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죽이는 피드백 그만!...픽사의 건강한 회의 방법

영국의 저명한 비즈니스 전략가인 리처드 스케이스(RICHARD SCASE)는 이렇게 말했다. 

21세기에는 직원들 간의 피드백이 혁신을 가져오는 최고의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즉,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개선, 보완시켜 나가다 보면, 더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드백을 열심히 한다고 다 효과를 보는 건 아니다. 비판만 쏟아내는 피드백은 아이디어 죽이는 킬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디맨드'의 저자인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스키는 창의적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그 약점을 지적하며 ‘왜 안될지’만을 이야기할 때, 금세 무력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에는 이런 걱정이 없다고 한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를 비롯해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등 혁신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이게 다 직원들 간의 피드백 덕분이라고 한다. 대체 이들은 뭐가 다른 걸까? 

Image: www.pixar.com/feature-films-launch


피드백을 줄 때

픽사에는 직원들이 피드백을 줄 때 지켜야 하는 기본 룰, ‘플러싱(Plussing)’이 있다. 이들은 말한다. 

상대의 아이디어를 개선시킬 수 있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더해 줄 수 있을 때, 비판도 할 수 있다 

즉, 상대의 아이디어를 깎아 내리거나 죽이기 위한 비판만 쏟아 내는 사람에게는 발언권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것을 보완해 개선, 발전시켜 살릴 수 있는 의견을 더해줘야(Plus) 한다는 것이다.

이런 룰을 지키다 보니 피드백을 줄 때의 분위기도 남다르다. 우선 픽사는 아이디어를 죽이는 말 대신 살리는 말을 쓴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yes, and’원칙이다. 이들은 피드백을 줄 때 ‘틀렸어’ ‘그건 안돼’와 같은 말은 피한다. 대신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그렇습니다(yes)’하고 그 아이디어를 일단 긍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의견을 덧붙여(plus) 준다. 

가령 누군가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해보자. 다른 회사 같으면 애니메이션에 할아버지가 웬 말이냐며 면박만 받고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픽사 직원들은 대신 이렇게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리고(yes, and) 할아버지 캐릭터와 균형을 맞출 작은 동물이나 어린아이가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좋을 것 같네요’하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Image: www.pixar.com/careers


피드백을 받을 때

피드백을 받을 때도 지켜야 할 게 있다. 일단 회의에서 나오는 모든 피드백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고민해서 준 피드백을 그 자리에서 반박하는 말은 금물이다. 우선 다 받아 들이고, 회의가 끝난 후 스스로 판단해 어떤걸 반영할지 결정하면 된다. 

물론 이렇게 해도 피드백을 주고 받다 보면, 거친 비판도 오가고 원래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좌절 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빈 손으로 회의장을 떠나지는 않는다. 그걸 대신할 만한 더 나은 솔루션, 혹은 새로운 시각을 얻어 간다.


픽사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픽사에서는 영화 한 편을 만들기까지 평균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 동안 모든 팀은 매일 아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모여, 전날 한 업무에 대해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이 시간에도 어김없이 플러싱 원칙이 적용된다. 

캐릭터의 동작 하나부터 배경의 작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피드백을 받는다. 이걸 바탕으로 장면 하나를 다듬고 또 다듬어 최고의 작품을 만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아무리 해도 안 풀리는 문제에 부딪치면 사내 두뇌위원회(Bain Trust)를 소집해 피드백을 받는다. 두뇌위원회는 픽사에서 인정받는 주요 감독 여덟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해 작품이 더 잘 될 수 있게 다양한 피드백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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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세계경영연구원

insightlab@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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