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기술패권 다툼으로 미국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테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견제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중국 업체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서서 이목이 집중된다. 애플은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이 자사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3의 위탁생산을 중국 공급업체와 긴밀하게 생산하기로 했다. 보도에는 중국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인 럭스셰어가 아이폰13 시리즈 물량의 3%를 생산키로 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3을 9500만대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중 285만대를 럭스셰어가 생산하게 되는 데, 특히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13 프로' 생산을 럭스셰어가 맡게 된다. 럭스셰어는 대만의 폭스콘 처럼 기존 위탁생산 기업과 달리, 이번에 처음 애플의 공급망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형 제품이 아닌 신제품,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등급 제품 생산을 맡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애플의 협력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애플이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 중국 업체를 주요 생산처로 결속을 맺은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값싼 노동력과 더불어 럭스셰어가 가진 기술력이 그만큼 뛰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 애플이 협력업체에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의 공급망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그 회사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럭스셰어는 이번 애플 공급망 경쟁에서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이라는 기존 협력사들을 제치고 수주했다.
이외에도 애플은 중국의 렌즈테크놀로지와는 새로운 금속 케이스 위탁생산을, 써니옵티컬테크놀로지에게는 아이폰 후면 카메라를 새로 맡기기도 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도 다음 분기부터 아이폰13 시리즈의 OLED 생산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나?
이렇듯 중국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애플은 전세계 자사 매출 중 압도적인 매출을 달성해 주는 중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으로도 볼 수 있다. 애플의 올해 2분기 지역별 매출을 보면 본사를 둔 북미 지역 다음 시장으로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지역 매출이 147억 6000만달러(17조 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특히 올해 중국 시장 내 애플 제품 대수는 2억~2억4000만대로 예상되는 등 애플에게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이기도 하다.
애플이 중국 협력사를 키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사의 경쟁사이면서도 주요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공급 협상력에서 중국 BOE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는 반대로 BOE를 대상으로도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스마트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애플은 연간 2억대 이상의 아이폰과 2000만대의 맥북 등을 생산하며 한국, 중국, 대만 등에 위탁생산 및 부품 공급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과의 신규 계약 및 협력 강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라며, "애플과 새로 협상을 맺거나 추가 생산 계약을 맺은 중국 기업들에게는 기술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및 대만 등 기존 공급사들에게는 효과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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