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로켓 배송 주인공은 美공군...스페이스X 손 잡나?

미국 공군이 로켓을 이용해 지구상 어디든 1시간 내에, 한번에 100톤의 화물을 수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남부 텍사스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회계년도 예산 신청까지 해놓고 있다. 그 발사기지가 해상이 될지, 육상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이를 수행할 유일한 우주기업으로 스페이스X가 꼽힌다.

미 공군의 이 야심찬 계획은 지난달 말 공군이 자신들의 향후 예산 의도와 배분을 기존 예산과 비교해 백악관에 제출한 ‘정당화 책자(justification book)’를 통해 드러났다. 미공군은 기존 ‘트랜스콤 전략 공수(TRANSCOM Strategic Airlift)’ 임무보다 더 새롭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대체물을 모색해 온 가운데 로켓 배송에서 그 열쇠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이 4일(현지시각) 로켓을 이용한 군수품 배송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로켓 배송 사례 예상 렌더링. (사진=미공군)
▲미 공군이 4일(현지시각) 로켓을 이용한 군수품 배송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로켓 배송 사례 예상 렌더링. (사진=미공군)

 

아스테크니카는 최근 공군이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 305쪽에 등장하는 ‘로켓 화물(Rocket Cargo)’이란 제목의 프로젝트를 통해 공군의 ‘로켓 배송’ 계획을 확인했다.

미공군은 이 내용이 보도된 지 사흘만인 4일 기자회견을 갖고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를 공식화했다.

2022회계년도 예산 편성 보고서에서 드러나다···내년에 533억원 투입

미공군의 공개 브리핑에 앞서 보도된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미공군은 오는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022회계년도에 로켓 배송 사업에 4790만 달러(약 533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투자는 새 회계년도가 시작되는 10월부터 이뤄지며 현 회계년도의 970만 달러(약 108억원) 투자에 비해 약 5배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이 문서에는 “공군이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이르는 상업용 로켓 기업들의 투자 성과를 활용해 사상 최대 규모의 로켓을 개발하려 하고 있으며, 1시간 내에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100톤급 공군 화물을 운반하는 완전 재사용 가능한 상업용 로켓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려 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미공군이 개발하려는 것이 스페이스X의 스타쉽을 적시해 지칭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스타쉽은 이런 종류의 능력을 가진 전세계에서 개발중인 유일한 운반수단으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19일 트위터에서 공개한 스페이스X 최초의 슈퍼헤비 부스터.(사잔=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19일 트위터에서 공개한 스페이스X 최초의 슈퍼헤비 부스터.(사잔=일론 머스크 트위터)

이 문서에 따르면 미공군은 이 로켓 개발에 직접 투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공군이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스타쉽 수송수단과 인터페이스하는 데 필요한 과학과 기술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공군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100톤의 화물을 발사해 약 한 시간 후에 그것을 세계 어느 곳에나 착륙시킬 능력을 가질 로켓 배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공군, 로켓 배송 투자분야 적시···유일하게 능력 갖춘 스페이스X

문서는 이에 따른 공군의 과학기술 투자 분야를 “로켓을 신속하게 적재/하역할 수 있는 새로운 로드마스터(수송담당자) 설계, 생소한 현장에서의 신속한 발사 능력, 잠재적 착륙면과 그 표면을 급속히 개선하기 위한 접근법 특정짓기, 적군의 탐지 가능성, 새로운 궤적, 대기권 재진입 후 공중투하를 위한 잠재적 능력에 대한 과학적 기술적 조사”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군은 현 회계년도에 이러한 활동에 970만 달러(약 108억원)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 계획이 시험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내년에는 총액을 늘리려 하고 있다. 이 자금은 올 여름과 가을 예산 심의 과정의 일환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다.

▲스페이스X의 해상 로켓 발사기지 데이모스.(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스페이스X의 해상 로켓 발사기지 데이모스.(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미국 국방부가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예산을 보유하고 있기에 스타쉽의 중요한 고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스페이스X에게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계약임이 분명하다.

현재 사우스 텍사스에서 테스트 중인 이 완전히 재사용 가능한 수송수단은 이론적으로는 달이나 화성으로 비행할 능력은 물론 궤도에 오르지 않고 지구상 두 지점(point to point)을 비행하는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것이 성공하게 된다면 이는 미군에 지구상의 다른 어떤 세력도 따라올 수 없는 병참 능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미군을 위해 정찰 및 통신 위성을 발사했다.

머스크 “내년에 스페이스X 해상발사 기지 ‘데이모스’ 가동”

미공군의 보고서가 제출된 이후인 지난달 3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스페이스X 해상발사 기지 ‘데이모스(Deimos)’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스페이스X는 내년에 스타쉽을 발사할 해양 우주발사기지 ‘데이모스’ 등 우주로켓기지 개발이 아주 훌륭하고 신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를 감안할 때 미공군이 로켓 배송에 이를 활용하고 싶어 할 수 있다.

나사스페이스플라이트닷컴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초 해양 석유 시추 장치 두 기를 사들여 스페이스X 해상 발사기지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기지중 데이모스가 정상 작동 준비를 마쳤음을 밝히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31일 트위터로 공개한 해상발사기지 데이모스에서 스타쉽이 이륙하기 전에 연료를 주입하는 모습.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31일 트위터로 공개한 해상발사기지 데이모스에서 스타쉽이 이륙하기 전에 연료를 주입하는 모습.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머스크는 이들 해상 로켓 발사 기지의 이름을 각각 화성의 위성의 이름을 따서 ‘데이모스’와 ‘포보스’라고 지었다. (이는 이 기지의 최우선 목적이 화성 로켓발사 기지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머스크의 계획대로 내년에 이 해상 로켓 발사기지가 건설되면 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최초의 우주로켓 발사기지가 된다. 우주 로켓을 바다 위에서 발사하면 지상에서 쏘는 것보다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발사 소음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미공군, “C-17 수송기 수준의 로켓 배송 더 이상 문제 아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100톤이나 되는 화물을 실은 로켓을 지구상 어디나 로켓에 실어 보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미공군연구소(AFRL) 로켓 화물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그 스판저스는 “우주 화물에 대한 생각은 우주 비행이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 왔다”며 “현재 로켓은 더 커져서 C-17수송기 적재량에 해당하는 약 100톤을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 발사 비용도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큰 장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달착륙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발사로켓업체로 선정된 스페이스X가 달에 우주비행사를 내려놓은 모습 상상도. (사진=스페이스X)
▲달착륙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발사로켓업체로 선정된 스페이스X가 달에 우주비행사를 내려놓은 모습 상상도. (사진=스페이스X)

에어포스매거진에 따르면 미공군은 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로켓 화물’ 노력은 과학기술 개발에서 실제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며, 스카이보그 윙맨 드론·골든호드 무기 스워밍 구상·항법기술위성 3호에 합류할 네 번째 ‘뱅가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면서 로켓배송 계획을 공식화했다.

AFRL 책임자인 헤더 L. 프링글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우주군(Space Force)과 함께 우리는 국방부 물류의 상업적 능력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켓 화물은 상업적인 능력을 갖춘 미국방부 인터페이스로 구상되고 있으며, 전술적인 일정에 따라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최대 100톤의 화물을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우주군의 ‘우주 및 미사일 시스템 센터’는 그 노력을 위한 프로그램 집행관 역할을 하게 된다.

▲미공군연구소 로켓 화물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그 스판저스는 “우주 화물에 대한 생각은 우주 비행이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 왔다”며 “현재 로켓은 더 커져서 C-17수송기 적재량에 해당하는 약 100톤을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 발사 비용도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큰 장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국제우주정거장 캐나다암(로봇팔)이 화물선을 잡으려 하는 모습. (사진=나사)
▲미공군연구소 로켓 화물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그 스판저스는 “우주 화물에 대한 생각은 우주 비행이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 왔다”며 “현재 로켓은 더 커져서 C-17수송기 적재량에 해당하는 약 100톤을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 발사 비용도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큰 장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국제우주정거장 캐나다암(로봇팔)이 화물선을 잡으려 하는 모습. (사진=나사)

공군군수사령부 책임자 아놀드 W 번치 주니어 장군은 별도의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켓 화물 프로그램은 AFRL의 변혁능력사무소(Transformational Capabilities Office)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역할은 인도주의적 화물이나 대형 톤수 화물을 필요로 하는 전방 지역에 로켓 배송 사례의 일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번치는 “우리가 하지 않을 일 중 하나는···로켓 발사 사업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상업적인 로켓 발사 산업이 그것을 주도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켓 배송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공군 내에서 나온 적이 있으며, 미군 운송사령부는 지난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및 ‘익스플로레이션 아키텍처’와 군수사령부를 위한 로켓 화물 배송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로켓 화물 프로젝트는 트랜스콤 구상과는 별개로 진행된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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