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인들이 크립토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물어보는데, 대부분은 크립토가 너무 막연하고 어렵다고 한다. 내 생각에 사람들이 크립토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테크니컬한 부분들을 공부하려고 하기에 쉽게 흥미를 잃는 것 같다.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더리움의 장단점은 어떻고 솔라나의 원리는 어떤지를 공부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그저 프로토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시를 들자면, 인터넷 시대의 프로콜인 HTTP와 월드와이드 웹은 누구나 사용하지만 아무도 이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인프라는 깔리기만하면되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위에 무엇을 빌드하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립토를 공부하려면 개별 프로토콜들의 백서를 공부하기보다는, 블록체인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상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1. 본질을 이해하기
인터넷의 핵심은 “정보 혁명”이었다. 세상 수많은 정보들을 개인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구글 같은 검색 포털은 물론이며 이커머스, SNS 등 수많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이 탄생했다. 인터넷 시대에 부를 쌓은 사람들은 정보 혁명을 통해 생겨날 수 있는 기회들에 주목하며 성장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다수의 혁명”이다. 태초의 코인인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후 전통 은행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을 때 금융기관들을 거치지 않은 P2P 금융거래를 구현하기 위해 비트코인이 생겨났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탄생하는 수많은 기회들은,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다수의 인원을 해방시켜주는 아이디어들에서 탄생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탄생 배경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2. 문제 해결사들의 해결 방식에 대해 관심 갖기
블록체인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중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세상의 굵직굵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문제 해결사들이 블록체인 기술들을 활용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몇 가지만 예시를 살펴보자.
- 지구에 수십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은행 계좌가 없고 예금/대출 등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 >> Defi 서비스들의 출현
- 페이스북 등 대기업들이 무단으로 수집하는 개인정보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이다 >>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에 대한 논의
- 아티스트들은 갤러리/기획사 등의 플랫폼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자립하기 힘들고, 그들의 음악파일, 사진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도 주장이 불가능하다 >> NFT의 출현
- 대부분의 조직은 소수의 집단이 조직의 향방을 결정한다 >> DAO의 출현
- 가치 있는 비유동적 자산 (특히 무형자산)에 대한 유동성 확보가 제한적이다 >> 토큰의 출현
각 카테고리 내에서도 다양한 문제 해결사들이 있고 저마다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크립토를 효과적으로 공부한다면, 지루한 코인 백서들을 살펴보는 것보다 세상의 문제 해결사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게 훨씬 더 재밌을 것이다. 만약 그들의 해결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을 때 그때 세부적인 내용들을 공부해도 전혀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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