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개최된 ‘아시아의 한국인 2022’ 콘퍼런스가 일본을 비롯해 인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 창업가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올해 행사의 경우 K팝 음원을 소재로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리듬 게임 ‘슈퍼스타’ 시리즈를 개발한 달콤소프트의 최대헌 일본지사장, K뷰티 브랜드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잇는 리메세코스메틱의 한득천 대표,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핀테크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핀투비의 공동창업자 이원득 CFO가 참여한 창업가 세션이 주목 받았다.
테크42는 지난 ‘[아시아의 한국인①]최대헌 달콤소프트 재팬 지사장의 ‘모바일 게임의 성공 방정식’ & 일본 시장 공략법’에 이어 K-뷰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캐리어에 샘플을 싣고 인도 전역을 발로 뛰며 시장을 개척한 한득천 리메세코스메틱 대표의 노하우와 인도 시장에 대한 팁을 소개한다.
뷰티이커머스 태동기, 인도 시장의 가능성에 올인하다
한득천 대표는 KAIST 경영공학 석사 당시 비정형데이터 분석 및 소셜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공부 했고, 연구원으로서 국내 모 에너지 기업 컨설팅 및 MIT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수행한 경력의 소유자다. 인도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석사 시절 인도 하이데라바드 ISB (Indian School of Business)로 MBA 교환 과정을 거치면서부터다. 당시 한 대표는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국가라면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그가 인도 시장 공략 아이템으로 ‘화장품’을 선정한 이유는 뭘까? 한 대표에 따르면 시장 조사 결과 인도는 ‘K-뷰티’의 수요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템이 선정된 이후, 뷰티이커머스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2016년부터 한 대표는 캐리어에 샘플을 싣고 인도 전역을 발로 뛰며 유통사들에게 K-뷰티의 가능성을 설파했고, 그 결과 메이저 이커머스 및 백화점 체인, 인도 시총 1위 릴라이언스 그룹(Reliance Group)의 신규 사업 파트너로서 유통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날 ‘아시아의 한국인 2022’ 행사에서 ‘A Whole New World, 인도 K뷰티 시장과 기회’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 대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인도도 생소한데, 인도에서 뷰티 사업이라고 하면 더 생소할 것”이라며 “경험으로 체득한 인도 시장에 대한 이야기와 어떤 사업 기회가 있을지에 대해 말해보겠다”며 운을 뗐다.
인도 시장을 알려면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한 대표는 발표 서두에 인도의 인구 현황과 문화에 대한 특징을 설명했다. 13억5000만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인도는 독특한 채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 가족 내에서도 채식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갈리고,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 것 자체로도 채식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한 대표의 말에 따르면 “한 솥에 고기와 쌀을 같이 쪄서 밥만 먹을 경우도 채식으로 분류하며 그런 비율을 포함한 채식 인구가 전체의 29%”라는 것이다.
또 인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 국가에 다양한 문화권이 존재하고 언어 역시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한 대표는 “지역마다 지리적 이질성이 있고, 언어까지 다르다 보니 생활 양식이나 라이프 스타일 조차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며 ‘카스트 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인도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이 물어보는 것 중에 하나가 카스트 제도에요. 일단 공식적으로 카스트 제도는 철폐됐지만, 자본의 접근성이나 교육 수준 등에서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13억 인구의 이면, ‘가처분 소득’과 ‘인구 구조’에 주목하라
문화와 별개로 신흥국으로써 주목받는 인도 시장의 전망은 꽤 밝은 편이다. 한 대표는 “인도 1인당 GDP는 2000달러 정도지만 전체 GDP는 세계 6위 수준으로 2년 후 쯤이면 영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뷰티 산업에서 고려해야할 ‘가처분 소득’과 ‘인구구조’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인도 뷰티 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두가지가 ‘가처분 소득’과 ‘인구구조’입니다. 인도 국민의 평균 연령은 28세 정도에요. 전체 인구 중 7~8억명이 MZ세대라고 할 수 있죠. 이로 인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규모로 봤을 때 4위 정도를 기록하고 있어요. 또 소득 분위로 나눈 비율을 보면 상위를 차지하는 엘리트 층과 부유층을 비롯해 중산층까지 각 계층의 소득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절대 빈곤층의 비율은 줄고 있죠. 리테일 마켓 규모 자체는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한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리테일 마켓 분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식료품 분야다. 그 뒤를 의류와 액서사리, 신발, 모바일, 보석 등이 차지하고 있고, 7위 정도에 뷰티와 케어가 위치해 있다.
이를 토대로 한 대표는 “이 순위를 보면 인도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들은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통 채널의 특징을 짚기도 했다.
“인도 유통 채널 자체가 온라인 비중이 얼마 안됩니다. 카테고리마다 좀 다르지만 평균 7~8% 정도죠. 조금 높다고 해도 15%가 최대예요. 그 외에 85%가 오프라인 채널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오프라인 채널도 저희가 아는 쇼핑몰 형태는 아니고 영세 상인들이 운영하는 시장이 두텁게 형성돼 있습니다.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보통 매출 기여도 측면에서 대도시 비중이 클 듯하지만 놀랍게도 지방의 중소형 도시 비중이 더 크다는 거죠. 다시 말하자면 전체적인 디테일의 본게임은 뭄바이나 델리 같은 대도시에 있겠지만, 지방 소도시에 퍼져 있는 인구의 가처분 소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인도 이커머스 시장의 가능성과 기회는?
한 대표는 “인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커머스 분야와 뷰티 마켓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요약하자면 인도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서 언급된 인도 시총 1위 기업 릴라이언스 그룹(Reliance Group)이 메타의 투자를 받아 와츠앱 내에 이커머스를 구현하며 모바일 마켓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카카오톡 안에서 쿠팡을 쓸 수 있게 적용한 것”이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기간 산업인 통신 분야 기업이었어요. 그런 릴라이언스가 리테일 마켓에 뛰어들며 인도 전역을 커버하는 ‘지오 마트(JioMart)’를 통해 모바일로 승부를 걸겠다고 공표한 상황이에요. 덕분에 인도 이커머스 분야는 힘든 시기를 짧게 겪고 회복 단계에 있죠. 또 한 나라에 이커머스가 잘되려면 데이터 가격도 굉장히 중요한데, 인도는 1기가바이트(GB) 당 1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예요. 아마 전세계 최저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덕분에 스마트폰 보급율은 현재 5억명, 2025년까지는 6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실제 인도 정부가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 인프라의 GMV(전자상거래에서 총 매출액 혹은 상품 판매량)도 굉장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넓은 국토 면적에 비해 배송 기간도 짧다는 것 역시 인도 시장에서 이머커스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한 대표에 따르면 대도시 기준 평균 배송 기간은 3일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점차 단축되고 있고, 배송 비용 역시 낮아지는 추세다. 물론 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도이 경우 온라인에서 다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확인하고 배송비를 결제를 하는 비율이 좀 있어요. 캐시 온 딜리버리(COD)라고 하죠. 또 주소 시스템이 굉장히 독특한데 체계화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예요. 특정 지역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가게 이름이나 건물 이름으로 위치를 가늠하는 식이죠. 그 외에도 온라인 쇼핑 배송지의 73%를 비대도시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힙니다.”
인도 시장의 장점과 단점, 가능성을 설명한 한 대표는 다시금 K-뷰티를 내세워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에 대해 앞서 언급된 MZ세대의 비중과 함께 기성세대와 다른 소비 패턴을 언급했다. 다양한 리포트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은 저축보다는 경험을 위해 투자하고, 소비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한 대표는 인도의 기후, 환경을 고려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뷰티 마켓 외에 다른 분야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사항으로는 기후를 들 수 있습니다. 인도는 굉장히 덥습니다. 한 여름에는 45도, 50도 까지 치솟는 지역도 있죠. 하지만 에어컨 보급률은 굉장히 낮은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부 자체에 열이 많고 그 때문에 트러블이 심하죠. 또 한가지 특징으로는 스모그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델리와 같은 대도시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바로 앞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죠. 크리켓 선수들이 경기를 하다가 구토를 하고 쓰러지기까지 합니다. 인도 시장 공략 제품을 찾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사항을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어 한 대표는 “13억이 넘는 인도 인구 전체를 보고 들어가기보다는 세분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제품 아이템에 따른 타깃 인구 분포, 가처분 소득 등을 고려한 시장 진출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한국인①] 최대헌 달콤소프트 재팬 지사장의 ‘모바일 게임의 성공 방정식’ & 일본 시장 공략법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