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1000만 시대, 통신비 줄었지만… ‘이통 3사 점유율 과점 우려’ 왜?

[AI 요약] 알뜰폰이 11년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알뜰폰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층 가입자 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알뜰폰 역시 이통 3사 중심으로 판이 짜여져 있다. MVNO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이통 3사에 망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어찌됐든 이통 3사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문제는 이통 3사가 망 대여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를 통해 직접 플레이어로도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의 자회사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2010년 도입 초기 고령층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때 ‘효도폰’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알뜰폰이 11년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알뜰폰 스퀘어’에서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행사까지 가지며 이를 기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이통 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 절감됐지만, 이통 3사로 공정경쟁은 불가능

알뜰폰은 지난 2010년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서비스로 시작됐다. 중소 사업자들이 기존 이통사에게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서비스지만, 초기에는 주로 비싼 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우체국을 통해 판매되는 유통 방식이 적용되며 점차 가입자를 늘려갔다. 이어 사물지능통신(M2M)에도 알뜰폰이 적용되며 빠르게 가입자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출범 당시 40만명 수준이었던 가입자는 2015년 500만명 달성 이후 지난 21일 결국 1007만명을 기록하며 ‘알뜰폰 가입자 1000만 시대’를 열었다.

24일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 에 참석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러한 알뜰폰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층 가입자 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이 쿠팡, 11번가 등의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된 ‘자급제폰’ 구매로 이어지며 탄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높은 통신비를 책정하고 있는 기존 이통 3사에 대한 반발심도 적잖이 작용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의 이동통신서비스면서도 가격은 기존 단말기 구입과 연계된 이통사 통신비에 비해 월등히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알뜰폰 역시 이통 3사 중심으로 판이 짜여져 있다. MVNO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이통 3사에 망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어찌됐든 이통 3사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통사 별로 봤을 때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는 15개사, KT는 36개사, LG유플러스는 40개사다. 가입자 기준 점유율은 KT 망이 51.7%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LG유플러스, SK텔레콤 순이다.

문제는 이통 3사가 망 대여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를 통해 직접 플레이어로도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를 자회사로 두고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이통 3사의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통 3사가 알뜰폰 시장까지 주도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 막대한 자본력이다. 이통 3사의 자회사들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비해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 놓는가 하면, 고가의 사은품을 지급하며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례로 SK텔링크는 올해 초 2000원 대 요금제에 10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제공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진정한 1000만 가입자 시대 맞을까?

과기정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달성을 기념해 24일부터 이벤트 전용 요금제 판매, 최신 경품 제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이 넘었다고 하지만, 실제 그 세부 가입 유형을 살펴보면 의문이 생긴다. 바로 앞서 언급한 M2M 때문이다. 1000만 가입 유형 중 휴대폰 가입자는 598만, M2M 가입 수는 409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M2M의 경우 개인 가입자보다 완성차업체들이 대량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량의 원격 제어와 인포테인먼트 등의 서비스를 탑재하는 완성차업체들이 자체 통신망으로 M2M을 적용하는 것이다. 향후 자율주행차 경쟁을 앞두며 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벤츠코리아, 르노삼성,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들은 저마다 수십에서 수백만개에 달하는 알뜰폰 회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1000만 시대를 가입자 증가로 보는 시각도 실상을 살펴보면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M2M이 알뜰폰 1000만 달성에 상당 부분 기여한 상황에서 정작 M2M을 제외한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 2018년 700만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주관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약 130만 회선에 달하는 장기 미사용 건의 직권해지에 따른 단기적 감소로 분석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알뜰폰 고유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 없이 단순하게 저렴한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시장 성장은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규제 및 지원으로 중소 사업자 중심 알뜰폰 시장 육성, 될까?

지난 6월 LG유플러스가 개최한 ‘U+알뜰폰파트너스 2.0 개편 간담회’. 행사에 참석한 박준동 제휴사업그룹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통 3사는 알뜰폰 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상생안을 제시하며 부정적인 여론 전환을 꾀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앞서 언급 된 문제에 대한 규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통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의 사은품은 3만원 이하로 구성해야 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해당 통신사 망을 제공받는 중소 사업자들에게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중소 사업자들은 이러한 규율이 유명무실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법으로 정해 놓은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이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통 3사 자회사의 알뜰폰 가입자 수가 전체 알뜰폰 가입자 수의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사업자 등록 시 행정지도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어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위해 알뜰폰을 도입한 것”이라며 “이통 3사는 알뜰폰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야당의 김영식 의원 역시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사 계열 자회사와 중소 사업자 간 시장 점유율을 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알뜰폰 시장을 두고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회에서는 이통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망 대여료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도입해 공정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우선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신 납부하는 종량제 도매대가를 MB(메가바이트) 당 2.28원에서 1.61원으로 낮춘다. 이러한 데이터 도매가는 지난해 22.8% 인하에 이어 올해 30%로 인하하는 것이다.

또한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의 수익배분대가율을 2%포인트씩 낮추고 자급제폰 파손보험을 내달부터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이용자 편익 개선을 위한 조치가 진행된다. 지난해 시행된 전자서명법에 따라 페이코나 네이버 인증서 등도 도입된다. 아울러 정부는 연내 알뜰폰 유심 개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e-SIM(내장형 유심)을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알뜰폰 허브는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진흥정책을 추진하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를 통해 만든 대국민 알뜰폰 포털 사이트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의 이통 3사 자회사 과점을 막기 위한 점유율 제한을 좀 더 강력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통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은 46.6%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해 알뜰폰 중소 사업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어떤 방식으로도 이통 3사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자회사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부의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조치가 소비자 요금 인하로 돌아갈지, 이통 3사 자회사 등 알뜰폰 사업자의 수익으로 돌아갈지는 모를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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