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멕시코의 투자 플랫폼 기업인 GBM(Grupo Bursátil Mexicano)에 1억 5000만 달러(약 1674억원)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에 금융권은 큰 관심을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핀테크 스타트업이 아니라 35년 차 금융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결정한 것은 멕시코 개인 투자자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과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디지털 혁신에 모든 것을 건 GBM의 남다른 혁신 의지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에 미래를 걸고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새롭고, 디지털 친화적인 플랫폼은 아무래도 핀테크나 빅테크 기업에 밀리는 분위기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주도하는 플랫폼 개발 경쟁 속에서 소프트뱅크가 35년 차 기업에 투자한 이유는? 핀테크나 빅테크 기업을 따라 하는 가운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올드 보이가 아니라 진짜 스타트업처럼 디지털 중심으로 세상을 바꿀 새로운 가치를 내건 당찬 모습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자산 관리' 모든 기능 제공
GBM은 멕시코 국민의 재정적 자유를 돕는다는 사명을 내걸고 GBM+ 플랫폼 기반의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개인 자산을 관리하고 맞춤형 전략에 따라 주식, ETF 등을 사고팔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간편 결제 기능까지 이용할 수 있어 앱 하나로 모든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언뜻 보면 개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 앱 같지만 GBM+는 주식 브로커를 지원하는 플랫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GBM은 원래 기관을 대상으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다. 35년간 멕시코 증권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이 회사는 최근 10년 사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개인을 위한 투자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소프트뱅크의 눈길을 끈 GBM+ 플랫폼이다.
GBM의 디지털 전환은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았다. GBM에게 2020년은 회사의 역사를 새로 시작하는 한 해였다. 2020년 1월 3만 8000개에 부과하던 투자 계정이 연말에 65만 개로 늘었다. 그리고 2021년 1분기 100만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 시장 기준으로 보면 크지 않은 숫자로 보이지만 이제 막 개인 투자 시장이 열리고 있는 멕시코에서는 엄청난 성과다. GBM의 인기는 기관 투자자까지 이어지고 있다. CNBV(National Banking and Securities Commission)에 따르면 2019년 멕시코 브로커리지 계정은 29만 8000개 였는데, 이 숫자가 2020년 말 94만 개로 늘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GBM이 관리하고 있다. 한 마디로 B2B, B2C 모든 분야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멕시코를 투자의 나라로' 소프트뱅크의 목표는?
흔히 기존 금융 기관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려면 전략, 조직, 문화 다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인데 GBM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리고 소프트뱅크 투자를 계기로 디지털 역량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며, 멕시코를 투자자의 나라로 바꾸는 데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가 이번에도 뛰어난 안목으로 아직 열리지 않은 멕시코의 디지털 기반 소매 금융과 개인 투자 시장에서 금맥을 캘 수 있을까? 아마 소프뱅크의 목표는 멕시코를 넘어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소매 금융 및 투자 플랫폼으로 GBM+를 키우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