%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아너, 리얼미, 모토로라, ZTE, 트랜스시온과 같은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의 칩 공급권을 따내며 고객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삼성 갤럭시 A 시리즈 칩도 공급했다.

▲삼성 엑시노스=중국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은 물론 인소싱을 겸하는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전략 재정비 과정에서 5%의 점유율로 5위로 밀렸다. 그 결과 미디어텍과 퀄컴은 삼성 스마트폰 ODM이 제조한 중급 4G,5G 모델에서 플래그십 모델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성장했다.

▲하이실리콘=화웨이는 미국의 무역 금지에 영향을 받아 하이실리콘 기린 칩셋을 제조할 수 없었다. 기린 칩셋 누적 재고가 소진될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퀄컴 칩셋을 탑재한 최신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지만 4G 기능에 국한하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 UMC 사업부에서 세계 스마트폰칩 지배자로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외에도 크롬북, 스마트 및 안드로이드 TV, 와이파이 라우터, 5G 핫스팟 솔루션용 칩셋 등을 개발해 왔다.

최고급 5G스마트폰용 디멘시티9000과 함께 인텔에 비해 높은 전력 효율을 제공하는 노트북용 콤파니오 820/828 칩과 AI로 최대 8K 동영상 재생과 스마트폰TV에서 돌비비전을 제공하는 7나노공정 펜토닉 2000 칩도 발표했다.

타이완 신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1997년 설립돼 2020년 3분기 시장점유율 31%로 최대 스마트폰 칩셋 업체가 된 이후 계속 선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3분기에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칩셋 공급업체로 발돋움한 데는 중국, 인도,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게 컸다.

대만 신추에 위치한 미디어텍 본사. (사진=안드로이드 센트럴)

미디어텍은 원래 대만 파운드리업체 UMC의 자회사로서, 홈 엔터테인먼트 제품용 칩셋 디자인사업부로 시작했다. 1997년 5월 미디어텍으로 독립해 2001년 대만 증권거래소(TSEC)에 상장(IPO)하기에 이른다.

이 회사는 초창기에 광학 드라이브(ODD)용 칩셋을 디자인했고 DVD 플레이어, 디지털 TV, 휴대폰, 스마트폰, 태블릿용 칩셋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 회사는 신규 시장 진출 후 점유율을 늘려 가는 이력을 가진 회사다.

미디어텍이 모바일 기기용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한 부서를 출범시킨 것은 2004년이다. 퀄컴보다 뒤늦은 2014년 하반기에 4G LTE 베이스밴드가 통합칩을 대량 출하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회사 칩셋은 모든 4G 핸드셋에 필요한 별도의 베이스밴드 칩(모뎀)을 추가하는 방식이어서 퀄컴의 통합칩에 뒤질 수 밖에 없었다.

2013년 나온 태블릿용 MT8135 칩셋은 암의 새로운 빅리틀을 구현한 업계 최초의 칩이었다. 변형된 MT8135는 아마존이 자사의 킨들 파이어 HD 태블릿 모델에 사용됐다. 2013년 11월 미디어텍은 8개의 CPU 코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칩셋인 MT6592를 출시했다. 2015년 5월 12일, 미디어텍은 업계 최초의 트라이 클러스터 CPU와 10 코어 구성을 갖춘 최초의 CPU를 갖춘 헬리오 X20을 발표했다. 이는 CDMA2000과 통합되는 미디어텍 최초의 호환 모뎀이었다. 트라이 클러스터 CPU는 이후 2018년 화웨이 하이실리콘, 2019년 퀄컴, 삼성 엑시노스 칩셋에도 채택됐다.

모바일 칩 시장은 빠르게 이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됐다. 2020년 3분기에 마침내 퀄컴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칩셋 공급업체로 올라섰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총 3억 5180만개의 칩셋을 출하했다.

세계 시장 출하량 1위가 된 것은 더 저렴한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 회사 전략의 결과였다. 카운터포인트는 미디어텍이 2021년을 통틀어서도 스마트폰 칩 출하량에서 3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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