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들은 주사를 통해서만 인슐린을 투여받을 수 밖에 없다. 인슐린이 단백질이기에 경구(입으로)투약하면 위산(胃酸)에 녹고 소장까지 가려면 점액질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연구진이 점액질의 방해를 뚫고 소장까지 내려가서 당뇨환자에게 인슐린을 투여해 주는 로봇알약을 개발했다. 이는 지난 2019년 MIT와 ‘라니 세라퓨틱스(Rani Therapeutics)’라는 회사가 개발한 로봇 알약에서 한단계 더 진화한 적극적인 로봇 알약 투입 방식이다. MIT는 좁은 통로를 뚫기 위해 바위와 흙을 밀어내는 ‘두더지(Mole)’라고 불리는 터널 굴착 기계 동영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부의 자석을 사용하지 않으며, 알약 내시경과도 또다른 적극적 기계장치를 이용한 로봇 캡슐은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앞서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 성과도 되짚어 봤다.
점액질의 딜레마를 해결하다
점액질은 신체를 위해로부터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잠재적으로 위험한 물질이 위장 계통에 도달하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인슐린을 포함한 특정 약물을 경구(입) 투여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읹체의 점액을 통과해 약물을 전달하는 로봇알약은 당뇨병과 다른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더 쉬운 치료의 열쇠를 쥐고 있을 수 있다.
MIT의 연구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 결국 이들은 ‘로보캡(RoboCap)’이라고 불리는 로봇 알약을 발명했다. 로보캡은 터널을 뚫는 드릴처럼 위장관을 보호하는 점액을 뚫을 수 있다.
연구진은 사이언스 로보틱스지 최신호에 발표된 논문에서 돼지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발명품을 실험했다. 그 결과 돼지들의 몸에서 이 로봇알약을 이용해 인슐린과 IV 항생제를 포함한 약물을 흡수토록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많은 의학적 상태의 치료를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요 연구 참여자인 MIT 코흐 통합 암 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원이자 하버드 대학 펠로우 협회주니어 펠로우인 슈리야 스리니바산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결과는 어떤 약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보캡 작동 방식 두더지 로봇에서 힌트를 얻었다
로보캡은 올바른 위치에 도달하고 점액을 통과할 수 있는 몇 가지 부품을 가지고 있다.
알약 전체가 수소농도(pH)에 반응하는 젤라틴 형태의 물질로 코팅돼 있어 쉽게 삼킬 수 있도록 했고, 소장에 도달했을 때만 활성화된다. 일단 소장에 도달하면 로보캡의 코팅은 녹고, 알약의 회로를 닫고 그 기계적 구성 요소를 작동시킨다.
알약의 한쪽에는 내부 모터에 부착된 추가 있는데, 이것은 모터가 작동하면서 알약이 진동하고 회전하게 만든다.
로보캡은 소장에 줄지어 있는 점액을 뚫기 시작하고, 결국 알약의 반대편에 있는 약물을 가라앉힌다.
이들이 영감을 받았다는 두더지 로봇은 어떤 걸까.
이 로봇 알약은 점액을 효과적으로 뚫기 위해 기본적으로 어뢰 핀(fin)에서 영감을 받은 나선2형 터빈 핀과 나선형 홈과 같은 표면을 가지도록 했다. 이 알약로봇은 또한 점액을 닦아내는 것을 돕기 위해 칫솔이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작은 솔 같은 것으로 코팅돼 있다.
또한 좁은 통로를 뚫기 위해 능동적으로 터널을 굴착하는 로봇인 바위와 흙을 밀어내는 ‘두더지(mole)’라고 불리는 로봇의 온라인 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스리니바산 펠로우는 말했다.
돼지 소장으로 검증...혈류 도달 약물 20~40배 증가
연구원들은 두 가지 다른 약물로 그들의 발명품을 시험했다. 즉, 인슐린과 IV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이었다. 이들은 돼지 소장의 절제된 부분에서 그 방법을 시험했다.
이것은 연구원들에게 점액층 위에 주입한 약물의 양이 다른 쪽으로 얼마나 전달되는지 측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들은 또한 살아있는 돼지를 대상으로 로보캡을 실험했는데, 두 경우 모두 로보캡과 시추 메커니즘이 없는 가짜약이나 컨트롤 약과 비교했다.
스리니바산은 “우리가 그것을 볼 때, 로보캡을 [컨트롤 약]과 비교할 때, 실제로 혈류에 도달하는 약물의 양이 20~40배 늘었다”고 말했다.
잠재적 활용 분야
약물을 전달한 로보캡은 이후 소화기관을 통해 몸 밖으로 스스로 이동한다. 연구원들은 이 알약이 돼지의 GI 시스템을 손상시켰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고, 잦은 점액 생성은 로봇캡슐의 뚫는 활동이 감염 위험이나 신체의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MIT연구진은 입으로(경구)투입 약물과 로보캡으로 방출된 약물 양만을 비교했다. 예를 들어 로보캡과 인슐린 주사를 투여했을 때 혈류로 얼마나 많은 인슐린이 유입되는지는 비교하지 않았다.
이 발명품이 사람들에게 사용되려면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대량 생산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개발을 거쳐야 하는데다 임상시험 과정도 거쳐야 한다. 스리니바산 펠로우는 조심스럽게 이 연구와 기술 모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즉, 로보캡이 몸 밖으로 나온 후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약물 복용이나 그 약이 어떻게 알약에 주입되는지 고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기계적 방법을 적용한 로봇알약을 사용하는 것은 섭취 방법이 표시된 경구 약물전달 방법에 비해 분명히 많은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 접근법이 다양한 약물과 함께 사용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실용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트르담 대학의 화학 및 생체 분자 공학 교수인 매튜 웨버는 “저는 인슐린 가격에 대한 현재 정치적, 사회적 압력 중 일부가 인슐린 가격을 너무 비싸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웨버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링거를 통해 투여받는 항암제 치료용 약물 등 다른 약물에서도 이 접근법이 잠재적으로 유용하다고 본다. 웨버는 경구 약물 전달 가능성에 상관없이 이 아이디어는 혁신적이다”라고 말했다.
MIT의 혁신적인 연구같은 방식이 다른 곳에서도 나와서 ‘소리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당뇨병 환자들이 주사로 제몸을 찌르는 일 없이 더 간단하게 인슐린을 흡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보게 된다. 아래 동영상은 이 알약로봇의 작동모습이다.
기존에 나온 당뇨병 환자용 로봇 알약에서 진일보?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1년에 평균적으로 700~1000번 가량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고 한다. 호르몬 이상으로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 근육에 주사를 맞는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일주일에 3번 가량 정도 인터페론 베타 주사를 맞는다. 이들 환자들에게 주사를 맞거나 자신의 몸에 주사 바늘을 찌르는 행위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지난 2019년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된 ‘라니 세라퓨틱스(Rani Therapeutics)’사도 주사 바늘을 몸에 찌르는 방법 대신 로봇 알약(robotic pill)을 먹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이 회사는 400여개의 의료 특허를 보유중인데 사람을 대상으로 로봇 알약을 테스트하고 있다. 그동안 이 회사는 1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대상으로 1000번 이상 로봇 알약을 테스트 해 왔다.
라니 세라퓨틱스의 로봇 알약은 MIT의 로봇 알약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라니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라니필 캡슐(RaniPill capsule)’은 사람이 꿀꺽 삼키면 목구멍을 통해 내부 장기속으로 들어가 약물을 투입하도록 설계돼 있다. 로봇 알약 안에 들어있는 약물과 사람 몸 안에 있는 화학물질들이 반응해 캡슐을 부풀리게 되고, 이어 알약 안에 있는 바늘이 압력을 받아 내부 장기속으로 약물을 투입한다. 약물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라니 테라퓨틱스는 2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로봇알약을 테스트한 결과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미르 임란 대표는 “로봇 알약을 삼켜 몸 안으로 들여보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알약이 부풀어들고 쪼그라드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통증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로봇 알약 안에 무선 센서를 넣어 약물이 몸에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외부에 전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국내서도 생검 샘플링, 병소 절개하는 로봇 캡슐 내시경 개발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11월 김창세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 교수 연구팀이 알약 몇 개만 삼키면 몸 속에서 병소를 찾아 공격하는 로봇 알약이 개발됐지만 아직 상용화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김창세 교수팀은 몸 안을 돌아다니며 병이 난 부위를 찾아 영상을 찍는 것을 넘어 인체 조직을 잘라내거나 약물을 주입하고 의심 부위를 표시하는 캡슐형 내시경을 개발했다. 이 캡슐내시경은 작동에 필요한 신호와 전기를 받기 위한 선이 없어 삼키기만 하면 병이 난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고, 이와함께 치료하는 별도의 내시경 역할도 한다.
캡슐내시경은 단순히 영상만 촬영하고 저장하는 1세대, 몸 안을 이동하는 2세대, 김 교수팀의 로봇처럼 몸 안을 돌아다니며 촬영과 치료를 함께 하는 3세대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1세대 캡슐내시경은 자체 운동기능 없이 장 연동으로만 내려가면서 소장 내부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2세대는 외부 전자기장에 의해 캡슐내시경이 인체 내부를 원하는 대로 이동하면서 소장을 넘어 위와 대장까지 촬영한다. 3세대는 한발 더 나아가 캡슐내시경 자체가 스스로 치료와 시술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김창세 교수팀의 이 3세대 캡슐내시경은 지름 1㎝, 길이 2㎝에 다양한 모듈로 구성된다. 생검모듈 로봇 알약에는 소형 칼날이 들어가는데 내장 배터리 없이 외부 전자기장에 의해 캡슐 속 자성체가 움직이면서 칼날을 돌려 조직을 깎아내 캡슐 속에 보관한다. 약물주입 모듈은 병이 의심되는 부위에 바로 약물을 전달한다. 소화기관 질환의 경우 약을 먹거나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입하는데, 병에 걸린 부위까지 전달되는 약물은 극소량이어서 치료 효능이 떨어진다. 새로 개발된 캡슐내시경은 병을 발견하면 외부 전자기장에 따라 작동하는 장치가 약 분말을 섞고 가스가 만든 압력이 피스톤을 밀어내 약물을 방출토록 설계됐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은 “3세대 캡슐내시경이라는 개념은 한국이 처음으로 쓰고 있다”며 “캡슐내시경을 포함한 마이크로의료로봇은 한국의 특화 전략 기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생검 로봇캡슐 모듈 관련 연구결과는 2019년 7월 29일자 국제학술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액세스’에, 타투잉 모듈은 7월 16일자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약물전달 모듈에 관한 연구결과는 한국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제어, 자동화 및 시스템 저널’ 9월 23일자에 각각 실렸다.
이처럼 로봇알약은 약물 전달에서 신체 병소를 발견하고, 생검 샘플링에 절개 시술까지 하는 다양하게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알약을 삼겨 몸속을 치료하는 방식이 점점더 다양해지고, 보편화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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