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약 22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지하며 기업가치를 올린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에는 LG그룹의 지주사인 ㈜LG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만 벌써 세번째 투자 유치다. 지난 6월 TPG컨소시엄과 칼라일로부터 유치한 1400억원을 더하면 이제까지 카카오오빌리티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1조원이 넘었다. 현재 기업가치는 4조원에 달하며 예정된 기업공개(IPO) 이후의 기업가치는 최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연간 실적은 지난해 기준 아직 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는 기업이 가진 사업의 유망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사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확보한 카카오T 이용자 네트워크와 그간 쌓인 방대한 양의 운행과 결제 빅데이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6월 30일 시작한 ‘카카오 퀵’ 서비스를 더했다. 아직까지 전화로 호출하는 업체들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진출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티맵모빌리티는 7월 중 ‘대리운전’ 사업 진출을 발표하며 선발주자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진검 승부를 예고했다. 티맵모빌리티의 무기는 국내 최대 규모인 1900만명의 내비게이션 이용자 수다. 카카오T 이용자 2800만명보다는 적지만, 티맵 이용자는 모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운전자인 만큼 대리운전 시장에 그대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두 기업 모두 빅데이터를 무기로 스마트 모빌리티 빅테크 기업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전장 사업에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 데이터 연계한 LG
LG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는 예견 돼 있었다. 1000억원 투자 소식이 알려지기 전 이미 자사의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이고 있는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LG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베터리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베터리 교환과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서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만큼 LG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여로모로 이득이다.
잠시 LG의 ‘전장 로드맵’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베터리 제조 및 활용, 재사용 등 생애주기별 관리 및 진단 서비스인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LG 전자는 전기차 충전 상황 모니터링, 원격 제어 및 진단 등 충전소 통합관리 솔루션을 시범 서비스로 선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LG는 그룹 산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포르쉐,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이스라엘 전장 스타트업 ‘오로라랩스(Aurora Labs)’에 2300만달러(약 269억원)을 투자했다. 오로라랩스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차량 ‘자가 치유(Self-healing)’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전장 시스템의 결함을 미리 감지하고 작동 중지 상황을 예측,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전에 오작동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지난 2018년 LG전자가 자회사로 인수한 오스트리아 ZKW도 주목할 만하다. 차량용 램프 기업으로 알려진 ZKW는 지난해 유럽에서 자율주행 관련 특허 50건을 대거 출원하며 LG의 전장 사업 경쟁력 강화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LG의 전장사업 전체 수주 잔고가 약 60조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ZKW가 수주한 비중이 20%를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LG의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1000억원 투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투자로 LG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2.5%를 확보하며 구글과 함께 5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적인 신사업 진출,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 나선 카카오모빌리티
2015년 카카오T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후 카카오T블랙에 이어 2016년 카카오내비, 대리운전 서비스, 2017년 카카오T 주차, 카카오T 통합 앱, 2018년 카카오T 택시, 자동결제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며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이어왔다.
이어 2019년에는 카카오T 바이크, 타고솔루션즈 인수, 카카오T벤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후 2020년부터 올해까지 국토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 등록, 기차, 시외버스, 내차관리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놀라운 사업 추진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카카오 퀵 서비스를 시작하며 아직까지 오프라인 영역으로 남아 있던 퀵 서비스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퀵 서비스 영역은 대형 택배사와 달리 아직까지 사용자가 퀵 회사에 직접 연락해 의뢰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비자로서는 내 물건이 언제 도착하는지, 어디까지 가 있는지를 알기 힘들고 비용도 투명하지 않아 불편함이 있었던 분야 이기도 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퀵’은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짚어 내 가격 등에 투명성을 강화하고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 기술을 통해 퀵 서비스 기사의 위치, 도착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공유하는 것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배달의 민족과 같이 퀵 서비스 기사의 운송 수단을 도보, 자전거, 킥보드 등으로 다양화 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운송 수단에 따라 일반인의 참여도 가능하다.
이러한 퀵 서비스 시장은 8000개에 달하는 영세업체로 구성 돼 있는데, 규모는 1조원에서 최대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듯 퀵 서비스 시장까지 진출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비스형모빌리티(MaaS) 플랫폼 구축을 통한 스마트 모빌리티 빅테크 기업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서비스 출시로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 돼 온 업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과거 카카오T 택시 서비스가 출시될 당시와 비슷한 시장환경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퀵 서비스 사업으로 수십년 간 퀵 서비스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오던 영세사업자 및 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태로워졌다”며 공포감에 가까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서 서비스를 실시한 대리운전과 택시 업계의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출시한 ‘유료 멤버십’, 대리운전 기사를 대상으로 출시한 ‘프로단독배정권’ 때문이다. 택시의 경우 배차 우선권, 대리운전의 경우 배정 우선권을 멤버십 유료화한 것이다. 이에 각 업계 종사자는 “상생을 이야기하며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티맵모빌리티와 시장 다툼, 힘 겨루기 될까?
지난달 티맵모빌리티는 티맵 서비스 출시 20년만에 새로운 BI를 공개하며 모빌리티 종합 플랫폼으로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뒤쫒는 움직임도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선언한 대리운전 시장 진출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달 중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티맵 안심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후발 주자인 만큼 마케팅도 꽤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 대리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3개월간 전액 환급하는 정책이 그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비해 5년이나 늦은 시장 진출이지만 티맵모빌리티로서는 믿는 구석이 있다.
약 3조원 규모로 알려진 대리운전 시장에서 사업 5년째인 카카오T 대리 서비스의 점유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여전히 80%를 기존 전화호출 대리운전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티맵모빌리티로서는 티맵 내비게이션을 갖춘 만큼 모객은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대리기사 모집 과정에서 대리운전 중 사고 발생 시 보험 보장 범위를 카카오모빌리티보다 약 2배 정도 확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파격 대우에 지난 5월 기사 모집 10일 만에 약 1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대응해 일부 지역에서 대리기사 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양측의 시장경쟁이 과열될 시 자칫 치킨 게임이 될 공산도 크다. 그럴수록 기존 사업자와 종사자들의 피해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대리운전 분야 외에도 향후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겹치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4월 티맵모빌리티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합작회사 ‘우티(UT)’를 설립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점한 택시 분야에 진출했다. 과거 티맵택시에 비해 출시 한달 만에 이용자 수가 1.5배인 40~50만명에 달하며 성장세에 있다. 이른바 카카오모빌리티와 시장을 쪼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티맵모빌리티는 지난달 전기차 사업과 서비스 기획을 담당할 인력 채용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 내 놓을 전기차 특화 서비스를 위한 인력 충원이다. 티맵모빌리티가 준비하고 있는 전기차 특화 서비스는 △충전소 최적경로 탐색 △실시간 충전 상태 조회 △충전소 리뷰, 피드백 △대기시간 예측 △충전 간편결제 △EV 멤버십(구독형 서비스) 등이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카카오모빌리티와 마찬가지로 서비스형모빌리티(MaaS)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제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은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전국시대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간의 투자와 협력을 통한 미래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 소비자 편의가 증대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사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비롯한 기존 사업자들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서비스 개발과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적지 않다는 것은 인정할 부분이다. 다만 미래를 위해 현재 누군가 피해를 봐야 한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 하거나 피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이젠 독점적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취해야 할 의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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