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S 정책은 '독점적 적폐'…美서 공정 경쟁 촉진

애플이 미국에서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규제 정책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사의 AS(유지보수)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술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반독점 위반 행위를 규제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애플은 사설 수리업체에서 자사 제품의 수리를 막아왔습니다. 자사의 제품 수리를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리비를 챙겨왔고, 여기에 더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해 (한국) 소비자의 원성을 사왔습니다. 이러한 애플의 AS 정책이 이번 미국 정부의 반독점 의지를 통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1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산업 전반에 걸쳐 대기업의 독점적 영향력을 줄이고 경쟁을 촉진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다.

여기에는 휴대폰 제조사가 고객이 자가 수리하거나 제조사의 공식 AS 센터가 아닌 사설 수리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규제하도록 주문하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사실상 이러한 AS 행태를 유지해왔던 기업은 애플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애플을 겨냥한 조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애플의 AS 정책은 한 마디로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애플이지만, 판매된 모든 스마트폰의 수리에 있어서는 애플 공식 지정업체에서만 수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독점적'인 AS 정책을 유지해 왔죠. 표면상의 이유는 '소비자 보안 위험을 막는다'는 입장입니다.

(사진=PxHere)

AS 독점을 통한 악명 높은 애플의 계산법

소비자의 보안 위협을 원천 봉쇄한다는 것에는 찬성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신비주의와 폐쇄정책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기도 했었죠. 다만 제품의 AS 정책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문제는 애플만의 값비싼 계산법에 근거한 '바가지 씌우기식' AS 정책이죠.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스마트폰 액정이 금이 가거나 깨졌다면, 액정만 교체비와 수리 공임만 내고 교체하면 되는 상식적인 AS가 아이폰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제품이 신품이었어도, 중고폰이나 다름 없는 리퍼폰(반품이나 고장제품 회수 후 수리한 제품)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폰 자체를 교체하기 때문에 부품(액정)만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 수리가 될 것도, 그 보다 몇 배가 높은 비용이 청구되는 식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배터리 등 일부 부품에 대해서는 이러한 정책이 다소 완화됐다고는 하지만...큰 감동은 없습니다.

만약 소비자가 사설 AS센터를 통해 액정을 수리했다면, 애플은 해당 기기에 대한 보증기간을 무효화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가까운' 소비자 불이익을 줍니다. 물론 사설 수리점에 부품을 제공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독점에서 비롯되는 횡포죠. 

하지만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애플은 이러한 기존의 관행을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소비자들 또한 아이폰에 대해서 정상적인 방식으로 AS를 받을 수도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죠.

(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소비자가 알아서 수리할 권리를 줘야"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또한 애플의 악명 높은 AS 정책에 대해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강한 비판을 한 바 있습니다. 애플의 AS 정책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소비자들에게 강한 비난을 받아 왔습니다. 

워즈니악은 “애플이 개인용PC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수리를 직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애플의 창업 아이템은 개인용PC 였는데, 그 탄생이 가능했던 이유가 (소비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개방적 환경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애플이 이용자들에게 알아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줘야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지니악(왼쪽)과 스티브 잡스 (사진=플리커)

애플의 AS 정책은 이러한 폐쇄적인 정책을 통해 소비자에 대한 힘과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사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아이폰의 터무니 없는 AS에 대해서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에 서명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0년간 대기업들에 더 많은 권력을 쥐게 하는 실험을 해왔지만 실패했다"면서 "독점 기업들의 폭력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용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행정명령 이후 애플의 AS 정책이 변경될 경우, 국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 역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 애플이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제품 판매량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만 AS 정책을 선택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말이죠. 악명 높은 AS 정책을 원하는 소비자는 없기 때문에 애플이 선택적 AS 정책 변경을 할 근거는 없겠죠?

오랜 기간 아이폰만 써왔던 20대 초반의 한 소비자는 "AS 정책에 불만이 있어도 아이폰 외에 다른 스마트폰으로 바꿀 생각은 없지만, 불합리한 AS 정책이 바뀐다면 아이폰에 대한 애정도가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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