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으로 만들어진 먹어도 안전한 배터리···성능과 용도는?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만든 먹을 수 있는 배터리 재료. (사진=이탈리아 기술원)

먹을 수 있는 진단용 의료기기(센서 등)와 함께 몸속으로 들어가 분해돼도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배터리가 개발됐다. 최근 수년 간 과학자들이 식품성분과 첨가제만으로 식용 회로 및 센서를 만들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먹어도 안전한 전력원(배터리)이 필요했다. 그 완전히 먹을 수 있는 충전식 배터리가 제노바의 이탈리아 기술원(In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이 배터리는 기존의 전기화학적 배터리와 달리 먹어도 안전한 사상 최초의 생화학적 배터리로 여겨진다. 연구진은 이 배터리의 컨셉증명에 이어 용량을 키우고 크기를 줄이기 위한 추가 연구에 들어갔다. 이 식용 배터리를 소형화되면 내시경 등 사람의 소화기 진단 및 치료기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식용 충전식 배터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제시한 먹을 수 있는 배터리 셀의 재료와 성능, 그리고 그 활용에 대해 알아봤다. 이 내용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 저널 3월호에 발표됐다.

식용 배터리는 왜?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만든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충전 배터리. (사진=어드밴스트 머티리얼)

먹을 수 있는 전자 제품은 식품 성분과 첨가제만을 사용하여 소화 가능한 장치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성장 분야다.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몇 년간 연구자들은 완전한 식용 전자기기의 기준에 맞는 몇 가지 기기를 만들어냈다.

이 식용 전자 시스템들을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한데 이 또한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슈퍼커패시터 및 기존의 전기화학적 배터리 전원은 각각 전기 이중층 또는 반대 전극에서 서로 다른 전위에서 발생하는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변화하는 작동 전압 등으로 인해 인체내부 기기용 전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식용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배터리는 정의된 전위에서 전류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되는 전원이 될 수 있다.

이에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산화환원 공통인자를 사용해 생화학 기계에 전력을 공급하는 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어 일상에서 사람이 먹는 물질로 만들어진 먹을 수 있는 전자제품을 가동할 충전식 배터리 개발에 나섰고 개념 증명 배터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먹을 수 있는 배터리 적용 대상인 먹을 수 있는 전자기기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개발되고 보고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카테콜, 요산, 아스코르브산(비타민C)도파민,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생물학적으로 관련이 있는 작은 분자들을 검출할 수 있는 전기화학 센서 ▲식용 pH 센서, 무선 주파수 필터 및 마이크 ▲식용 해동 센서 ▲체내 통신을 위한 식용 알약 ▲천연 염료 및 꿀 게이트 트랜지스터 개발 성과가 꼽힌다.

식용 배터리의 양극재,음극재, 그리고 격리판 재료는?

먹을 수 있는 전자 제품은 식품 성분과 첨가제만을 사용하여 소화 가능한 장치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성장 분야다. 특히 진단 의료기기 분야에서 관심이 쏠린다. (사진=유튜브)

지난 몇 년간 존재해 왔지만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식용 전자제품을 작동하는 생화학적 배터리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탈리아 연구진의 먹을 수 있는 배터리는 음극재로 리보플라빈(비타민 B2, 예를 들어 아몬드, 요구르트, 달걀 등에서 발견)을, 양극재로는 케르세틴(케이퍼, 사과, 레드와인 등에 함유된 식품 보충제 및 성분)을 사용한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제인 활성탄 가루도 전기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됐고, 전해질은 물이다.

단락을 피하기 위해 모든 배터리에 필요한 격리판은 (한국산)김밥용 김으로 만들어졌다.

이 배터리는 셀룰로오스로 만든 지지대 위에 만들어진 2개의 식용 금박이 튀어나온 채로 밀랍에 봉해졌다. 이로써 소형 의료용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완전한 식용 전지가 제조됐다.

먹을 수 있는 배터리의 안전성, 실용성은?

이탈리아 연구진의 식용 충전식 (개념 증명)배터리 셀은 인간이 섭취할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0.65V 전압에서 작동한다.

이 배터리는 12분 동안 48마이크로암페어(μA, 1마이크로=100만분의 1)의 전류를 제공한다. 즉, 저전력 LED와 같은 소형 전자기기에 제한된 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배터리의 충전 가능한 부분에 대해 논문의 도입부에서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은 친환경 전자제품에서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식품 모니터링 같은 특정 용도에서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어디에 활용될까

이 배터리 기술은 먹어도 안전한 의료 기기의 혁명을 예고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신체 내부에 삼키는 전자제품에 배터리가 사용돼 장 건강 모니터링, 원격 인체 내부 모니터링, 신속한 식품 품질 모니터링 등 미개척 분야에 사용될 것이다.

의료기기용으로 사용될 경우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과 같은 일부 의료 시술을 카메라 및 pH 센서를 포함하는 덜 침습적인 알약 크기의 기기로 대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 결과 체내에 기기를 유지해야 하는 위험에 따라 여전히 의료 감독 하에 수행돼야 하는 섭취 가능한 기기 관련 진단 절차가 단순화되고 운영 비용이 상당히 감소하며 이 기기 사용 가치와 효용이 높아진다.

또한 내과용 진단 장치 외에 식용 센서 또는 송신기가 식품 품질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식품 안전 및 지속 가능성 분야 등에 응용할 수 있다.

이밖에 에너지 저장용으로도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공동 저자인 이반 일리치는 “이 식용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커뮤니티에도 매우 흥미롭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과제다. 우리의 식용 배터리는 전기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하지 않지만 이들은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더 안전한 재료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그것들이 다른 과학자들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도록 영감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세계가 가장 인기있는 배터리 재료인 리튬이온 등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인류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유지하기 위한 이 미약한 식용배터리를 더 강력한 식용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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