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외계인을 만나지 못한 이유는? …외계 문명 계산식 만든 드레이크 박사 타계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의 선구자인 전파천문학가 프랭크 드레이크. 그는 외계 지적생명체 문명이 존재하는 행성 수 계산식인 이른바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을 내놓았다. 칠판에 쓰인 수식이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사진=SETI연구소)

미국의 전파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지난 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압토스 자택에서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외계 지적생명체(Extra Terrastrial Intelligence)를 찾는 작업과 함께 우주에서 이들을 찾을 확률을 계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창안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의 방정식에 따르면 최소 500~5만개, 많게는 수억개의 외계 문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는 1960년 4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그린뱅크에 있는 국립전파천문대(ARAO)의 26m짜리 전파망원경으로 오즈마 프로젝트를 시작함으로써 현대 지적외계 생명체 탐구의 선구자가 됐다. 그의 발자취와 외계지적생명체 탐사(SETI)의 시작인 페르미 패러독스, 저 유명한 드레이크 방정식 구성, 그리고 왜 아직까지 그들 외계인은 나타나지 않았는지(통신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봤다.

페르미 패러독스와 오즈마 프로젝트

“그렇다면 그들은 다 어디있나?”라는 유명한 페르미 패러독스가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의 화두를 던졌다. 엔리코 페르미(1901~1954)는 ‘물리학의 교황’으로도 불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천재 물리학자다. 세계 최초의 핵반응로인 시카고파일 1호를 개발해 ‘핵시대의 설계자’, ‘원자폭탄의 설계자’로도 불린다. 1938년에는 중성자 충격을 통한 유도방사능 연구 및 초우라늄 원소의 발견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사진=오토믹헤리티지재단)

1950년 여름. 에드워드 텔러(수소폭탄의 아버지), 에밀 코노핀스키(페르미와 최초의 원자로 제작), 허버트 요크(이후 로런스리버모어연구소장)가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누군가가 외계 지적생명체(ExtraTerrastrial Intelligence)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페르미(최초로 원자로를 만든 이탈리아 천재 물리학자)가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어디있는가?(Then where are they?)”라고 반문했다.

저 유명한 페르미의 패러독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는 심오한 과학적, 철학적 함축을 담고 있는 질문이었다. 페르미의 질문은 패러독스로 이어졌다. 평범성 원리에 따르면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나 인류는 특별할 것이 없다. 지구에 사는 인류가 특별한 것이 없다면 수백만 태양계에 지적생명체(ETI)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우리는 단 하나의 외계지적생명체가 있다는 증거도 보지 못했다. 반면 외계인이 없다면 우리는 정말 특별하다. 이는 상호모순이다.

10년 후인 1960년 한 과학자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험하고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을 시작됐다. 그가 바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였다.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오즈마 프로젝트

드레이크 박사는 1961년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와 그 가능한 문명의 존재 수 계산식인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들어 발표했다. (사진=SETI연구소)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는 1930년 5월 2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그는 8살 때 인류 문명이 우연히 생겨났고 우주 어딘가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해야 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는 그곳에서 과학 박물관을 방문하고 화학 실험을 마치고 라디오를 만드는 등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17살 때 해군 장학금을 받아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코넬 대학교에 입학해 공학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대학 2학년 때 천문학 수업을 들었고 15인치 망원경을 통해 목성을 보았을 때, 그 아름다운 순간의 경이로움에 놀랐다. 그의 많은 친지들은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드레이크는 공학 물리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후 천문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해군 6함대의 기함인 올버니호에서 전자제품 관리 임무를 맡았다. 군 생활이 끝난 후 하버드 대학에 입학해 전파천문학에 푹 빠졌다. 전파천문학이 외계문명을 처음 감지하거나 접촉하는 기술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인 1958년 4월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에 있는 국립 전파 천문대(NRAO)에서 첫 번째 일자리를 얻었고, 2년 후 외계인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무선 전송을 사용하는 첫 번째 노력인 ‘오즈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물론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드레이크는 그의 오랜 관심사에 따라 마이크로파 주파수에서 외계 전파를 찾기로 결정했다. 그는 그곳의 수신기가 우리 태양계의 태양과 비슷한 별(항성)을 가진 30개의 항성계로부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곳의 타텔 망원경으로 12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고래자리 타우(Tau Ceti)와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Epsilon Eridani) 별을 살펴봤다. (물론 우주의 다른 곳에서 지능적인 존재가 통신 모드로 라디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된 것이었다. 무신전신기를 발명한 굴리엘모 마르코니와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는 모두 화성에서 온 신호를 포착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몇 주 동안 전파망원경이라는 ‘민감한 귀’로 이 별들을 번갈아 가리켰다. 즉, 이 별로부터 새어나오는 라전파 발신을 포착하고자 했다. 그는 중성수소의 전파 방출선(1420MHz)에 인접한 주파수를 살펴보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능숙한 어떤 문명에도 알려져 있고, 따라서 접촉을 원하는 사회의 지도에 지표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드레이크 박사에 앞서 1959년 MIT와 CERN의 물리학자 두 명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물리적인 관점에서 ETI의 신호는 1420MHz에서 발견될 것이라는 논문을 썼다. 이들의 근거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일반 수소가 우주진공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방출하는 주파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코넬대 물리학자 2명도 적어도 우리보다 더 발전된 기술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탐지 가능한 무선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SETI연구소는 드레이크가 당시 1420MHz 논문에 대해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드레이크는 이 최초의 현대적 외계 지적생명체탐사(SETI) 실험을 ‘오즈마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프랭크 바움의 책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공주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외계인이 사는 행성의 수는 얼마나 될까···드레이크 방정식의 등장

2015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발견 성과를 반영한 외계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 (사진=NASA)

비록 오즈마 프로젝트는 어떤 외계 전파도 감지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미국립과학아카데미(NSA)는 드레이크에게 우주에서 지적생명체 증거를 찾기 위한 본질과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작은 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1961년 여름 약 12명의 저명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그린뱅크에서 만났다.

드레이크 박사는 이 모임의 의제로 적어도 원칙적으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신호를 만들어내는 은하 사회의 추정 숫자가 될 7개의 연결된 용어로 구성된 간단한 방정식을 작성했다. 이 공식은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아인슈타인의 E=mc²에 이어 과학사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방정식으로 인용된다.

그는 외계 문명연구의 선구자이자 코스모스의 저자로도 유명한 우주물리학자 칼세이건과 함께 외계에 여러 차례 지구인들에 대해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드레이크는 코넬,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크루즈에서 일했다. 1984년 SETI 연구소의 설립 이후 이 연구소 소장이 됐다. 그는 2010년 80세의 나이로 공식 은퇴한 후에도 SETI를 계속 홍보했다. 당시 그는 “나는 절대 SETI에서 은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레이크는 평생 외계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탐지하는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항상 자신의 생전에 외계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를 바랐었다.

외계에 보낸 지구인의 메시지

드레이크가 외계에 보낸 지구인의 메시지는 크게 아레시보 천문대 메시지, 파이오니어10 메시지, 보이저 메시지가 있다.

아레시보 천문대. 지난 2020년 부서졌다. (사진=위키피디아)
파이오니어10에 부착된 금도금판. (사진=위키피디아)
보이저호에 실린 보이저 디스크. (사진=위키피디아)

상당히 합리적인 드레이크 방정식의 외계문명수 찾는 법

지난 7월 천문학자들은 그 별의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주가능 영역 내에서 공전하는 지구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새롭게 발견된 케플러-1649c 행성은 지구에서 300광년 떨어져 있고 우리 태양의 약 4분의 1 크기의 별 주위를 돌고 있다. (사진=NASA)

드레이크 방정식은 지구 너머에 존재하는 활동하는 외계 지적생명체 문명의 가능성을 찾는 7가지 변수를 사용하는 방정식이다. 그린 뱅크 방정식(Green Bank equation) 또는 세이건 방정식(Sagan equation)이라고도 한다.

이에 따르면 너무 낙관적이지 않게 본다면 드넓은 우주에 최소 500개에서 많게는 5만개에 이르는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500개의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거리가 무려 4000광년이나 떨어져 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별의 형성 속도, 행성계를 형성할 수 있는 별의 양, 그 행성계에서 잠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의 수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한다. 최근에는 이 방정식 계산에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케플러 인공위성(우주천문대)이 생명체를 품고 있을 수 있는 외계 행성 수에 대한 최신 데이터가 포함된다.

SETI 연구자들은 또한 이 방정식을 ‘현재 존재하는 문명의 수’에 관한 것에서 ‘지구 인류 문명이 지금까지 존재했던 것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할 확률’에 관한 것으로 수정했다. 연구진은 우리 인류가 우주에서 선진 문명을 발전시킨 유일한 지적 생명체가 될 확률이 100해(100垓·10의 22승)분의 1 미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드레이크 방정식과 그 해석은 다음과 같다.

N = R* fp ne fl fi fc L (N= R*×fp×ne×fl×fi×fc×L)

N 은하에서 관측 가능한 문명의 수(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는 인류와 교신 가능한 문명의 수)

R* 평균 항성 생성률(우리은하 안에서 1년 동안 탄생하는 항성의 수. 우리은하 안의 별의 수/평균 별의 수명)

fp 행성을 가진 별의 부분.(이들 항성들이 행성을 갖고 있을 확률. 0~1)

ne 행성을 거느린 별(항성 태양) 가운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수.

fl 생명체를 발달시킨 생명체를 가진 행성의 일부.(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 0~1)

fi 문명으로 발전한 살아있는 행성의 일부(탄생한 생명체가 지적 상태로 진화할 확률 (0~1)

fc 감지 가능한 신호를 방출하는 문명의 일부.(다른 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통신 기술 문화를 개발할 확률. 0~1)

L 검출 가능한 신호가 방출되는 시간 길이.(이 값은 그런 통신 문화를 갖고 있는 지적 문명체의 문명이 지속되는 시간이다. 단위: 년)(*드레이크는 이 시간을 1만년, 칼 세이건은 1000만년까지로 봤다.)

이 모델은 은하수에서 관측 가능한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의 수를 예측하고 방정식의 각 항에 대한 가정에 따라 거의 모든 답을 산출할 수 있다. 일단 지구 문명이 분명 존재하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답은 적어도 1이 된다.

외계인 다 어디갔나?...초속 3만km 우주선으로 우리은하 4% 탐사에 100억년

외계 지적 생명체가 지구로 오기까지 너무나도 먼 곳에서 와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 생전에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사진은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외계 지적생명체를 탐사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6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찾지 못한 이유는 뭘까. 지난 2007년 1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닐스 보어 연구소의 물리학자 라스무스 비요크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이 페르미의 역설을 해결했을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답은 “외계인들은 아직 우리를 찾지 못한 것은 그들에게(우리도 마찬가지로) 찾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로 요약된다.

비요크는 우리 은하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하나의 문명이 8개의 은하간 탐사선을 만들어 생명체를 찾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단 그들의 은하 탐사 길에 각각의 탐사선이 8개의 미니 탐사선을 더 보내서, 가장 가까운 별들을 향해서 살 수 있는 행성을 찾게 된다.

비요크는 이 탐사선을 우리 은하의 ‘은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만 탐사할 수 있도록 제한했는데, 태양계는 바위가 많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원소들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가깝지만 소행성에 부딪히거나 별에 의해 타거나 방사선 폭발로 인해 부서지는 것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외계인 우주선이 빛의 10분의 1, 즉 초속 3만km의 속도로 우주를 돌진할 수 있다고 해도 은하의 약 4%를 탐사하는 데는 100억 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나사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우주항행 속도가 겨우(?) 초속 32km인 것을 비교할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임에도 그렇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외계 문명은 식민지화된 행성에서 새어나갈지도 모르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수신함으로써 외계인을 찾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는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2주 안에 은하계를 횡단할 수 있는 이국적 형태의 운송 수단을 개발할 수 없다면, 우리를 찾는 데는 여전히 수백만 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은하에는 너무 많은 별들이 있어서 아마도 다른 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과 접촉할 수 있을까? 우리 생전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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