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스타트업 기술 침해와 관련해 이번에는 네이버가 스타트업 뉴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올해 국정감사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 또한 계열사들이 스타트업 기술 탈취, 아이디어 도용 등의 의혹을 받으며 다시금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온라인 상거래 스타트업 ‘뉴려’의 김려흔 대표가 눈물까지 흘리며 “네이버 쇼핑 서비스가 자사 서비스를 베꼈고 이로 인해 회사가 고사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고 호소한 것이다.
논란이 된 것은 네이버 쇼핑이 지난 2021년 12월 출시한 ‘원쁠딜’ 서비스다. 뉴려 측은 이는 약 3개월 앞선 2021년 9월 출시한 ‘원플원’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라 주장했다. 뉴려 측은 ‘원플원’ 상표권 출원과 등록이 각각 2020년 5월과 11월에 이뤄진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2021년 5월 상표권 출원된 네이버의 ‘원쁠딜’보다 1년이 앞섰다는 것이다.
네이버 ‘원쁠딜’ 서비스 출시 이후 매출 급감했다
뉴려가 네이버의 아이디어 도용을 주장하는 자사 서비스 ‘원플원’은 제품을 원플러스원(1+1) 할인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중소·중견기업들에게 판매 유통 기회를 넓혀주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서비스다. 이를 통해 뉴려는 수수료를 대폭 개선해 합리적인 구매 가격을 맞추면서 업체 수수료도 낮추는 시도를 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뉴려의 김 대표는 “‘원플원’ 서비스 출시를 위해 6년간 전국 각지의 농장, 제조시설을 돌아다니며 거래처를 확보했지만 네이버의 ‘원쁠딜’ 서비스 출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원플원과 원쁠딜 서비스 10개 중 9개가 유사함에도 네이버는 본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라고 주장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려의 김 대표가 주장하는 직접적인 피해는 매출이다. 네이버가 ‘원쁠딜’ 서비스 출시 이후 월 매출이 1억원에서 10만원 아래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400개가 넘던 입점 업체도 대부분 이탈해 한자릿수가 됐고, 그로 인해 직원수도 15명에서 3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쟁점은 원플러스원 상품 판매 방식의 독자성 여부
뉴려 측의 주장에 대해 네이버는 원플러스원 상품 판매 방식은 이미 국내외에서 일반화된 판매 방식이라고 일축했다. 해외 기업은 물론 다수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별도의 ‘1+1’ 상품만 모아 소개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측이 내세우는 또 다른 입장은 자사의 ‘원쁠딜’ 서비스 입점 기준이 까다롭고 수수료까지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진행 기준이 높은 ‘원쁠딜’ 입점을 위해 뉴려의 ‘원플원’ 입점을 포기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의 ‘원쁠딜’은 뉴려와 달리 5%의 수수료를 별도로 부과하고 적정 기준에 부합한 업체만 입점 시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또 특정 기간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핫딜’ 방식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이 네이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뉴려 측은 오프라인 마케팅 요소로만 적용됐던 ‘1+1’ 방식을 이커머스 시장으로 가저온 것은 ‘원플원’이 최초라고 반박하고 있다.
올해도 국감장에서 혼쭐 나는 ‘빅테크’… 아이디어·기술 탈취 문제 근본적 해법 필요
뉴려의 주장에 대해 기업 간 아이디어·상품 및 기술 탈취 조사 주관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등에서는 이미 ‘네이버의 잘못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중기부 기술침해조사팀은 변호사까지 동원해 국감 이전에 뉴려 측을 찾아 조사를 진행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 부정경쟁조사팀 역시 이 사안에 대해 “아이디어 탈취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거래 교섭 또는 거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원쁠딜’ 서비스를 선보이기 이전 뉴려 측과 어떤 접촉이나 교류도 없었다”는 네이버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셈이다.
다만 스타트업계에서는 주관 기관들이 내세우는 기술 침해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기업, 빅테크 등에 비해 정보나 법적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 스타트업으로서 대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와 같은 아이디어 도용 논란으로 인해 올해 국감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빅테크·플랫폼 때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회는 이번 논란이 불거지며 ‘스타트업 아이디어·기술 탈취’에 대한 입장을 듣겠다는 이유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더불어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을 오는 26일과 27일 각각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 출석을 요구했다.
카카오의 경우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문제가 됐다. 출시를 앞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트럭커’ 서비스가 화물 운송 중개 스타트업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인 것이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화물맨’을 상대로 인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실사를 진행했고, 일부 자료도 넘겨 받았다고 알려졌다. 이 사안은 곧 중기부 조사를 앞두고 있어 결과에 따라 향후 더 큰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앞서 지난 4월 또 다른 계열사인 카카오헬스케어가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출시를 예고한 카카오헬스케어의 혈당관리 솔루션 ‘감마’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의 건강 관리 플랫폼을 모방했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카카오헬스케어가 닥터다이어리 측에 투자 제안을 했다가 취소한 정황이 문제가 됐다. 카카오헬스케어의 ‘감마’ 솔루션은 또 다른 스타트업인 '글루코핏’의 사업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행정조사 권한은 중기부·특허청에만 부여돼 있고,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도 불가능하다. 결국 분쟁이 발생할 경우 스타트업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민사소송 외에는 딱히 없다.
문제는 소송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법적 소송에 나서는 일부 스타트업 외에 대기업의 입김으로 다른 투자자나 파트너와 관계 단절을 우려해 소송 조차 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