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나날이 큐모가 커지는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애플·구글이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사실 쿠키를 활용한 현 디지털 광고 체제를 폐기하고 자사 중심의 새로운 광고 생태계로 대체하기 위한 속내가 숨어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몇 해 전부터 국내외 애드테크 업체들은 애플·구글의 광고도구에 의존하지 않는 맞춤형 광고 기술 개발해 왔고, 몇몇 앞선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독자적인 광고 기술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츠는 오는 2026년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를 7860억달러(약 9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의 경우 현재를 기준으로 8조5221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구글이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사실 쿠키를 활용한 현 디지털 광고 체제를 폐기하고 자사 중심의 새로운 광고 생태계로 대체하기 위한 속내가 숨어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이미 몇 해 전부터 국내외 애드테크 업체들은 애플·구글의 광고 도구에 의존하지 않는 맞춤형 광고 기술 개발해 왔고, 몇몇 앞선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독자적인 광고 기술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아닌 간접정보다.
맥락 데이터에 AI 머신러닝을 결합한 몰로코
애플·구글의 영향력을 벗어나 독자적인 애드테크를 내세우는 기업 중에는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몰로코(MOLOCO)’를 꼽을 수 있다. ‘머신러닝 컴퍼니(machine learning company)’를 표방하는 몰로코의 창업자는 우리나라 출신의 안익진 대표와 박세혁 대표다.
몰로코의 창업 스토리를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이 존재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머신러닝을 공부하던 중 구글에 입사했다. 유튜브 초기 멤버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유튜브 ‘추천 동영상’ 알고리즘 개발에 관여했다. 이는 성공적인 수익 모델로 오늘날 유튜브를 만드는데 강력한 동력이 됐다.
일찌감치 애플·구글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정책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타깃 광고 시대가 끝날 것을 예측한 두 대표가 주목한 것은 맥락 데이터(Contextual Data)를 활용한 타깃 광고 방식이었다.
맥락 데이터란 이용자가 웹페이지나 앱 상에서 보고 있는 콘텐츠를 비롯해 시간, 위치 정보, 디바이스에 대한 정보를 의미한다.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는 이 정보들은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분석되고 관련성을 추적해 같은 맥락의 집단을 타깃팅하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많은 충성 이용자를 확보한 앱들의 데이터다. 즉 비정형의 독특한 특성을 지닌 희소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잘 활용하면 기존의 개인정보를 통한 방식이 아니어도 정밀도가 높은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로코의 머신러닝 풀이 처리하는 데이터 량은 하루 3000억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몰로코는 이와 같은 애드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제공해 지난해 기업가치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을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도어대시, 스냅챗, 딜리버루, 그랩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GS리테일, 배달의민족, 위메프, 넷마블 등 300개 이상의 쟁쟁한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기술적 배경 덕분이다.
커머스 미디어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는 크리테오
몰로코가 떠오르는 글로벌 애드테크 업계의 다크호스라면, 크리테오는 연간 거래액 1000조원을 상회하는 글로벌 애드테크 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이다. 2005년 프랑스에서 설립한 크리테오는 창업 8년 만인 2013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주목받았다.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크리테오 성장의 배경에는 애플·구글이 조성한 쿠키 기반의 ‘리타깃팅 광고’가 있다.
이용자 데이터인 쿠키 정보 등을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이 기술을 업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것이 크리테오다. 크리테오의 이 기술은 앞서 ‘애드테크 인사이트 1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지털 광고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
크리테오에게 우리나라 시장은 특히 각별하다.
2010년 아시아 첫 지사를 국내에 설립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배너 광고 중심이던 디지털 광고를 리타깃팅 광고로 재편한 것도 크리테오였다. 하지만 애플·구글이 새로운 광고 생태계로 시장 흔들 조짐을 보이자 크리테오 역시 서드 파티 쿠키를 활용한 광고 사업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글로벌 디지털 광고 업계를 주도한 크리테오가 내세운 새로운 전략은 다름 아닌 ‘커머스 미디어’다. 주목할 점은 이 역시 AI 기술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즉 크리테오의 커머스 미디어란 대규모 커머스 데이터와 AI 엔진을 결합한 미디어 플랫폼이 소비자 구매 여정 전반에 걸쳐 판매와 수익 등 성과를 이끌어내는 디지털 광고 방식이다.
관건은 소비자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크리테오는 전세계 25억명의 소비자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의 데이터는 고객이 직접 제공에 동의한 ‘퍼스트 파티 데이터’라는 것도 강점이다. 크리테오는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AI 엔진 개선에 엄청난 인력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약 662명의 임직원이 연간 7만건이 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I 기반 타깃팅, 리워드 전용 모바일 광고로 상장까지 추진
리워드 전용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로 주가를 높인 애드테크 기업 버즈빌 역시 AI 기반 타깃팅과 리워드 기술로 일반 배너 광고 대비 4배 이상의 전환율을 제공한다. 매일 처리하는 사용자 구매 및 행동 패턴 데이터만 2억개에 달한다. 버즈빌은 지난해 자사의 ‘AI 기반 다이내믹 리워드’ 기술과 ‘AI 기반의 부정 사용자 필터링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버즈빌의 AI 기반 광고 서비스 성과를 경험한 대형 커머스 기업이 버즈빌을 손을 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 수는 국내 1만 3000개 이상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버즈빌은 지난해 초 국내 금융업계 최대 광고 플랫폼 핀크럭스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가 하면, 잇따른 대형 커머스 광고 수주를 통해 연간 매출 945억원, 전년 대비 약 3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버즈빌의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율은 33%에 달한다.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버즈빌은 오는 3분기를 목표로 상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애플·구글에 대항해 각자 자신만의 애드테크 기술을 제시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들은 적지 않다. 기술이나 접근법은 저마다 차별성을 갖지만 공통점은 각각 정밀도를 높인 데이터 분석과 활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바탕에 있는 것이 AI 기술이라는 것이다. 향후에도 AI 기술이 주도하는 애드테크의 혁신은 지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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