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이 '빠르다'는 오해

정재용 플래티어 IDT부문 상무에게 애자일 방법론에 대해 물었습니다. 애자일 기획은 총 3편으로, '애자일에 대한 오해', '조직과 생활에서의 애자일 적용', 'OKR로 성과 관리하기'로 진행됩니다.

  • 애자일을 조직에 도입하길 원하는 관리자에게 권합니다.
  • 애자일 업무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조직 리더와 구성원에게 권합니다.
  • 애자일을 위한 마인드셋이 궁금한 리더에게 권합니다.

Q. 애자일(Agile)'의 의미는 '민첩한', '재빠른'입니다. 그렇다면 애자일 방식은 말 그대로 빠르게 일하는 방식인가요?

사실 많은 기업과 조직이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면 구성원이 빨리빨리 일해서 결과도 빨리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첫 번째 오해입니다. 애자일에서 '빠르다'의 의미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일이 걸리는 일이 있다면, 조직이나 개인은 그 일을 하나로 생각하고 30일 동안 할 수 있습니다. 애자일 방식으로 접근하면 다릅니다. 애자일에서 30일 걸리는 일은 하나의 일이 아니라, 하루 혹은 이틀 단위로 나눠진 20개 이상의 작은 일로 나눠야 됩니다. 그렇게 나눠진 20개 이상의 일들의 결과를 각각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30일 뒤의 결과는 동일하더라도요.

Q. 그렇다면 애자일을 도입한다고 빠른 결과를 만든다는 게, 애자일이 대한 오해라는 뜻인가요?

애자일을 도입하면 처음부터 30일 짜리 일리 20일이 줄어 든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주 나중의 일인 것이죠. 좀 더 이야기를 해보죠. 디자이너가 하루 8시간 일을 한다면,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Q. 3시간 정도?

3시간도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언컨대, 사람은 8시간을 집중해서 일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일하면 내가 가진 에너지가 모두 소진해버려서, 퇴근 후에 집에 가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또 일하는 8시간 동안 하는 일을 잘게 쪼개 보면, 실제로도 3시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이상을 집중했다고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일했는가'는 좀 더 다른 문제로 다가옵니다. 집중했다고 해서 효율적으로 일했다고는 볼 수 없으니까요. 애자일은 효율적인 업무를 추구합니다.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일을 잘게 쪼개야 합니다. 그래야 비어있는 시간을 발견할 수 있고, 잘게 쪼갠 각각의 시간에 맞는 작은 일을 하고, 그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루를 봐도 이 정도인데, 이걸 한 달을 두고 생각을 하게 되면, 얼마나 빈 시간이 많은가 알 수 있습니다.

애자일은 개인의 능력보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더 중요해

Q. 팀이 업무를 함께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팀과 개인은 어떻게 다를까요?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에서 A가 B와 함께 4시간 동안 해야 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A가 1시간 일해서 관련 자료를 B에게 주고, B가 2시간 동안 처리한 다음, 그걸 다시 받은 A가 1시간 동안 마무리는 하는 경우입니다. 결국 일은 혼자 하니까요. 이렇게 실질적으로는 혼자 2시간의 작업인 것인데, 4시간으로 생각하는 오류에 빠진 겁니다.

만약 이 일을 쪼갠다면 일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됩니다. A는 1시간짜리 일을 끝내고, 또 다른 1시간짜리 일을 끝내는 것입니다. 애자일 방식은 이렇게 일을 나누면서 시간 역시 짧아지고 1시간 짜리 일의 결과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전체 결과물이 빨리 나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큰 덩어리를 작게 바꾸고, 작은 결과를 볼 수 있는 형태로 달리 접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A는 남은 시간에 새로운 일을 찾거나, 혹은 자기 계발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Q. 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은 할당된 업무에 따라 시간을 배분합니다. 남은 시간이 많아지면 또 다른 일을 맡아 업무가 과중된다는 불안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자일 방식은 개인이 가진 능력보다는 개인이 가진 의욕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합니다. 일을 하고자 의욕과 열정, 그리고 스스로 알아내려고 하는 노력을 높게 평가하죠. 조직은 개인이 그런 의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셀프 오거나이즈(Self-organize)', 즉,  조직원들이 자기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의욕을 키우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은 지원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회사는 거꾸로 생각하는 거죠.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매니징해서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만 합니다.  왜냐면 지금 관리자급에 속하는 이들이 과거에 그렇게 일해왔거든요.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 지금 젊은 세대는 회사를 떠날 생각이나, 시간 때우다가 6시 되면 퇴근 후 집에 가서 다른 걸 해야지 같은 생각을 합니다.

애자일 도입을 막는 장애물들
애자일 도입을 막는 장애물들

Q. 그렇다면 그들의 일할 의욕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요?

강요해서는 절대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지금은 2030대는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진 세대입니다. 이들에게 이전 세대가 자신의 방식을 강요한다면, 2030 세대는 그 조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직은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조직은 생산성을 높이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조직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들이 스스로 의욕을 키우고 일을 찾아가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면 생산성을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됩니다.

Q.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업무는 팀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은 각각의 개개인에 맞추다 보면, 전체가 어긋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혼자 일해서 만들 수 있는 결과치가 100이라고 한다면, 5명이 팀이 경우 500의 효과가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팀은 100보다 못할 수도 있고, 잘하면 500 이상의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이건 팀원들 간의 얼마나 화합이 잘 되느냐, 팀원들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가능한 결과입니다.

누가 팀 리딩을 잘했냐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는 건 옛날 얘기입니다. 애자일에서 관리자, 즉 리더의 역할은 일을 조직원에게 분배하는 게 아닙니다.

리더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는 것 옛날 얘기, 일은 분배하는 게 아니라, 합의하는 것.

Q. 애자일에서의 리더의 역할에 대해 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애자일 방식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와 관련 업무 리스트가 있을 때, 각각의 구성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져가고, 그걸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예측하고 팀에게 알립니다. 자신이 의욕을 낼 수 있는 업무를 스스로 선택해 맡는 것이죠. 일하는 방식과 책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죠.

물론 중복이 될 수 있고, 빈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일이라도 하루 걸리는 사람이 있고, 이틀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분배하는 게 아니라, 합의하는 것입니다. 반강제적으로 일을 할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게 애자일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매니저, 즉 관리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건 기다리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각각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각 한 명씩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그때 그렇게 개인의 의욕과 역량이 더해진 이 팀의 퍼포먼스는 상상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정재용 플래티어 IDT상무
정재용 플래티어 IDT상무

Q.  조직은 성과와 그에 따른 평가가 있습니다. 리더는 그걸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마인드셋이 필요할까요?

일을 하면서 능력을 가진 팀원이 의욕을 가진 팀원을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호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죠. 그리고 관리자는 실패에 대한 마인드셋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완전한 실패는 없습니다. 목표했던 100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0은 아닌 것이죠. 만약 100이 아니면 모두 실패하는 'All or nothing'의 사고를 가진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똑같은 실패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공유'

많은 이들이 성공을 드러내고 실패를 숨깁니다. 그래서 똑같은 실패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공유가 되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야 문화가 형성되고 애자일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애자일 하게 일한다는 것은 이런 마인드가 바꿔져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일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작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애자일은 '빨라진다'가 아닙니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조직이 습득함으로 인해,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빨라지는 것입니다. 그 중간 과정인 역할 변화와 일의 합의, 상호 신뢰와 기다림의 마인드 등  변화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결과물을 자꾸 생각하면 안 됩니다. 리더라면 본인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2편 읽기: 삶을 이끄는 힘, 일상에서 애자일을 시작하는 방법)

[플래티어 소개]

2005년에 설립된 플래티어(대표이사 이상훈)는 이커머스 및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솔루션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전문기업입니다. 이커머스 플랫폼 솔루션을 담당하는 CM 부문과, 디지털 전환 관련 솔루션을 제안하는 IDT 부문이 있습니다. IDT부문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원하는 기업이 필요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며, 애자일/데브옵스 방법론 컨설팅 및 데브옵스/협업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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