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극초기 창업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AC(액셀러레이터), VC(벤처캐피탈), LP(투자자)들이 모여 예비 창업자와 초기 스타트업 육성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IFC홀에서 열린 ‘2024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 서밋’에서는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AC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두번째 날인 15일 행사는 최근 출범해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지자체의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노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양투자청의 최아람 팀장의 발표와 더불어 LP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원한경 플랜에이치벤처스 대표의 발표로 막을 올렸다.
이어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 최윤섭 DHP 대표, 서은정 GS리테일 팀장이 함께한 패널토론에서는 LP(투자자)와 AC·VC로서 복합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들의 출자 기준과 원칙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딜소싱의 결과는 알 수 없다, 단지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뿐
이날 달소싱을 다룬 세션에서는 박대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이 나서 동전과 주사위에 빗대어 창경센터 사례 중심 지역 딜소싱을 설명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거나 주사위를 던져 ‘6’이 나왔을 때 상품을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동전을 선택하죠. 우리는 확률적으로 더 높은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니까요. 하지만 항상 좋은 선택을 했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나쁜 선택을 했다고 해서 나쁜 결과만 나오는 것은 아니죠. 딜소싱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항상 결과는 3년후 혹은 5년 후에 나오니까요. 아무리 최선의 의사결정이라고 해도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평가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딜소싱 시 의사결정의 평가는 그 순간, 의사결정의 질로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딜소싱은 미래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현재의 의사결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어 박 센터장은 대전창경센터의 사례를 소개하며 “지역에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려면 지역 창업생태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센터장은 공공 AC로서 민간 AC나 투자사와 다른 사명을 강조하며 지역 딜 소싱 플랫폼으로서 거버넌스 구축 노력과 함께 투자 포인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전창경센터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공공 AC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민간은 엑싯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저희는 지역 내 산업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곳에 산업을 만들기 위해 아이템을 빌드업 시키고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또 저희는 다른 AC나 VC의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저희 투자 포인트는 첫째 지역 주력 산업 정책에 속한 창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둘째로는 지역 내 아직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기술혁신성이 있는지를 보죠. 무엇보다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은 세번째인 창업자의 역량 및 태도 입니다. 대부분이 박사급 창업자로 웬만한 멘토 이야기는 곧이 듣지 않고 반박하거든요. 그래서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드릴 준비가 돼 있는지를 보죠. 그 다음으로 보는 것이 지역의 다양한 기관 연구소와 협력 모델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또 공공기술로 상용화와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많이 보고 있어요.”
숨어있는 잠재적 창업자를 찾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날 관심을 모은 또 다른 세션은 ‘숨어있는 잠재적 창업자 찾기’를 주제로 한 패널토론이었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나선 토론은 박대희 센터장을 비롯해 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 조민근 BX PLANT 대표, 강지호 앤트러코리아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패널들에게 목 대표가 던진 첫 질문은 이날 주제인 ‘잠재적 창업자’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발굴 방법. 각 패널들은 흥미로운 관점을 털어 놓으며 말을 이어갔다.
윤상경 대표에게 잠재적 창업자는 수년간 대전에서 에트리홀딩스를 이끌며 셀 수 없이 마주한 각 정부 출연연구소의 연구원과 대학교수, 대학원생들이다. 조민근 대표의 경우는 잠재적 창업자를 ‘기술과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지 못해 창업에 도전하지 않는 상태의 사람들’로 보고 있다. 조 대표는 “이 경우 외부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넘어 그들이 몸담은 회사나 조직 내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충분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예비 창업자’를 잠재적 창업자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팀을 갖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예비 창업자 혹은 잠재적 창업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나 정책적 관심이 없다는 점이 저변 확대의 걸림돌이자 이들을 끌어당기는 모멘텀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새로운 접근법으로 잠재적 창업자 발굴과 육성에 성과를 내고 있는 앤틀러코리아의 강지호 대표는 “모든 인재는 잠재적인 창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분들이 어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창업을 인식하는 정도가 다른 듯 합니다. 가령 주변에 선배가 사업을 잘하는 것을 보면 자극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접점이 없다면 사실 많은 이들에게 창업은 너무 먼 얘기가 되는 거죠.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고 창업에 대해 깊이 파보지 않은 이들을 저희는 ‘소외된 창업자 풀’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앤틀러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팀이 없어도 되고 아이디어가 없어도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모든 창업자들이 시작부터 아이디어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빌드업이 되는 거니까요.”
이어 강 대표는 앤틀러코리아가 이러한 ‘소외된 창업자 풀’을 창업으로 유도하는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앤틀러가 취하는 방법은 채용공고를 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능력은 있지만 창업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당신도 창업을 한다면 어떤 영역의 사업을 하고 싶은지’라는 화두를 던지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통해 지원한 사람들에게 앤틀러코리아가 전제하는 조건이다.
“(저희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모든 창업자에게 ‘여기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요.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 퇴사를 하고 와야하죠. 앤틀러는 준비하러 오는 곳이 아니고 창업을 하러 오는 곳이니까요. 이후 과정은 육성이라기 보다 누가 좋은 창업자인지 모니터링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간 중간 코멘트와 피드백을 주죠. 맞춰야 하는 요건을 제시하고 방법은 각자 알아서 찾고, 필요한 피드백과 네트워크는 제공해주는 거예요. 발로 뛰는 것은 창업자들이 할 일이니까요. 이런 방식을 통해 선발이 잘 되고 푸시를 잘했을 때 좋은 수확을 할 수 있는 거죠.”
좋은 창업자의 기준에 대한 의견도 공유가 됐다. 조민근 대표는 한국의 대기업 시스템에서 과장 이후 회사를 나와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의 선택지가 치킨집과 커피숍으로 몰리는 세태를 지적하며 의견을 밝혔다.
“저는 타고난 사람이 창업자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진정한 창업은 특정 산업이나 연구 분야에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타고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도전 의식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퍼스트 펭귄이라는 말처럼 처음 뛰어내릴 수 있는 과감함, 리스크 관리 노력도 필요하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결단력이에요. ‘go’ 할지 ‘stop’할지 혹은 피보팅할지를 결단해야죠. 모든 스타트업은 대표가 결단하고 움직이는 대로 변합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이트죠. 따지고 보면 결단력도 결국 인사이트에서 나오거든요. 물론 학생 창업자도 있지만 가급적 해당 분야에 최소 5년 이상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직원 육성을 꼽을 수 있어요. 스타트업이야 말로 사람이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하거든요.”
한편 이날 행사는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터기반의 투자 젼략과 관련해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 안지윤 퓨처플레이 CSO의 발표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또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자금 회수와 순환 등에 대한 주제 역시 김상준 이화여대 교수와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의 발표로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