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자체는 어떻게든 성공하더라도 이후 준비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겁니다.
쏘카가 지난 6월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드디어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8월 중 상장 예정이라 하니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건데요. 이러한 쏘카의 상장 도전은 정말 여러 측면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 유니콘 기업이 국내 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것 자체가 최초의 일입니다. 또한 IPO 시장 자체가 냉각되어 있기에, 쏘카의 흥행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데요. 이미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상장을 철회한 가운데 쏘카마저 실패한다면, 마켓컬리 등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유니콘 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쏘카 자신에게 있어서는 상장 자체보다는 상장 이후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 보이는데요. 지금부터 상장을 앞둔 쏘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쏘카의 가장 큰 불운은 상장을 해야 할 시점에 시장 환경이 최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쏘카가 내세운 목표는 매우 소박한데요. 우선 기업가치가 1조 2천억 원에서 1조 6천억 원 사이로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딱 올해 초 롯데렌탈이 투자하던 당시 인정받은 금액 1조 3천억 원을 기준으로 맞췄고요.
더욱이 구주 매출 없이 공모주를 전량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라 합니다. 특히 이번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전체 주식의 16.28%라고 하는데요. 이는 최근 3년간 평균인 38.8%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흥행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즉 쏘카는 당초 기대하던 수준을 하회하더라도, 어떻게든 상장을 성사시키고 하는 겁니다. 일단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선 최악을 피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렇게 최대한 겸손하게 스스로의 가치를 메긴 덕택에 냉각된 공모 시장 관점에서 보더라도, 가격 자체는 어느 정도 매력적인 수준이라 보이고요. 쏘카의 높은 인지도와 박재욱 대표 등 검증된 경영진. 그리고 국내 시장에 상장하는 첫 유니콘 기업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 어떻게든 상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그걸 기대하고, 하락장 속에서도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이고요.
다만 증권신고서를 통해 드러난 쏘카의 민낯은 생각보다 더 좋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사실 쏘카의 외형 실적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2019년 매출이 역성장 하긴 했지만요. 꾸준히 성장 중이기도 하고요. 적자 역시 2019년 대비해서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쏘카의 외형 실적은 겉보기엔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데이터 출처: 쏘카)
하지만 자세히 보면 쏘카의 실적이 참 애매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적자는 줄여가고 있지만 흑자 전환은 아직인 데다가, 손익 분기점을 맞추더라도, 높은 이익률을 기대하긴 어렵고요. 그렇다고 매출의 성장세가 정말 매력적인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상장은 일단 성공한다 치더라도, 장기적이면서 영속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무언가 돌파구가 없다면, 쏘카의 미래는 밝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렇게 쏘카가 애매한 박스권에 갇힌 이유는 쏘카의 핵심 사업인 카셰어링 시장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쏘카가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쏘카 전체 매출의 무려 97%가 카셰어링 사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즉 쏘카는 카셰어링 말고는 현재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대안이 있거나, 가능성 있는 신사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요.
쏘카의 사업 부문 중 카셰어링의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출처: 쏘카 증권신고서)
그런데 놀랍게도 쏘카는 동시에 카셰어링 시장의 압도적인 지배자이기도 합니다. 시장 점유율이 현대카드 데이터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 기준 78.56%에 달하고요. Statista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40%대로 낮아지긴 하지만 2위 업체 대비 4배 수준인 건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사실상 카셰어링 시장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쏘카의 사업 실적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건, 곧 그 시장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카셰어링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곤 있긴 한데 성장률 자체가 시원찮습니다. 연평균 고작 7.5% 성장했으니 말입니다. 매년 적어도 20% 이상씩 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에 비하면, 정말 초라한 숫자이기도 하지요.
카셰어링 시장, 새로운 시장이라 보기엔 뭔가 성장률이 시원찮습니다 (출처: 쏘카 증권신고서)
이렇게 성장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유사한 업종이라 할 수 있는 렌터카 시장을 효과적으로 잠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예시로 든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높았던 이유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측면도 있지만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대체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시장은 동 시기에 정체되거나, 업태에 따라선 역성장하기도 했거든요. 반면에 렌터카 시장은 카셰어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입니다. 물론 이는 카셰어링 자체가 없는 수요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기도 도 하지만,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유리한 측면은 아닙니다. 쏘카 입장에선 애써 시장을 선점했더니 의미가 없는 투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카셰어링과 렌터카 서비스를 비교했을 때 크게 우월한 점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출처: 쏘카 증권신고서)
그렇다고, 카셰어링 사업의 수익성 자체가 엄청 좋은 것도 아닙니다. 카셰어링과 렌터카의 가장 큰 차이는 대여 이용 시간입니다. 카셰어링은 초단기 대여로 분단위부터 가능한 반면, 렌터카는 보통 1일 이상을 기본으로 합니다. 따라서 카셰어링은 시간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렌터카는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기록 중인 렌터카 업체들과 달리 쏘카는 여전히 적자인 건 그만큼 다른 부분에서 약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역시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차량 가동률입니다. 카셰어링 사업과 렌터카 사업 모두 차량이 없으면 매출을 늘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형 규모가 커질수록 차량에 투자하는 비용 자체도 비례해서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확보한 차량의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수익성 확보에 필수 조건인데요. 일반적으로 렌터카 업체들은 장기 대여의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차량 가동률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그렇기에 심지어 코로나19와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차량 가동률은 여전히 상승 추세이나 상승폭 자체는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이터 출처: 쏘카)
하지만 쏘카의 경우 일단 가동만 하면 버는 돈은 더 많지만, 문제는 가동률 자체가 초단기 대여다 보니 끌어올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겁니다. 쏘카는 테크 기업답게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한다고 했지만, 아직 40%의 벽을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계점으로 쏘카의 현재 실적도 애매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도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겁니다.
정리해볼까요? 쏘카에게 주어진 상황은 우선 기대보다 못 미치는 기업 가치 수준으로 상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고요. 그렇기에 상장이라는 목표에는 도달할 수 있을 걸로 보이나, 그 이후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쏘카에게도 다시금 기회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선 상장만 성공한다면 새로운 투자를 위한 현금을 일단 확보할 수 있고요. 국내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이라는 상징성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동력으로 쏘카가 플랫폼 기업들이 성공하는 방식을 따라간다면, 역전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요. 플랫폼 기업의 성공 방식이란, 1] 압도적인 트래픽을 기반으로 슈퍼 앱으로 변신하거나, 2] 혹은 유료 멤버십 기반의 핵심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3] 혹은 이를 둘 다 수행하는 겁니다.
쏘카는 이미 슈퍼 앱 전략을 표방하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쏘카)
심지어 쏘카는 이 둘 모두에 이미 도전 중인 상황입니다. 일단 작년에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스트리밍 모빌리티'라는 전략을 발표하면서, 쏘카는 사실상 슈퍼 앱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하였는데요. 이를 위해 관련된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고 있고, 앱 화면도 대폭 개편하였습니다. 실탄만 든든히 확보된다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더 빨라질 수 있겠지요.
패스포트는 이미 10만 명의 유료 고객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출처: 쏘카)
또한 쏘카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료 멤버십을 운영해온 데다가, 이를 '타다' 멤버십과 통합하여 패스포트로 리뉴얼하면서 이미 10만 명의 고객을 확보 중인 상황입니다. 이와 같이 강력한 앱 플랫폼에, 든든한 충성 고객까지 시드 자원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쏘카입니다.
쏘카는 착실히 성장은 해왔지만 여전히 규모가 너무 작았습니다 (출처: 쏘카 증권신고서)
다만 지금까지 이러한 장점들이 드러나지 못했던 건, 규모가 너무 작았기 때문입니다. MAU가 20만 명도 채 되지 않고, 유료 회원도 10만 명 수준이면 여타 슈퍼 앱들이나 유료 멤버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긴 한데요. 이는 카셰어링이라는 비즈니스 자체가 시장도 작고, 이용 빈도도 작은데 원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자주 이용하는 주차장이나 전기 자전거 등의 서비스가 추가된다면 아마 앞으로는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더욱이 모빌리티 업계의 가장 큰 경쟁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최근 매각설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기회이고요. 부족했던 자본도 상장으로 채워진다면 한번 해볼 만한 상황이 진짜 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역시 쏘카에게 타다는 늘 아쉬운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쏘카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타다 서비스만 정상적으로 성장해 왔다면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서비스가 급작스럽게 종료된 이후로도, 타다라는 브랜드는 다시 살리긴 했지만요. 타다 베이직을 대체하진 못하고 결국 토스에 매각하고 말았죠.
이럴 때일수록 타다만 있었다면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출처: 타다)
타다 베이직은 보다 이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였고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도, 동시에 기존 택시 시장의 수요를 일정 부분 뺏어옴으로써,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였다는 측면에서, 정말 쏘카의 부족한 부분을 말끔히 채워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지만, 차라리 타다를 끝까지 버리지 말고, 택시 사업으로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타다 매각으로 수익성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하진 못했으니 말입니다.
지금까지 쏘카의 증권신고서에 담긴 여러 의미와 향후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는데요. 상장까지의 과정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쏘카 앞에 놓인 길을 험하기 그지없습니다. 일각의 비관적인 시선과 얼어붙은 시장 환경까지 지금까지 그랬듯이 쏘카는 또다시 어려운 길을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카는 늘 위기를 이겨내 왔습니다. 국내 최초의 모빌리티 유니콘 기업이 되기도 하고요. 타다의 급작스런 서비스 종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장 직전 단계까지 어떻게든 기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더욱이 쏘카의 성공에는, 쏘카뿐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미래가 걸려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쏘카가 이번에도 부디 여러 어려운 악조건들을 다 이겨내고,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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