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한국인③]이원득 핀투비 부사장 "동남아 시장 진출 시 고려해야 할 5가지"

급성장하는 동남아 시장,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국의 핀테크 기술력 선보여
동남아가 ‘하나의 시장’이라는 것은 착각, 한국과 일본을 같은 시장으로 보는 것과 같아
시간 관리, 커뮤니케이션, 계약에 있어 한국 기준으로 판단은 금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필수
이원득 핀투비 부사장이 동남아 시장을 진출하며 경험한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개최된 ‘아시아의 한국인 2022’ 콘퍼런스가 일본을 비롯해 인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 창업가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네이버D2SF’에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스타트업 창업가,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의 고민을 다양한 우여곡절을 거쳐 아시아 시장 진출에 성공한 창업가의 경험담을 통해 풀어가는 자리로, 올해 4회째를 맞이했다.

특히 올해 행사의 경우 K팝 음원을 소재로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리듬 게임 ‘슈퍼스타’ 시리즈를 개발한 달콤소프트의 최대헌 일본지사장, K뷰티 브랜드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잇는 리메세코스메틱의 한득천 대표,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핀테크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핀투비의 공동창업자 이원득 CFO가 참여한 창업가 세션이 주목 받았다. 테크42는 이 창업가들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를 세 편에 걸쳐 소개한다.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핀테크

이원득 부사장은 한국과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급망 핀테크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핀투비의 비전을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아시아의 한국인 2022’ 창업가 세션의 마지막 연사는 공급체인 금융(Supply-Chain Finance; SCF)를 통해 혁신적인 자금조달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핀투비의 이원득 공동창업자(부사장)이다.

캘리포니아 UC버클리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부사장은 자율주행 자동차 및 센서 네트워크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후 보스턴 컨설팅, LG 디스플레이 등을 거치며 공유경제 스타트업인 CC파트너스에서 CTO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핀투비의 해외파트너십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이 부사장은 “핀투비의 미션은 중소기업의 파이낸스를 돕는 일”이라며 동남아 시장, 그 중에서도 주요국인 베트남의 사례를 들어 핀투비가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금융의 개념과 동남아 시장의 특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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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으로 연대하며 경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asean.org)

“동남아 전체 인구의 60%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죠. 매년 2000만명 정도의 인구가 모바일을 쓸 수 있는 성인이 되고 있고요. 1인당 GDP는 4000달러정도 입니다. 동남아 시장의 특징은 해외자금 유치와 규제 개혁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렇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특히 자금 조달이 쉽지 않죠. 공급망 금융도 그리 발달하지 않았고요.”

이 부사장에 말을 빌리자면 동남아 시장은 ‘굉장히 핫한’ 시장이다. 글로벌 개발 자산의 평균 성장율이 4%전후 인데 반해 동남아 시장의 경우 16%에 달한다. 주축이 되는 것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이다.

그러한 동남아 시장에서 핀투비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정하고 매출채권 할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성장세에 있는 동남아 시장이 ‘공급망 금융 서비스’ 도입의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현재 핀투비는 베트남을 넘어 인도네시아와 인도 시장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먼저 선보인 공급망 금융 플랫폼, 동남아 진출로 이어진 이유는?

핀투비의 비즈니스 아이템인 공급망 금융 시스템. 핀투비는 기업과 금융기관 사이에서 공급망 금융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지=핀투비)

핀투비의 비즈니스 아이템인 공급망 금융은 쉽게 이야기해 공급자(중소기업)가 아닌 구매자(대기업)의 신용으로 공급자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기업 벤더사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추후 대기업으로부터 지급받을 대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이른바 ‘매출채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금융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수준의 매출채권 요건을 채우기 쉽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을 꼽히는 것이 첫째 채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둘 때가 거래 비용이 높다는 점, 셋째가 준비해야할 서류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에 핀투비는 2017년 ‘매출채권 할인 플랫폼’을 국내에 먼저 도입한 바 있다. 투자자들을 모아 중소기업의 매출채권을 은행 대신 매입하고 통상 3.5%의 할인율을 최대한으로 낮춰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줄여주는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유인 즉 우량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를 상대로 자체 서비스가 갖춰져 있었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협력업체는 플랫폼 가입을 유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핀투비는 국내 정착 이후로 예정됐던 해외 사업을 앞당겨 추진하기로 하고 동남아 시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동남아는 우량 대기업 조차 매출채권을 수기로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즉시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결정한 핀투비는 현지 규제와 법규를 반영한 플랫폼 개발에 나섰고, 2019년 베트남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사이 성과도 적지 않았다. 핀투비의 서비스는 제 1회 매경 핀테크 어워드에서 최우수상(금융감독원장상) 수상, 아시아비트 쉬프트 어워드 수상 등 국내/외 핀테크 어워드에서 다수 수상하며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베트남 진출을 고려한다면… 시장의 특수성을 파악하라

동남아 시장을 무대로 공급망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투비의 성과는 지난 2020년 7월 LA타임즈에도 소개됐다. (이미지=핀투비)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 핀투비는 지난 3년여 동안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며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공급망 금융 니즈를 충족시키고, 그 성과를 현지에 적용해 시너지를 내는 토대를 만드는 노력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핀투비, 그리고 이 부사장이 경험으로 체득한 인사이트는 무엇일까? 이 부사장은 먼저 “동남아 시장은 하나의 마켓이 아니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근래에 전쟁을 한 사이에요. 또 베트남 내에서도 호치민과 하노이는 전혀 다른 나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존재하죠. 이들을 같은 시장으로 취급하는 건, 한국과 일본이 하나의 마켓이라고 하는 것과 똑 같은 거라 할 수 있어요.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지역 간의 격차도 있기 때문이죠.”

이어 이 부사장은 “규제를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 시에는 동일하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특히 동남아 시장, 그 중에서도 공산권 국가인 베트남의 경우는 특히 규제나 법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베트남 호치민의 야경. 지속적인 해외 자금 유치와 규제 개혁을 통해 베트남의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원득 핀투비 부사장은 "시간 관념과 커뮤니케이션, 계약에 있어서 특수성은 여전히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이 반드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픽사베이)

“때로는 법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죠. 처음 베트남 시장을 진출하는 기업을 이것을 제대로 해 내기가 쉽지 않아요. 가장 좋은 것은 믿을 만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죠. 가급적이면 정부의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받는 것이 좋아요. 저희도 그 과정을 경험하며 느낀 점은 스타트업이 만날 수 있는 사람과 우리나라의 정부 기관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레벨이 다르다는 거였죠.”

그 외에도 이 부사장은 “베트남의 시간 관념은 우리와 다르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영업을 비롯해 현지 인력과 프로젝트를 추진할 시에도 우리나라 문화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과 일할 때는 공감대도 있고 기대치가 있죠. 커뮤니케이션도 쉽고요. 하지만 동남아는 다릅니다. 과제를 주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확인해 보면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완료를 못했다는 말을 그제서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의 중 구두로 이야기하는 것도 내용에 반영이 되지만, 동남아 시장은 항상 회의록을 작성하고 메일로 공유해 확인을 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이 부사장이 강조한 것은 ‘계약서의 중요성’이다. 이 부사장은 “특히 HR의 경우 ‘반드시’ 챙겨야한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한국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는 예측 가능한 범위가 있잖아요. 이를테면 ‘굳이 이런 것까지 계약서에 쓸 필요는 없지’와 같은 공감대죠.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다릅니다. 계약과 관련해서는 절대 한국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철저하게 그 나라의 기준으로 작성해야 해요. 기업 간 계약 역시도 철저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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