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법인을 둔 가상자산사업자가 알아야 할 내용

[편집자주] 본 글은 싱가포르 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회사 젠가K의 창업자이자 스타트업 리서치 플랫폼인 로드스타트 공동 대표인 안태현 대표님이 미디엄에 작성한 글을 동의하에 전재합니다.

싱가포르 규제 이해하기 3탄 — FSMB(금융서비스시장법)


4월 초에 싱가폴에 법인을 설립하여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프로젝트의 이사가 전화를 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늦은 밤 죄송합니다. 싱가포르 법인 중 싱가포르인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하지 않아도 라이선스가 없으면 당장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싱가포르 정부에서 발표했다는데 사실인가요? 신속한 상황 파악을 위해 실례지만 연락드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월 5일 소위 옴니버스 법안으로 불리었던 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Bill (FSM Bill)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법은 싱가포르 법인이 해외에서만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이 법이 언제부터 효력이 있는지는 아직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즉,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참고로 결제서비스법 (PSA 2019)의 경우 1년 후인 2020년 1월 28일부터 시행되었고, 이미 법 시행 전부터 규제 해당 서비스를 하고 있던 가장자산사업자(VASP)들은 6개월의 예외 기간동안 라이선스를 신청하면 라이선스 취득여부가 나오기까지 비지니스를 지속할 수 있게 하였다.

적지 않은 한국인 창업자들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웠는데, 해외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유사 질문에 대해 무한 반복하여 답변할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FSMB의 핵심 사항 (법안은 총 400페이지가 넘는다) 및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가능한 대안방안들에 대해서도 정리해 보았다.

FSMB의 배경과 목적

FSMB이 이번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법안이 나온 배경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있다. 2019년 채택된 FATF 기준에 따라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 (VASPs)는 법인이 존재하는 국가(jurisdiction)에서 라이선스를 받거나 등록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VASP들은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을 위해, 서비스 대상과는 별도로 규제 면에서 보다 유리한 국가(jurisdiction)에 법인을 두고,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다. VASP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가 싱가포르이다 보니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싱가포르 외의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 규제당국인 MAS는 FATF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2020년 7월 21일 99페이지의 컨설테이션 페이퍼 (Consultation Paper on the New Omnibus Act for the Financial Sector)를 공표하면서 입법화가 예고되었다.

본 법안의 골자는 (1) MAS 의 금지명령처분의 대상과 권한의 확대를 통해MAS의 규제 권한을 확대하고, (2)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자금세탁 또는 테러자금조달방지책 강화를 위해 싱가포르가 아닌 해외에서 서비스를 하는 싱가포르 법인에 대한 규제이다.

싱가포르 법인을 둔 VASP 에 미치는 영향

기존의 규제 프레임 하에서는 관리 감독과 규제의 사각 지대였던, 싱가폴 이외 장소에서 서비스하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둔 사업자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새로운 금융기관 등급으로 분류되며, 라이선스를 신청하여야 하고,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 금지 의무 가 부과되며, MAS의관리 감독을 받게 된다.

입법화 과정과 법적 효력 시기

본 법안은 옴니버스법안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7월 21일 MAS 가 99페이지의 컨설테이션 페이퍼를 발표했고, 2022년 2월 14일 처음 의회에 상정되어 1독 후, 4월 4일 2독이 있은 후 다음 날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의회 사이트에 본 법안이 4월 5일 통과되었다고 나온다.)

법안이 언제부터 법적효력을 갖는지는 정부의 어젠다에 따라 결정이 되며, 주무 부서 (이 경우 MAS)의 장관이 관보(Gazette)에 공표하면서 시행일을 게재하게 된다.

그래서 어찌하오리까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해외에서만 서비스를 하던 기업들 중 발빠른 곳들은 차질없이 비지니스를 지속하기 위해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고 있다. 추려보면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1) 철새형

싱가포르의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짐싸서 옮기까? 최근에는 파나마나 건지(Guernsey)가 규제 청정 지역으로 뜨고 있다고들 한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크립토 허브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싱가포르통화청 (MAS)은 2017년 < A Guide to Digital Token Offerings > 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토큰이 금융상품의 성격을 가지면 증권선물법에 따라 규제를 받으며, 유틸리티 토큰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 (DPT) 서비스 사업자들에 대한 라이선스를 규정하고 있는< Payment Services and Markets Act >가 2020년 1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

올 해 들어서는 1월 17일 대중에 대한 크립토 트레이딩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는 등 마케팅을 제한하는 < Guidelines on Provision of Digital Payment Token Services to the Public > 을 발표했다.

이어 4월 5일에는 싱가포르 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싱가포르 법인에 대해 라이선스 및 의무조항을 포함한 < 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Bill>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제도권에서 가상자산사업을 영위하려면 그에 따른 의무조항이 있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규제를 따라 이동하는 철새가 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조세회피지역 등에 법인을 설립할 경우 각 국의 세무 당국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 곰형

어차피 싱가포르 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보다 명확한 규제 프레임을 가진 싱가포르에서 정면돌파를 해볼까?

VASPs 입장에서 싱가포르는 규제는 있지만, 규제의 불확실성은 없다. 싱가포르의 MAS는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규제의 프레임을 만들고,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며, 국세청인 IRAS 는 크립토 관련 세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기업의 경우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제도권에서 비지니지스를 운영하는 곰같은 우직함이 철새보다는 지속가능한 대안일 수도 있다. 적어도 금융 선진국으로서 위상이 높은 싱가포르에서 가상자산사업을 한다면 평판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 당국의 정책적인 목표는 자금세탁방지 및 자국의 금융 투자자 보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AML/CTF 에 대한 통제방안만 잘 갖추고 있다면, 싱가포르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지 않는 사업자들의 경우 싱가포르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VASPs보다는 상대적으로 FSMB 상 라이선스를 받는게 용이하기를 시장 전문가들은 바라고 있다.

곰이나 철새에 비해 보다 유연한 대안을 찾는 경우도 있다. 박쥐와 아기 캥거루 전략이라 칭하겠다.

3) 박쥐형

규제 청정지역인 곳에 자회사나 별도 법인을 만들어 MAS 규제를 받는 서비스들은 이전하고, 규제를 받지 않는 활동들만 싱가포르에 남기도록 리스트럭처링을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최근의 많은 프로젝트들을 보면 여러 국가/지역에 조직을 분산하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어쩌면 박쥐같은 이런 양다리 전략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서 사업의 효율성 뿐 아니라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세금, 은행 계좌 개설, 평판 등의 이유로 2018년 부터 많은 프로젝트들이 토큰 발행사는 역외에 두고, 싱가포르나 평판이 좋은 국가에 재단과 운영법인을 별도로 두는 구조로 Initial Coin Offering (ICO)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다양한 법인 간의 법적인 관계에 대해 명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여러 법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비용이나 복잡함이 수반된다.

4) 캥거루형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중 싱가포로의 규제를 받는 부분들에 대해 이미 라이선스를 받은 싱가포르 로칼 사업자들과 전략적 파트너쉽으로 해결이 가능한가?

아기 캥거루는 자생적으로 생활하기 전까지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 속에서 보호를 받는다. 어느 나라에서 라이선스를 받을지, 혹은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비지니스의 영속성을 위해 규제의 보호막이 되어줄 파트너를 찾는 기업들도 있다.

FSMB에 의하면 이미 PSA 나 다른 금융법의 라이선스를 받은 사업자는 제외된다. 현재 PSA 에서 DPT (Digital Payment Token) 서비스 관련해 4개의 회사가 풀라이선스를 받았고, 4개의 회사가 In-Principle Approval 을 받은 상태이다. 또한 63개의 회사가 DPT 서비스 (digital payment token services) 라이선스에 대해 적용제외(Exemption)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즉, 이미 PSA 라이선스를 받았거나, 예외 리스트에 있는 기업과의 파트너쉽을 맺고, 규제받는 행위에 대해 그들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비즈니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단점도 있다.

참고로 PSA법안이 2020년 1월 28일 시행된 이후 총 300 여개의 회사들이 DPT 라이선스를 신청했고, 지난 2년 동안 단 4개사가 풀라이센스를 받았고, 4개사는 In-Principle Approval 을 받은 만큼 DPT 서비스 라이선스 받기는 녹녹치 않다.

최근 진행 중인 연구과제 때문에 DPT 라이선스를 받은 곳들과 적용제외 리스트의 회사들 중 10개사를 선정해서 포커스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원체 많은 업체들이 DPT 라이선스를 신청하였기 때문에, 신청서 제출부터 최종 결정까지 평균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 중 MAS 의 전담 직원을 배정받는 것만도 1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었던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MAS 는 투명하기 때문에 숨겨진 비법은 없다고 말했다…..다만 무엇보다도 AML/CTF 에 대한 통제 프로세스가 MAS 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항이라고 했다.

다행히 인터뷰한 대부분의 라이선스 사업자들은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 해외 사업자와와 협업을 위한 파트너쉽이나 화이트레이블 등 지원에 대한 가능성을 오픈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라이선스를 받았거나 MAS 규제를 받은 사업자이다 보니 KYC 절차에 따라 선택적일 수 있고,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에도 제한이 있다보니 모든 크립토 프로젝트에게 가능한 대안은 아닐 수 있다.

비즈니스 결정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의 언급한 대안들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상존한다. 규제 환경이 변화에 따라 그 영향 및 가능한 대안들을 분석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은 사업 주체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FSMB법안의 주요 내용


1. 금지명령대상 범위 확대

기존에는 MAS가 증권선물법, 금융자문법, 보험법 등 기존 법령에서 정의된 대상과 행위에 대해 금지 명령처분을 내릴 수 있었는데, 향후 보다 복잡해지는 환경에서 금융적 리스크를 고려하여, 금지명령 처분 대상의 확대,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활동 범주의 확대 및 금지명령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의 합리화를 도입.

MAS에서 규제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적합하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금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였고, 해당 위법행위의 본질 및 심각성과, 금융 부문에 끼칠 영향에 따라 금지명령이 달라짐

금지명령을 받는 주체는 MAS로부터 사전에 예고를 받을 것이며, MAS가 금지명령을 내리기 전에 변명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금지명령을 받은 주체는 장관 (Minister)에게 MAS로부터 내려진 금지명령에 대한 항소할 권리가 있음.

2.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책 강화


VASP 지역적 정의 확대

FATF 는 싱가폴내에서 만들어지고, 서비스화 되는 가상자산에 대해서 ML과 TF에 대한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서, 현행국에서의 라이선스 또는 등록을 요구했음

본 법안의 도입으로 싱가폴 이외 장소에서 서비스하는 사업자는 MAS 에서 규제하는 새로운 금융기관 등급으로 분류될 것이며, 라이선스 및 필요 요건들을 충족해야 함

DT 서비스 범위 확대

FSM 법안은 강화된 FATF기준에 부합하여 DT 서비스 영역을 규정하였다. 이는 PSA에서 규정하는 DPT 서비스보다 확대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1)디지털 토큰 거래 (예로 중개, 자금운용, 인수에 부수되는 DT을 사고 파는 행위)

2) 디지털 토큰 교환하게 돕는 행위 (예로 DT를 상장시키는 거래소)

3) 댓가 (현금, 또는 다른종류의 디지털 토큰)를 목적으로 타인에게 DT를 사거나 팔도록 유도하거나 알선하는 행위 (브로커를 알선하는 것도 해당)

4) 디지털 토큰을 한 주소/계좌에서 다른 주소/계좌로 전송(송금)하거나 송금을 주선하는 행위

5) 디지털 토큰 커스터디 서비스 혹은 다중 서명권자나 월렛의 키를 분산저장하는 커스터디 솔루션 제공

6) 디지털 토큰의 투자나 매각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 자문 (전문적인 법률자문 및 회계 자문은 포함되지 않음)

AML/CFT 감시 및 감독

  • MAS는 DT 서비스와 관련된 거래가 익명성과 파급 속도로 인해서 ML/TF 위험이 높을 수 있으므로, FSM법안의 역할은 VASP들의 ML/TF행위에 대한 리스크를 규제
  • VASP에 대해서 전반적인 규제 권한을 MAS 에 부여.

1) 라이선스에 필요한 요건 설립

2) AML/CFT 검사

3) 싱가포르 정부기관 및 해외 감독기관의 요청 시 AML/CFT 검사에 응하도록 명령할수 있음

VASP 라이선스의 요건

싱가포르에 의미있는 실재 (meaningful presence)를 확인하고, MAS 에 적합한 감독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다음의 요건이 부여될 수 있음

1) 싱가포르에 항구적 사업장을 가질 것

2) MAS 에서 서면으로 요청한 날/시각에 AML/CFT 관한 질문에 답변하거나 고객이나 사용자의 불만을 처리하기 위해 적어도 한 명 이상 직원이 존재할 것

3) DT 서비스 관련한 거래원장을 보관하며, MAS 요청 시 적시에 제출

4) 서면으로 사전에 제출된 혹은 MAS 에서 특정하는 재무적인 요건을 만족할 것

기술위험관리 (TRM) 강화

  • MAS는 기술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요건들을 금융기관에 요청하고, 이를 중앙 집중적으로 단속 관리할 권한을 갖음
  • 기술 리스크 관리 요건을 어길 경우, 최대 S$1mn 벌금이 부여될 수 있음

승인된 분쟁해결센터 법적 보호

  • 금융분쟁해결센터 (FIDReC)의 중재인, 임원, 대표 등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클레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면책권한 부여
  • FSM법안은 승인된 분쟁해결센터의 중재인, 직원, 운영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책무에 대한 법적 보호 마련
  • 법적보호의 수준은 싱가폴 내 타 공적기관내의 분쟁해소기관 또는 다른나라 유사기관의 보호수준에 상응
  • 이 법적보호는 합리적이고 도의적인 수준에 근거하며, 의도적인 과실, 업무태만, 사기행위, 부정행위는 해당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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