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다음달 17일 재오픈 한다. 한때 국민 SNS였던 싸이월드의 재오픈은 그 동안 적지 않은 논란을 자아냈다. 특히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반 능력 미비로 몇 차례 오픈이 연기됐고, 불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등 운영사의 신뢰성 부족은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져버렸다.
그러던 싸이월드가 '메타버스'와 '코인'을 양손에 들고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의 메타버스 트렌드에 맞춰 한글과컴퓨터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통합결제 업체 다날을 통해 메타버스 싸이월드의 결제수단 '페이코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싸이월드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와 협약으로 '싸이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한 가상화폐는 NFT마켓플레이스 출시 소식을 알리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싸이월드는 2년여 전인 2019년 10월에 서비스가 중단됐었다. 그러나 3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토종 SNS인 만큼 이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지속됐고, 싸이월드제트가 오는 12월 17일 메타버스 서비스를 근간으로 재오픈을 한다.
이에 대해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싸이월드 부활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14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복원 작업과 개발에 매달렸다"며, "메타버스와 XR(확장현실) 기술을 더한 3D 버전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싸이월드제트 측은 올해 3월 싸이월드 재오픈을 공언했었지만, 이는 5월, 7월로 줄줄이 연기된 바 있다. 가까스로 7월부터는 접속 가능한 싸이월드 페이지만 생성했고, 아이디 찾기 기능을 일부 적용했다. 이후 8월, 9월, 10월, 11월 등 재오픈 시기를 계속 연기해 왔다. 그때마다 운영사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말을 바꾸었고, 업계에서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갖춰지지 않았다' '회사의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싸이월드제트는 자사의 이사진이 대표로 있는 MCI 재단과 코인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 MCI 재단의 가상화폐 'MCI코인'을 리브랜딩한 싸이클럽이 나왔다. 초기에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았지만, 최근 NFT마켓플레이스 출시 소식을 알리면서 급상승을 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인 15일만 해도 싸이클럽의 가격은 47.9원이었는데, 2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가격은 한때 310원을 상회하며 폭등을 이어가고 있다.
NFT마켓플레이스 출시 소식으로 싸이클럽이 급등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단순히 가상화폐를 가지고 NFT를 거래하는 것이 아닌, 싸이월드라는 플랫폼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NFT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제법 괜찮은' 공간이 싸이클럽 급등의 핵심이자, 싸이월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포인트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는 "메타버스에서 생산되는 가장 큰 상품은 디지털자산이 될 것이다. 디지털 자산의 소유를 증명하는 NFT는 급속하게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NFT 그림을 소유하고 메타버스 안에서 전시회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싸이월드와 싸이클럽에 적용하면 한결 이해가 쉽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싸이클럽은 물론, 지속적으로 오픈을 미뤄온 싸이월드 자체의 내재가치가 없는 상황에서 시류를 잘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는 "NFT에 대한 투자 혹은 투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실제 해외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주목 받고 있다. 싸이월드 재오픈도 한컴과의 협력을 공식화 하면서, 팽배했던 소비자 불신을 줄이는 등 시류에 잘 올라탔다. 다음달 서비스 출시가 된 이후에 가치를 재평가 해봐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싸이월드는 한글과컴퓨터와 메타버스 분야에서 손을 잡은 것이 신의 한수였다. 지난 17일 싸이월드제트와 한컴은 '싸이월드-한컴타운'의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사는 지난 9일 메타버스 서비스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개발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인지도는 높지만, 운영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컴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서비스 신뢰도 향상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컴 역시 2세 경영자로 나선 김연수 대표의 신사업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싸이월드를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서비스 사례는, 회사 측에서 밝힌 것처럼, 싸이월드 이용자가 미니룸을 열고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싸이월드-한컴타운'에서 기업은행, 메가박스,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또 메타버스 미팅 공간인 만큼 가상 오피스 출근, 음성대화, 화상 회의, 클라우드 협업 문서 작성 등이 가능한 한컴타운의 기능과 접목해 싸이월드의 이용자가 미니룸에서 회사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특히 IBK기업은행이 싸이월드측과 '서비스 협업 및 제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싸이월드 메타버스 플랫폼에 은행권 단독으로 입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IBK기업은행은 도토리 구매건수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는 'IBK 도토리통장(가칭)' 등 싸이월드 회원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출시한다. 게임요소를 접목한 '메타버스 금융체험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싸이월드와 함컴의 협력 관계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NFT 사업에서도 힘을 모으고 있다. 양사의 첫번째 NFT 사업은 '나만의 미니미'로, 싸이월드-한컴타운이 나만의 미니미 NFT를 만들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추후 여기서 만들어진 미니미는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장시켜나간다는 전략이다.
싸이월드제트측은 또한 통합결제 업체인 다날과 협력해 메타버스 싸이월드 내에서 결제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다날은 자회사 다날핀테크가 개발한 가상자산 페이코인(PCI)이 메타버스 싸이월드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신규 아바타, 건물 꾸미기, 브랜드 상품 구매 등 다양한 콘텐츠를 페이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편의점, 외식, 영화관, 골프 등 전국 7만여 페이코인 가맹점에서 결제 시, 싸이월드는 물론 메타버스 싸이월드 내에서 동일한 상품이나 혜택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싸이월드 서비스를 둘러싼 이와 같은 흐름을 보면, 싸이월드 재오픈 후 단기적인 흥행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서비스 안정화 작업과 함께, 소비자 지향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 및 서비스를 다듬어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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