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인공위성용 광통신(레이저) 사업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이달 초 스페이스 뉴스 등을 통해 전해졌다.
소니가 갑자기 우주 레이저통신 장비 사업에 뛰어 든다니 의아하다. 소니는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과연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에 뛰어든 걸까. 선입견은 금물이다. 오랜 기술적 배경,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그간의 개발 노력을 잘 살펴보면 오히려 그럴 듯 하다. 사실 소니는 1982년 필립스와 함께 CD 플레이어와 다른 장치들에 들어가는 광디스크 기술을 개발한 선구자다. 자사가 강점을 가진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펼치려는 것이다.
사업 목적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그럴 듯 하다. 소니는 세계 각국 기업들이 저궤도(LEO)위성 수를 크게 늘려감에 따라 이들이 전파 부족을 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마테오에 소니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즈(SSC)를 설립했다고 이달 2일 밝혔다.
SSC는 소형(마이크로) 위성이 지상국과 통신할 수 있도록 해 줄 위성용 레이저 통신 장비를 개발, 구축 및 공급할 계획이다. 즉, 기존 소형 위성에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 통신장치를 대역폭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자사의 레이저 광통신 장치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이는 우주에서 초고속으로 실시간 대규모 데이터 전송까지도 가능케 할 것이다.
저궤도 마이크로 위성의 저전력 통신장비 요구 해결한다
가능성이 있는 걸까.
실제로 매년 지구 저궤도로 쏘아올리는 인공위성 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SSC의 이와모토 코헤이 회장은 DDC설립에 즈음한 발표문에서 “저궤도 인공위성 수와 함께 이 위성에 사용되는 데이터 양도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전파의 양은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전파에 대한 주파수 면허의 필요성과 마이크로 위성과 같은 더 작은 위성에 필요한 적은 전력을 소비하는 통신장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라고 말했다.
소니는 “기존의 무선 통신은 광통신망보다 더 큰 위성 안테나와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며 “소형 위성에서 고속 통신을 달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니는 “그동안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이 10~100㎏의 우주선으로 규정한 마이크로 위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광통신 시스템을 연구·개발해 왔다”고 밝혔다.
‘국제우주정거장 소형광통신링크 장치’라는 의미를 가진 광통신기기인 ‘솔리스(SOLISS)’ 개발에는 소니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및 일본 정보통신기술연구소(NICT)가 참여했다.
솔리스는 지난 2019년 9월 ISS의 일본 측 실험 모듈인 ‘기보’에 설치됐다. 이후 소니 등은 ISS 선내 시스템과 광 지상국 간 양방향 레이저 통신 링크를 구축하기 위해 날씨가 허락하면 주 1회 정도 통신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변수를 조정해 왔다.
그 결과 2020년 3월 5일에는 레이저빔(파장 1.5μm)을 이용한 광지상국과의 양방향 레이저 통신 연결에 성공했다. 이어 3월 11일 일본에 있는 광 지상국은 솔리스로부터 100Mbps 이더넷을 통해 성공적으로 고선명(HD) 영상을 수신했다.
지난 2020년 4월 소니는 우주 저궤도 ISS에 탑재한 솔리스 통신 장치와 일본에 있는 광지상국을 연결해 고화질(HD) 영상 데이터를 (양방향 이더넷 링크로) 세계 최초로 수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NICT 광 지상국은 우주통신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설치된 망원경 시설이다. 총 4개의 망원경으로 구성돼 있다. 도쿄 가고네이에 있는 렌즈 구경 1.0m와 1.5m인 망원경, 이바라키 가시마에 있는 1.0m 망원경, 오키나와 구니가미군 온나에 있는 1.0m망원경이 그것이다.)
소니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설립한 SSC를 통해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광디스크 기술을 경량, 초소형에 양산 가능하며, 우주의 가혹한 환경을 견디는 위성통신 장치 제작에 적용해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스페이스뉴스에 따르면 소니는 자사의 기기를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 또는 고객이 기술을 위해 줄을 서 있는지 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양방향 레이저 방식 소형광통신링크 기기인 솔리스 시험 성공은 각 참여자들이 낸 최고 성과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소니 CSL은 통신 테스트를 수행했고, NICT는 실험 운영과 관련된 기술 지원을 제공했으며, JAXA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기보 모듈에 있는 ‘솔리스’ 시스템의 저궤도 내 가동을 지원했다.
이 기술 개발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소니 통신과학연구실(CSL)은 지난 2017년부터 우주 광학통신 기초 연구를 맡았고, JAXA와 소니 CSL은 장거리 대량 데이터 통신 실현용 솔리스를 공동 개발했다. 이 통신 장치에 소니가 오랜 세월 동안 배양해 온 광디스크 기술을 채택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소니 CSL은 2018년부터 NICT와도 손잡고 광통신링크 기기 솔리스와 광 지상국 간 양방향 통신을 시연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해 왔다. NICT는 위성시스템에 탑재할 광통신 단말기 개발 기술 지식을 제공하고, 함께 지구 저궤도에 있는 ISS에서 솔리스 시연에 필요한 측정과 실험을 공동 수행했다.
저궤도 광통신으로 ‘인터넷 서비스’ 기반 실험도 성공
소니의 큰 그림은 단순한 광통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소니는 이 기술을 저궤도에 있는 위성과의 양방향 통신은 물론 인터넷 구축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소니는 발표문을 통해 “올들어 저궤도 광통신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데이터 파일 전송 실험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까지 밝혔다.
마이나릭(Mynaric), CACI, 테샛(Tesat) 같은 회사들도 레이저 통신기술이 성숙하면서 우주 광학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워프스페이스(Warpspace)는 위성 간 레이저 통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기업과 제휴해 미정부·미국방부 수주경쟁에 나서면서 미국 진출까지 확정하고 있다.
전파를 이용한 무선통신과 비교할 때 빛을 증폭한 레이저를 이용한 광통신의 장점은 대역폭을 확장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에 있다. 소니가 오랜 기간 구축된 광디스크 기술과 이더넷 표준을 이용한 양방향 레이저 통신을 우주위성통신에 적용하게 되면, 향후 위성 간, 위성 및 지상국 간 교차 연결 시 초고속(저지연) 데이터 통신과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 통신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소니의 광통신 서비스 사업의 큰 그림은 지구저궤도와 지상기지국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소니가 우주 광통신에 성공했을 때 사사키 히로시 JAXA 부사장 겸 인간 우주 비행 기술 총재는 “나는 ISS의 일본 실험 모듈(JEM) ‘기보’에 설치된 솔리스(SOLISS)를 통해 우주와 지상 간 양방향 레이저 통신을 구축하게 된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우주탐사혁신허브센터 프로그램에서 비롯된 이 기술이 향후 달과 화성을 탐사시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선과 대용량 데이터 통신을 실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타노 히로아키 소니 CSL 사장은 “소니가 수십 년 간 배양해 온 광디스크 기술은 1㎜ 이하의 초단거리에서 빛을 제어하지만 이번에는 우주와 지상 사이에서도 장거리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 기술은 정밀도가 높고 전력소모가 적을 뿐 아니라 소형화, 양산 가능한 기술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 실험의 성공을 향후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본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 전자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소니가 품고 있던 CD플레이어 기초 기술이 이제 우주 시대의 신사업을 열어줄 황금알로 재탄생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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