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정하듯 자동차는 이제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됐다. 애플이 지난 6월 6일 애플 세계 개발자대회(WWDC 2022)에서 발표된 ‘차세대’ 카플레이가 주목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애플은 내년 말 카플레이를 차량에 본격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카플레이 월페이퍼 업그레이드 버전을 찾아냈는데 이 또한 애플의 계획이 착착 준비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한 번쯤 애플과 자동차 산업계가 동상이몽(同床異夢)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애플 지난 6월 카플레이 파트너라고 소개한 14개 자동차 회사들이 반드시 애플 카플레이를 장착할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카플레이 탑재는 자동차 회사들의 수십억달러 규모의 고객 경험기반 SW비즈니스 기회를 애플에 떠 안겨 주는 행위로 해석된다. 게다가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로 자체 전기차 개발을 진행 중인 잠재적 자동차 제조 경쟁자이기도 하다. 자동차 업계가 자동차 SW를 지배하지 못하면, 과거 컴퓨터(PC)제조사인 IBM과 PC용 SW(주로 운영체제)공급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보던 모습이 또다시 벌어지게 될 수도 있다.
과연 애플은 아이폰의 파급력을 내세워 14개 자동차 제조업체(차량)라는 ‘트로이성’에 카플레이라는 ‘트로이목마’를 들일 수 있을까. 양측의 셈법을 살펴봤다.
자동차 SW사업 둘러싼 경쟁… 애플 vs. 자동차 업계
애플은 지난 6월 6일 WWDC 2022에서 자사 자동차 소프트웨어인 카플레이(CarPlay) 차세대 버전을 발표했다.
애플이 아이폰의 인기를 이용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싶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은 이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카플레이는 모든 실내 화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넘겨받아 연료게이지와 단축 다이얼을 운전자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디지털 버전으로 바꾼다. 애플은 이러한 카플레이를 이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차량 판매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
WWDC2022에서 애플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미국 신차의 98%에 카플레이가 장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 자동차 구매자의 79%는 카플레이를 지원할 때만 자동차를 사려 한다는 통계까지 내놓으면서 카플레이 신기능을 발표하는 동안 “이것은 새로운 자동차를 살 때 꼭 필요한 기능이다”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볼 때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첫 번째 가능성은 애플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다.
자동차업계가 애플 카플레이를 제공하고 잠재적인 매출과 주요 산업 전환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자동차 업계로선 허용하기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에도 애플은 몇몇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협력을 얻었다고 했다.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가 SW가 자동차의 핵심 시스템에 액세스할 수 있으려면 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상당한 수준의 구매(buy-in)를 해 줘야 한다.) 골드만삭스 분석가 로드 홀은 지난 6월 발표된 애플의 차세대 카플레이에 대해 “우리는 이것이 결국 애플이 자동차 센서 플랫폼을 활용하는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썼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SW 시장은 새로운 황금어장이다. 오는 2030년까지 매년 9%씩 성장해 전체 자동차 산업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 이들은 자동차 SW소프트웨어가 2030년까지 500억 달러의 매출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연 애플에게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까.
두 번째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가 많은 돈을 들여 애플 카플레이를 대신할 인포테인먼트 SW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카플레이 없이도 신차를 구매할 고객층을 충족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 제조업체는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자가 운전 기능을 얻고, 차량 소유자에게 가솔린에서 전기 및 배터리로 이동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추가 서비스와 기능을 판매하게 된다.
자동차 업계가 카플레이 대신 자체 SW 개발을 고민하게 만들 만한 이유는 테슬라와 GM에서 찾을 수 있다.
CNBC에 따르면 애플의 WWDC 2022 발표 시 슬라이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GM은 이미 차량 가입자 서비스로 연간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2030년에는 연간 2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테슬라는 최근 자동 주차 및 차선 유지 기능을 포함한 완전 자율주행 기능인 ‘FSD’(Full Self Drive) 운전자 지원 기능을 한 달에 199달러나 하는 가입자서비스(구독) 판매로 전환했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도 운전자들이 수리를 받거나, 다른 주인과 연결하거나, 심지어 빌린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앱과 깊이 통합된 전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애플, 카플레이를 새로운 캐시카우로 전력 매진
슈베르트 애플 카플레이 매니저는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포함한 14개의 자동차 메이커 브랜드를 슬라이드에 올리면서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이 새로운 버전의 카플레이를 고객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어서 흥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플레이의 새로운 버전은 애플에게 새로운 거대 캐시카우(매출 창출원)가 될 수 있다.
첫째, 사용자가 아이폰의 카플레이 인터페이스를 좋아한다면 안드로이드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적다. 이는 하드웨어 판매를 통해 매출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애플에게는 전략적 우선 순위가 된다.
둘째, 이 회사는 아직 자동차 회사나 공급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격국은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차량용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애플은 이미 앱 스토어에서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만약 앱스토어가 자동차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를 강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앱스토어에서 총 700억~8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6월 상거래(commerce)를 자동차의 조종석에 통합하는 특징들을 탐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당시 발표된 새로운 기능 중 하나는 카플레이 사용자들이 주유기로 이동해 주유한 후 자동차의 대시보드에서 연료비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카플레이는 또한 애플이 사람들이 어떻게 자동차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데이터(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만약 그것이 수년 동안 극비리에 개발되어 온 자체 자동차(애플카)를 출시하게 된다면 그것은 귀중한 정보다. (애플의 자동차 그룹과 카플레이 팀은 별개의 부서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애플 지도(Maps)를 사용할 때, 그 회사는 어떤 경로가 가장 인기 있고 언제 트래픽이 가장 많은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 또한 어떤 카플레이 앱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들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의 발전은 애플이 잠재적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시장인 연간 수조 시간을 해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올초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할 일 없는 차 안에서 인간의 한 시간이 무슨 가치가 있겠나? 누구한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그러나(이것은 우리의 견해일 뿐이지만) 1조 2000억시간의 모든 것이 매우 큰 숫자다”라고 쓰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연간 수조원 매출의 자동차 SW산업의 문외한?
하지만 이 같은 애플의 큰 그림은 희망사항일 뿐일 수도 있다.
업계 관측통들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수용하고 애플의 제품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카플레이 보급을 확산시키려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카플레이를 사용하겠다고 하고 대규모로 이를 구매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애플은 일단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자동차업체들이 과연 애플 카플레이 주도의 자동차 SW비즈 확산을 보고만 있는 걸까.
콘래드 레이슨 오토 포캐스트 솔루션즈의 수석 분석가는 “자동차 회사들은 그들이 여전히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산업에서 정말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그들은 바퀴 위에 SW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그걸 모르고 있을까.
애플은 지난 6월 혼다, 닛산, 르노와 같은 거물급 타자들이 새로운 카플레이를 지원하게 된 것에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슬라이드에 등장한 14개 브랜드는 2021년에 1,7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납품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은 애플이 제안한 것만큼 흥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CNBC는 그들 중 새로운 카플레이를 지원할 모델을 발표한 회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애매모호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애플의 슬라이드에 등장한 랜드로버의 대변인은 카플레이가 어떻게 자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일부분’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애플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랜드로버와 재규어의 대변인은 “향후 제품 제공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들의 카플레이 참여에 대해 애플과의 “토론(한 것)들”이라고 표현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우리는 내부적으로 잠재적으로 관련된 모든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확실하게 채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일반론을 얘기하며 넘어간 것이다.
애플과 자동차 업체들 동상이몽일 수도
물론 애플이 발표한 카플레이에 대해 자동차업체들이 확실한 탑재 실행 약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차량 출시 시기 및 제품 주기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애플은 자동차가 "내년 말"에 발표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차가운 반응은 또한 새로운 카플레이가 애플과 자동차 관계의 큰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카플레이는 자동차의 실시간 시스템이 그 정보를 사용자의 아이폰으로 다시 전달하도록 요구할 것이고, 아이폰은 분석되고 애플의 자체 SW에 통합되고 자동차의 화면에 표시될 것이다. 애플의 인터페이스에는 차량 제어 장치도 포함될 것이다. 애플의 홍보 비디오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애플이 디자인한 터치 스크린 버튼을 눌러 에어컨의 볼륨을 높일 수 있다.
진 먼스터 루프 펀드 설립자는 투자 연구노트에 “이러한 루트 기능에 대한 통제력을 얻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이는 자동차 메이커의 손에서 애플로 차내 경험을 효과적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자동차 업계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업체들이 과연 애플에게 차량경험을 넘겨줄까?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내 경험에 대한 통제를 포기할지는 자동차 산업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만약 차량 내부의 컴퓨터와 스크린이 주로 애플의 인터페이스를 보여주게 된다면, 자동차 회사들은 고객들에게 그러한 서비스를 판매할 능력이 줄어들 게 뻔하다. 또한 온라인 서비스 및 앱을 가지고 고객과의 관계를 정의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테슬라와 리비안처럼 디지털을 잘 알고 이를 중시하는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사용자들의 항의에 대해 애플 카플레이 적용을 삼가고 있다. 전략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애플 팀쿡 CEO가 7월초 리비안 트럭을 탔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팀 쿡은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라디오프리모바일의 분석가인 리처드 윈저는 자동차 업계의 편에서 말한다.
그는 “이 게임(자동차 SW 탑재)의 목적은 자동차 회사를 위한 것이 돼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들어올 때 내가 파이에 손을 댈 수 있도록 식탁 어딘가에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사용자의 스마트폰은 그가 차에 탈 때 그의 주머니에 남아 있어야 한다.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등을 켜는 순간 이 자동차 회사는 정말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과연 애플은 아이폰 파워를 기반으로 한 트로이목마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그래서 신성장 동력을 추가하게 될까. 그동안 자동차 업계는 순순히 카플레이를 도입하는 선택을 할까, 아니면 자체적인 인포테인먼트 SW를 만들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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