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페이스북, 인터넷의 미래를 결정할 전쟁

인터넷은 무료이면서도 유료다.

뉴스 기사는 물론, 수많은 정보를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열람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광고를 맞닥뜨린다.

여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광고를 삭제하는 대가로 유료 결제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는 인터넷도 비즈니스의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용자는 어떻게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는가?"

지불 방식에 따라 인터넷 기업의 비즈니스는 극과 극이 된다.

데이터 보호 강화라는 이유로 촉발된 팀 쿡과 저커버그의 인터넷 패러다임 전쟁이 시작됐다.

iOS 14.5 업데이트는 팀 쿡의 선제공격이었다.

 

전쟁의 씨앗

매년 7월 미국 휴양지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는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가 열린다.

1983년부터 열린 이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IT 및 미디어 등 거물 300여명만 초대받는다.

일명 선밸리 모임이다.

2019년 애플의 팀 쿡과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역시 선밸리에서 만났다.

특이점이라면, 당시 저커버크는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인해 곤혹을 치르는 중이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은 알렉산더 코건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팀이 게임 앱을 이용해 확보한 페이스북 이용자 약 5000만명 데이터를 동의 없이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에 넘긴 사건이다.

페이스북은 오픈그래프라는 이름으로, 사용자와 그 친구 관계 혹은 팔로잉 유저의 정보 접근권을 외부 서비스 기업, 써드 파티 앱에 제공한다.

이 스캔들 이후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관리 및 책임에 대한 문제로 미 당국과 여론으로부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페이스북을 시작한 사람도 저이고, 운영한 사람도 저이므로,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It was my mistake, and I’m sorry. I started Facebook, I run it, and I’m responsible for what happens here.)", 

마크 저커버그, 당시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 관리 미흡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팀 쿡에게 사용자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물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팀 쿡은 페이스북의 정책과의 정반대의 답변을 했다. 페이스북 서비스 외부에서 수집한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는 것.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온라인 광고 사업자로 하여금 활용할 수 있도록 추적 데이터를 제공한다.

추적 데이터는 광고주로 하여금 사용자들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정교한 소비자 공략이 가능해진다.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를 상회한다.

그런데 팀 쿡은 이러한 정보 수집을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팀 쿡은 MSNBC 인터뷰에서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겪는 페이스북에 대해 "잘 만들어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저커버그는 그의 충고를 무시했다.

 

(출처: fb)
(출처: fb)

 

앱 추적 투명성(ATT), 애플의 선전포고

선밸리 모임 이후, 2년 만에 팀 쿡과 저커버그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이번 iOS 14.5 업데이트의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은 페이스북에 대한 애플의 선전포고였다.

ATT 기능은 앱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의 위치, 연락처, 광고식별자(IDFA) 정보에 접근하려면 먼저 승인을 받도록 한다.

애플은 새로운 개인 정보 보호 기능에 대해 "우리는 사용자들이 자신들에 대해 수집되고 있는 데이터와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하나의 기기에 정보를 추적하는 앱은 평균 6개이며, 만약 ATT 기능이 생길 경우, 최대 80%의 사용자가 앱 추적 거부할 것으로 예측된다.

페이스북의 경우, 오픈그래프를 통해 사용자 정보에 접근하고, 이 데이터를 광고 사업자는 사용자 타깃팅을 거쳐 맞춤형 광고를 집행했다. 

그러나 iOS 14.5 업데이트 이후, 모든 iOS 앱은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써드파티 앱에 제공된다.

사용자가 추적을 거부한다면, 광고주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이러한 애플의 ATT는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비즈니스를 정면으로 가로막는다.

정보 추적을 거부하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맞춤형 광고의 정확도가 낮아지고, 페이스북의 사업성 역시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애플의 앱 추적 차단에 대한 이슈가 돌자, 저커버그는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저커버그는 "조사 결과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이 적용될 경우, 소상공인들이 광고로 버는 매출이 6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소상공인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가운데서도, 맞춤형 타깃 광고는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공고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소비자광고심리학회에 따르면, 타깃 검색 광고를 유지하겠다는 소상공인이 81%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에도 그나마 효과가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TT로 인해 그동안 소규모 사업자들도 활용할 수 있었던 맞춤형 광고를 못하게 되니, 이로 인한 수익 하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페이스북의 주장이다.

그리고 앱 추적이 막히더라도 사용자는 자신과 관계 없는 광고을 다량으로 접하게 될 것이며, 애플 역시 사용자로 하여금 앱 내 결제로 유도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은 비판했다.

결국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이라는 것이다.

 

팀 쿡 vs 저커버그, 미래 인터넷 패러다임을 결정할 전쟁

개인정보와 앱 추적을 둘러싼 문제는 두 CEO 사이에서도 날 선 대립을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해 페이스북 실적 보고에서 저커버그는 "(애플을) 정점 가장 큰 경쟁자로 보려고 한다"고 했으며, 이에 대해 팀 쿡은 "페이스북은 (우리 경쟁자) 명단에 올라와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팀 쿡과 저커버그의 대립은 데이터와 그로 인한 인터넷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플은 디바이스 중심 기업으로, "개인 정보 데이터는 인권"이며, 안전한 인터넷 사용을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정당한 교환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인터넷은 무료로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으며, 무료 사용을 위해 기업이 데이터를 얻고 비용을 지불하는 시나리오를 내세운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메타버스의 등장 등 더 이상 인터넷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고 더욱 동일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애플과 페이스북의 전쟁 결과에 따라 향후 인터넷 패러다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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