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구글신’으로 불리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누가 어디 있었는지, 뭘 했는지, 심지어 뭘 할 것인지까지 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강한 검색엔진 서비스와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 활용의 결과다. 모두가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라지만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당연히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젠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그 뒤를 이으려는 것 같다. 아마존이 지난달 5일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가정용 로봇기업 아이로봇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한달여 만인 이달 9일 미국의 20개 시민단체들은 미연방거래위원회(FTC)와 언론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보내진 서한은 아마존이 가정용 진공청소기 로봇 ‘룸바’로 유명한 아이로봇을 인수할 경우 각 가정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를 따돌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아마존이 넘어야 할 벽이 반경쟁적 요소 외에 프라이버시 침해가 더해진 셈이다. 아마존의 각 가정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개연성이 있는 것인지, 실재하는지, 그 우려를 낳는 아마존의 첨단 기술과 연관 IT기기 자회사들에 대해 짚어 봤다.
아이로봇의 로봇 진공 청소기 ‘룸바’가 당신을 감시하나?
“아마존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한 소비자 데이터에 접근해 경쟁하는 스마트 홈 기기 사업을 흡수토록 허용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과 개방 시장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인 정보보호도 위태롭게 할 것이다.”
미국의 프라이버시 옹호단체들이 지난 9일 FTC에 아아존의 아이로봇 인수건과 관련해 이 내용이 포함된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를 멈추게 하라(Stop Amazon’s Purchase of iRobot)‘라는 제목의 공개 우려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은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를 심사 중인 FTC 조사에 영향을 미칠 돌출 변수다.
실제로 시민단체의 지적대로 아이로봇사의 룸바는 이를 사용하는 모든 가정의 주택 배치 지도를 제작해 스마트 기기에 연결할 수 있다. 20개 이상의 시민 자유 단체들이 연대 서명한 이 서한은 “아마존이 우리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매우 친밀한 행위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룸바의 능력이 결국 아마존의 거대한 아마존 웹서비스(AWS) 데이터 센터에 공급돼 결국 이 회사에 의해 남용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온라인 서점 판매를 위해 엄청나게 확대된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는 결국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으로 발전됐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MS와 함께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가정 내부 평면도 제작 넘어 거주자 일정 등 상세 정보 샅샅이”
아마존은 지난달 5일 로봇청소기 ‘룸바’ 제조업체인 아이로봇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은 아마존이 발표한 진공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 인수는 ‘퍼베이시브(침투형) 보안 감시’를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20개가 넘는 사생활 보호 및 민권 단체들은 지난 9일 FTC에 보낸 서한에서 “아마존이 룸바 청소기 제조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청소기 전면 카메라를 사용해 이를 구입한 각 가정 내부의 완전한 지도를 만드는 가전제품의 운영 체제(OS)에 액세스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모아진 모든 정보는 아마존의 수억 명의 소비자들에 대한 기존의 방대한 데이터센터에 입력될 수 있다. 집보다 더 사적인 공간은 없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아마존은 다른 수단을 통해서, 또는 다른 경쟁자들이 이용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극도로 친밀한 행위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권리 비영리 단체인 파이트포더퓨처(Fight for the Future)에 의해 공유된 이 서한은 “아이로봇의 기기들에 의해 수집된 정보는 가정용 평면도를 넘어 소비자의 집 내부와 거주자들의 일정과 생활양식에 대한 매우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이어 “이 인수 승인을 통해 아마존에 이러한 종류의 개인 정보에 대한 전체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사실일까?
이들의 주장을 콜린 앵글 아이로봇 CEO의 말을 토대로 해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앵글 CEO는 지난 5월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진공청소기의 AI 기반 OS가 룸바 진공청소기와 다른 기기들에게 ‘클라우드 기반’으로 가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로봇이 이 시스템 하에서 자사가 지난해 인수한 회사인 에이리스(Aeris)의 공기청정기가 사람들이 부엌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소음이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실에서 전원을 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앵글은 “이 아이디어는 로봇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OS다”라고 말했다.
로봇 진공 청소기는 이미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시리 같은 아마존, 구글,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의 명령에 응답하고 특정 방을 청소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AI 기반 OS를 가지고 있어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만약 당신이 전구를 비틀고, 공기청정기를 켜고, 토스터를 꽂고, 스피커를 설치했다면, 그 장치들의 위치를 즉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무서운 것은 AI 음성비서 알렉사와의 결합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의 알렉사 기반 스마트 스피커 ‘에코’는 전체 스마트 홈 기기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2030년까지 이 시장의 총 가치가 5370억달러(약 7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언론보도를 인용, 미국 가정의 약 4분의 1이 알렉사로 작동하는 장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가 FTC에 보낸 서한은 이에 대해서도 “아마존은 이미 스마트홈 기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알렉사 운영체제(OS)는 스피커, 온도 조절기, 가전제품, 웨어러블, 비디오 초인종, 아이로봇의 룸바와 유사한 가정용 로봇을 포함한 아마존 소유의 인터넷 연결 가정용 제품의 전체 네트워크를 위한 장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내부 문서는 미국 가정의 최소 4분의 1이 알렉사로 구동되는 기기를 최소 1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현재 미 FTC는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가 반독점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FTC위원장은 IT 거인들에 대한 부정적 입장으로 유명한 린다 칸 위원장 전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다.
폴리티코는 이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두 회사가 잠재적으로 길고 힘든 조사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 인수와 관련해 검토되는 불공정 경쟁 요소는?
폴리티코에 따르면 FTC의 검토는 일반적으로 유사 경쟁 기업과의 정면 경쟁, 그리고 이번 거래가 인터넷 연계 기기 시장과 소매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을 불법적으로 끌어올릴지 여부 등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규제 당국의 한 가지 우려는 아마존의 로봇 진공 제조사 인수가 어떻게 이 소매 대기업이 다른 많은 회사들에 비해 불공평한 이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아이로봇에 의해 만들어진 상세한 각 가정의 지도를 사용해 홈 오피스에서 작업을 설정하려는 어느 경쟁사에 비해 이점을 얻을 수 있고 그리고 나서 고객들에게 특정 물품을 팔도록 제안하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FTC에 보낸 서한에서는 이를 “아마존은 유기적인 성장이 아닌 인수를 통해 경쟁사를 제거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대하려 한다. 이 회사는 또한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소비자 데이터를 이용하여 공정한 경쟁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요약하고 있다.
개인 감시 개연성 있는 아마존의 가정용 스마트기기
링의 카메라 달린 초인종. 아마존의 40여개 자회사 가운데 하나다. (사진=링크드인)
여기서 아마존과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각 가정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개연성이 있는 스마트 기기 관련 자회사와 제품이 궁금해진다.
아마존이 기업 아마존에서 아마존 신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검색엔진 없이도 강력한 아마존 군단의 다양한 첨단 기술일 것이다.
실제로 모회사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알렉사 음성비서와 에코라는 브랜드의 음성은 물론 영상까지 지원하는 스마트 기기가 있다. 그리고 2018년 인수한 자회사 링의 카메라달린 현관문 초인종 기기가 있다. 여기에 드론 배송 서비스 기술도 아마존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앞서 언급한 세계 최강 데이터센터는 여기서 수집된 정보를 수집해 저장하고 빅데이터를 가공하고 AI로 활용하기 위한 저장소로 부족함이 없다.
아마존 주식회사는 전자 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스트리밍,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세계적 IT거인이다. 아마존은 1994년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했다. 아마존은 원래 책판매를 위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시작해 이젠 아마존 킨들, 에코, 파이어 태블릿, 파이어 TV와 같은 통합 소비자 가전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한다. 아마존은 이를 위해 연구개발 및 컴퓨터 자회사인 랩126을 출범시켰다.
아마존의 사업 전략은 고객 중심이다. 이 회사는 모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그들에게 우수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윤리적인 사업 관행으로 비난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950만 명 이상의 온라인 판매자가 등록돼 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이 서드파티 판매자다. 아마존의 2021년 연간 매출은 4698억달러(약 646조원)였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022년 9월 들어 1조 3900억달러(약 1911조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아마존은 제프 베이조스가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 아마존 이사회 의장이 됐고 후임에 앤디 재시가 임명됐다. 그는 앞서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인 아마존 웹 서비스의 CEO를 맡고 있었다.
아마존은 현재 40개 이상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수년 동안 다양한 제품 범주로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 온라인 서적 판매에서 시작해 이제는 식료품, 전자제품, 의류, 영화, TV 쇼, 그리고 비디오 게임까지 제공한다. 아마존은 기술 혁신에 힘입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가 됐다. 아마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적어도 128개의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했다. 물론 앞으로도 다른 기업 인수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아마존은 이같은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극복하고 아이로봇을 인수할 수 있을까.
그래서 구글을 위협하는 ‘아마존신’의 반열에 오르게 될까.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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