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표면에 극초미세 전자문신을 해서 건강 이상을 원격으로 사전에 체크한다.’(?)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 속 얘기처럼 들리지만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이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성공했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는 기술인 셈이다.
연구팀은 쥐의 뇌세포 하나하나에 붙일 수 있는 금으로 된 나노급 센서·부품 결합물(어레이), 이른바 전자문신을 개발해 16시간동안 부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전자문신의 크기는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핀 머리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해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 정도다. 나노급 크기의 점과 나노급 크기의 전선으로 이뤄진 이 전자문신은 놀랍게도 살아있는 세포의 모양에 ‘달라붙고’ ‘순응하는’ 특징을 갖는다.
뇌표면 세포에 나노급 전자문신을?
나노기술은 조직 공학, 약물 전달, 또는 인간의 피부와 내부 장기에 진단 목적을 위해 복잡한 물질을 조사하고 설치하는 데 사용돼 왔다.
이제 미국 존스 홉킨스대 연구진은 생체 뇌세포에 나노물질로 이뤄진 전자 문신(전자부품 및 센서)을 부착해 개별 세포의 건강 상태를 추적함으로써 생체의 건강 이상시 조기에 경고하는 데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그 첫 단계로 살아있는 쥐의 뇌세포에 금속 나노점과 나노와이어가 그물처럼 결합된 극초미세 전자문신(전자센서·부품 어레이)를 붙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은 사상 최초로 살아있는 쥐의 뇌세포에 300나노미터급(1나노=10억분의 1) 어레이(결합문)를 부착해 달라붙어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체 세포 크기는 100마이크로미터(1미크론·1μm=100만분의 1m)다.
이 나노 전자기술은 뇌세포의 습하고 유동적인 외부 구조를 따르며 수축하면서 세포에 달라붙는 문신 같은 배열을 갖는다. 또한 이 살아있는 세포에 광학 소자나 전자 장치를 배치할 수 있게 해 준다. 살아있는 세포에 나노미터급 전자장치 어레이를 부착하는 것은 (현재로선 용도가 다르긴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뇌 임플랜트보다도 훨씬더 정교하고 진전된 멋진 기술로 보인다.
연구진이 나노급 어레이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현대 전자산업 및 광학산업에 혁신을 가져온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를 이용한 나노 패터닝 기술 덕분이다.
전자문신 기술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그레이시아스 존스 홉킨스대 교수(화학 및 생체 분자 공학)는 “만약 여러분이 미래에 이 모든 것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상상한다면, 우리는 개별 세포의 상태와 그 세포들을 둘러싼 환경을 실시간으로 원격 감시 및 제어할 수 있는 센서들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고립된 세포의 건강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질병을 훨씬 더 일찍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고 장기 전체가 손상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신체에 독성이 없고 비침습적인 바이오센서 기술 개발 작업에 나선 그라시아스 교수는 이 독성없는 금으로 된 전자문신이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과 기존 센서와 전자 재료 간 간극을 메워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미세한 얇은 문신처럼 배열된 극초미세 센서들이 본질적으로 바코드나 QR코드와 같다고 말했다.
생체와 나노급 센서가 부착된 첫 사례
그라시아스 교수는 “우리는 핀 머리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생체 세포에 전자문신 같은 것을 붙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는)생체 세포에 센서와 전자제품을 부착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전자 배선에서 독성이 없고 신호 손실이나 왜곡을 방지하는 능력으로 잘 알려진 물질인 금을 배열한 형태(어레이)로 문신을 만들었다. 그들은 이 어레이를 섬유아(芽)세포라고 불리는 인체의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세포에 부착했다. 그런 다음 이 300nm 미만의 금(Au) 나노패턴 어레이를 분자 접착제로 처리한 후 금이 세포에 부착되면 용해되는 겔 같은 성질의 얇은 판(알지네이트 하이드로겔 필름)을 사용해 세포분비막(세포 외 기질)과 결합시켰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인간의 피부와 내장 동물의 장기에 나노 기술을 붙이기 위해 하이드로겔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센서 구조물들(전자문신)이 쥐의 뇌 생체 세포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16시간 동안이나 이 부드러운 세포에 달라붙어 있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살아있는 세포에서 복잡한 나노패턴 부착 실증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나노 와이어와 나노 점을 단일 세포에 접착하는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초미세 광학 센서와 전자 장치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생물학적 물질과 호환되도록 만들려 한 오랜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라시아스 교수는 “우리는 세포가 죽지 않도록 하면서 복잡한 나노 패턴을 살아있는 세포에 부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살아있는 세포가 문신과 함께 살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험 성과다. 살아있는 세포와 기술자들이 (초미세)전자기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사이에는 종종 현저한 비호환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팀이 실현한 중요한 성과로 나노 점들과 나노 와이어들을 문신같은 결합체(어레이) 형태로 붙이는 능력도 빼 놓을 수 없다.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생체 정보 추적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센서와 배선을 특정한 패턴으로 배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자 칩에서 배열되는 방식과도 또 다르다. 생체 정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센서와 배선을 특정 패턴으로 배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라시아스는 “이것(전자문신)은 특정 간격을 둔 배열이다. 무작위적인 나노 점 다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전자문신이 생체 세포에 더 오랜 기간 동안 붙은 채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생체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 줄 더 복잡한 나노 회로를 뇌세포에 부착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그들은 또한 쥐가 아닌 다른 종류의 동물 생체 세포에서 실험해 보길 원한다.
이 기술의 개발을 이끈 데이비드 그레이시아스 존스 홉킨스 대학 화학 및 생체 분자 공학 교수는 “이것은 살아있는 세포에 센서와 전자제품을 부착하기 위한 첫 단계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007 영화에도 등장한 생체칩(베리칩)을 손가락 사이에 넣어 결국 현실에서 활용하고 있다. 뇌에 칩을 넣어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이미 1972년에 나온 SF소설 ‘터미널맨’에 등장했을 정도록 오래 된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뇌 임플란트란 이름으로 본격 연구가 진행되고 여러 성과가 나오면서 점차 현실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존스 홉킨스대의 뇌표면에 붙이는 전자문신도 비슷한 경로를 걷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시대가 오면 인간은 신체의 다른 부분까지 전자화하면서 고도의 사이보그가 돼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