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칩에 기른 뇌섬유’ 5분 만에 퐁게임 스스로 학습···이젠 더 똑똑해진다

퐁게임 화면. (사진=유튜브)

지난해 반(半) 생체 칩(실리콘칩과 뇌세포를 통합한 칩)이 5분 만에 스스로 아케이드 게임의 시조인 ‘퐁’ 게임을 배우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주역인 호주 모나쉬대학교 연구진이 2단계 연구에 들어간다.

이 대학연구진이 지난 21일 호주 정부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벤처기업 ‘코티컬 랩스’와 함께 이 칩을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연구진의 연구 목표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평생학습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계학습 기능을 가진 반 생체칩을 실현하는 것이다.

실리콘 칩 위에서 키워낸 반 생체칩의 비밀

라지 모나쉬대 부교수는 실험실에서 자란 뇌세포와 실리콘 칩을 통합해 이른바 ‘디쉬브레인’(DishBrain) 컴퓨터 칩을 만들었다. 인간의 뇌 세포와 전자 회로 및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디쉬브레인" 컴퓨터 칩은 차세대 학습 로봇을 뒷받침할 수 있다. 사진은 미드저니가 만든 인공지능. (사진=뉴아틀라스)

지난해 호주 멜버른 소재 모나쉬 대학 과학자들은 약 80만 개의 인간뇌세포와 쥐 뇌세포를 전극으로 연결해 실험실에서 키웠다. 그 결과 제작된 것이 반 생체 컴퓨터 칩인 ‘디쉬브레인’(DishBrain)이었다. 이 칩은 지각력 비슷한 것을 보여주면서 5분도 안돼 ‘퐁’(Pong) 게임 놀이하는 법을 배우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라지 교수는 “실험실에서 기른 뇌세포와 실리콘 칩의 통합이 AI와 합성 생물학 분야를 융합시켜 프로그래밍 가능한 생물 컴퓨팅 플랫폼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디쉬 브레인의 중심에 있는 미세 전극 배열은 뇌 세포의 활동을 읽고 이 세포들을 전기신호로 자극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뇌 세포가 움직이는 전기로부터 자극을 받는 퐁 버전을 설치해 퐁 게임의 공이 ‘화면’의 어느 쪽에 있는지, 그리고 공이 공을 치는 노(櫓·paddle )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 나타내고자 했다. 그들은 뇌세포가 노에 작용해 노를 좌우로 움직이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구진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즉, 이들은 칩의 작은 뇌세포 클러스터들이 그들의 환경내 예측 불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를 이용해 아주 기본적인 보상시스템을 설정했다.

그래서 만약 노가 공을 친다면 세포들이 멋지고 예측 가능한 자극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실패하면 세포는 4초 동안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을 받도록 했다.

실험실에서 자란 뇌세포가 세상을 감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작용할 수 있는 방법이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이 실험의 주인공인 아딜 라지 호주 모나쉬 대학교 부교수는 이를 더 확대하는 추가 연구 목적에 대해 “미래의 이 새로운 기술 능력은 결국 기존의 순수 실리콘 기반 하드웨어의 성능을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지 교수는 지난 21일 권위있는 호주 국립지능및보안발견연구자금(National Intelligence and Security Discovery Research Grants) 프로그램으로부터 40만7000달러(약 5억 2000만 원)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았다.

순수 실리콘칩에 생체연계해 지속적 평생학습 노린다

일련의 전극에서 성장하고 있는 디쉬브레인 뉴런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사진. (사진=코티컬 랩스)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의 목표는 실리콘 칩에서 인간의 뇌 세포를 성장시켜 기계 학습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능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평생동안 지속적인 학습에 뛰어나 우리를 평생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전통적 AI는 새로운 데이터에 노출될 때 이전에 학습된 정보를 덮어쓰는 현상인 ‘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에 시달린다. 이는 인공지능의 지속적 평생학습을 어렵게 만든다.

라지 교수의 연구 프로그램이 획기적인 것은 기존 AI 시스템에 부족한 능력인 ‘지속적 평생 학습’에 초점을 맞춘 데 있다.

모나쉬 연구진이 코티컬 랩스와 함께 실리콘칩 위에 성장시킨 디쉬브레인 내 뉴런의 현미경 이미지. 형광 마커를 사용해 세포를 강조했다. (사진=코티컬 랩스)

모나쉬 대학 연구진은 이 반 생체칩을 사용해 컴퓨터의 성능, 메모리 및 에너지를 보존하면서 기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배우고, 오래된 솜씨를 잊지 않으면서 새로운 솜씨를 습득하고,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이전에 배운 지식을 새로운 작업에 적용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려 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연구팀의 목표는 평생 지속되는 학습의 기초가 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러한 메커니즘을 복제해 놀라운 기능을 갖춘 보다 발전된 AI 기계를 만들게 된다.

그러면 이 칩을 탑재한 현 세대의 자율주행차, 자율드론, 배달로봇 및 지능형 웨어러블 기기들에게 요구되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스스로 배워가고 판단하면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또다른 지능을 제공받게 된다.

라지 교수는 “이 칩은 그들에게 평생 동안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기계 지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계 지능의 미래를 위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이 연구에서 나오는 결과들은 계획, 로봇 공학, 첨단 자동화, 뇌-기계 인터페이스, 약물 발견 등을 포함하는 여러 분야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호주에 상당한 전략적 이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를 통해 하드웨어와 그 방법에 따른 수용 능력을 실리콘 컴퓨팅에서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이 연구의 성과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호주를 상당한 전략적 우위에 오르게 하고 AI 혁명의 최전선에 설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의 인류는 기계와 생체가 결합해 지능을 갖고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별종 기계를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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