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우리말로는 강화복이라고 번역이 되고 있는 ‘파워드 슈트(Powered Suit)’는 사람이 옷처럼 입거나 장착하는 형태로, 인간의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장비다. 군복이나 특수복이 진화한 형태라 할 수 있는데,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미국의 유명 SF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이 1959년에 발표한 SF소설 ‘스타쉽 트루퍼스’다. 이 소설에서 미래 군인들이 군복처럼 착용하는 장비로, 사람이 조정하는대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인간합체 로봇의 형태로 나온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소설이 영화화된 <스타쉽 트루퍼즈>를 통해 이 특수복장을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서 미래 지구군 병사들은 ‘파워드 슈트’라는 기계 갑옷을 입고 거대한 곤충들과 전투를 벌이는데, 군인들이 입은 그 옷은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작동되는 근력 보조 병기라고 할 수 있다. 장착하게 되면 인간을 마치 초인같은 힘을 가진 능력자로 만들어준다는 환상때문에 주로 영화나 만화에서의 소재로 지금까지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현실 세계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실험적인 제품들이 발표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의미있는 성장이 기대되는 디바이스라 하겠다.
현재 군사용과 산업용 그리고 의료용으로 제품이 주로 연구되고 있는데,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군사용이다. 미국의 군사 기술을 연구하는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라는 기술 연구소에서는 2000년부터 파워드 슈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의 군사용 옷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제품 수준의 결과를 발표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기도 했었다. 그리고 미국과 군사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러시아도 군인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파워드 슈트에 큰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용 제품도 많은 민간 연구소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신체를 보호하고 효과적인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보조적인 기구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 중인 산업용 파워드 슈트
의료용 파워드 슈트도 미래에 의미있는 시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의족 스프린터’라고 불리었던 남아공의 육상 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어릴 적 선천적 장애로 두 발을 제거하고 이를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으로 대체 하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다른 일반 육상 선수들과 경쟁을 해서 메달을 따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자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달리기 영상이 인상적으로 각인이 되어 버렸다. 그의 첨단 의족은 뛸 때 받는 무릎과 엉덩이 그리고 등의 충격을 흡수하고 이 에너지를 응축시켰다가 달릴 때 탄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이 되어있다. 이처럼 파워드 슈트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 장애를 극복하고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활용도가 상당히 기대되는 제품이다. 장애인을 위한 파워드 슈트 뿐 아니라 인간이 활동하기에 많은 제약을 가진 우주 공간에서의 작업에 이러한 첨단 제품을 활용하려고 하는 시도가 미국의 NASA에서 계속 있어왔다. 우주 공간이 무중력 상태이므로 근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서 파워드 슈트를 이용하여 우주 공간에서의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우주복을 파워드 슈트로 만들고자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한 우주와 비슷한 환경의 공간인 바다 속에서의 작업에서도 이런 제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 상업적인 용도로도 파워드 슈트가 시장에 조만간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파워드 슈트(Powered Suit)가 이제 현실 생활에서도 활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대중화된 제품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특히 파워드 슈트의 동력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다. 영화 속 아이언맨 아크원자로 같은 작으면서도 강력한 동력원을 가지고 있어야만 이 미래의 옷이 현실에서도 제대로 활용이 될 수 있을텐데 아직 우리의 기술로는 이런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무동력으로 작동하는 강화복이 개발되고는 있지만, 이런 제품으로는 인류가 원하는 수준의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아직은 전력 공급을 유선으로 하는 방식이거나 대용량의 배터리를 이용해서 짧은 시간동안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발전과 함께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것으로 믿어지는 파워드 슈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휴대하고 다니는 모든 기기들은 일정 부분 인간의 능력을 보조해서 어떤 행동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에서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extensions of man)’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디어가 ‘인간의 확장’이라고 하면서, 인간의 옷은 인간 피부의 확장이며 자동차의 바퀴는 인간 발의 확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은 눈의 확장, 라디오는 귀의 확장, 전기회로는 중추신경 체계의 확장이라고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문화는 인간이 자신의 몸을 세상에 확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고안품이라는 것이다. 사실 실제로 인간의 노동이 들어간 세상의 모든 인공물은 인간이 자신의 몸과 정신을 세상에 확장시킨 것이라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공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으로 인해 어느 곳에서도 마치 통화를 하는 사람과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확장시킬 수가 있었다. 그리고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집 안 쇼파에 앉아서 저 먼 나라의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벌어진 일을 마치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처럼 볼 수 있도록 자신의 눈과 귀를 세상 저 끝까지 확장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인간이 발명한 미디어 기기들은 인간을 확장시켜주는 도구인 셈이다. 파워드 슈트 역시 이러한 확장 본능의 산물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