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곳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만약 1000만명이 한번에 홈페이지에 접속한다면 그 사이트는 폭파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단순히 방문하는 게 아니라 100MB 크기의 동영상을 재생한다면, 발생하는 트래픽을 과연 서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하이네켄은 이 무모한 커머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새로운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007 스카이폴'과 파트너십을 통해 TV 광고 ‘The Express’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선보였다. 새로운 007 시리즈라는 관심과 함께 이례적으로 크게 진행된 홍보 캠페인이었다. 전략은 적중했고, 1000만명이 넘은 사람이 하이네켄의 홈페이지에 방문해 광고를 시청했다. 당시 역대급 트래픽을 버틴 배경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Microsoft Azure(MS 애저)'가 있었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 클라우드 서비스 'MS 애저'를 출시했다. 당시 퍼스트 무버로 아마존의 AWS가 시장 수요를 확보해가는 상황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재빠르게 패스트 팔로워로서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사실 클라우드 사업은 후발 주자가 상당히 불리한 시장이다. 초기부터 거대 데이터센터라는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고, 규모의 경제, 즉 커지면 커질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수반되기 때문에 선행 사업자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비즈니스 영역을 구축하기가 어렵다.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술력이나 비용 측면에서 더 나은 사업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발주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MS 애저'로 살아 남고, AWS 추격자 위치를 차지하게 됐을까?

MS, 강력한 고객층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서비스 결합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로가 클라우드 진출을 선언한 2010년에는 AWS의 성장 보다 각 기업의 클라우드 수요가 더 컸다. 시장 성장기였기 때문에 AWS의 승자 독식이 아닌, 동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S 애저에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결합시켜 AWS와는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갔다.

MS 애저의 가장 강력한 점은 마이크로소프트 그 자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OS(Window OS)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Microsoft Office)를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과 개인 고객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S 애저와의 호환 편의만 제공한다면 시장 수요를 그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도 연관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는 아마존이 AWS를 출시한 지 4년이 지난 후에야 시장에 나왔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행처럼 여겼던 탓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윈도 서버와 SQL 서버가 점점 AWS로 잠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경각심을 느꼈고, 2014년부터 회사 비전을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로 정했다. 모든 전략에 클라우드를 앞세웠다.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와 서비스의 결합은 강력한 레퍼런스가 됐다. 적합한 예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소프트웨어인 오피스365(Office 365)'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1년에 오피스365를 처음 출시한 이후, 2017년 기준으로 글로벌 MS오피스 사용자 12억명 중 10%인 1억 2000만명이 오피스365를 사용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나머지 90%도 MS애저의 시장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S애저를 MS 오피스의 메신저 기반 업무용 협업 툴인 팀즈(Teams)와도 결합했다. 팀즈의 사용자가 커질수록 MS애저의 실적도 동반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기준, MS팀즈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는 2억5000만명이며,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전환이 가속화함에 따라 클라우드 애저 매출은 30% 늘어났다고 밝혔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디지털 비대면 업무 일상화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에 힘입어 MS 애저와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의 2021년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50% 성장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우리의 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전환과 변화의 시기를 탐색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성장의 이유를 설명했다.

기존 윈도 고객과의 계약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MS애저의 전략은 적중했다. 또 팀즈와 MS 애저의 동반 성장 성공 케이스처럼 윈도 서버를 MS애저로 전환할 경우 할인까지 제공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했다. 이렇듯 SaaS의 강점을 활용해 IaaS/PaaS의 퍼블릭 클라우드로 확장하는 방식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MS애저의 확고한 영향력을 만들었다.

그래서 MS애저는 대기업 등 엔터프라이즈 규모의 조직에서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온프레미스 제품 계약과도 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1000명 이상 대기업의 퍼블릭 클라우드 채택율(출처: RightScale, 삼성증권)

더불어 과거부터 윈도OS와 SQL서버를 이용해 서비스 제공하던 기업들 역시 자연스럽게 MS애저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게임 산업에 경우, 과거 윈도 개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MS애저를 활용한다.

그리고 MS애저의 목표는 AWS 추월이다. 이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도 마련했다. AWS는 초기 개발자 친화적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자를 늘렸다. 이는 AWS의 클라우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를 뒤집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8조원을 들여 깃허브(GitHub)를 인수한다. 깃허브는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로, 개발 코드와 자료를 공유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깃허브를 확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AWS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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