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계에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는 앤틀러코리아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의 두 번째 배치(Batch)를 통해 탄생한 신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배치2 데모데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이번 데모데이는 올 1월 진행된 배치1 데모데이에 이은 2기 팀이 성과를 보이는 자리로 일찌감치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2018년 설립된 앤틀러는 스포티파이, 메킨지, 골드만삭스 등에서 모인 창업자, 기업가, 투자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글로벌 벤처캐피탈(VC)다. 창업 후 6년이 지난 현재 앤틀러는 한국을 포함한 26개 도시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84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직접 만들고 투자했으며, 포트폴리오 밸류는 4.8조 원에 달한다. 한편 글로벌 자본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앤틀러는 지난해 기준 세계최고의 액셀러레이터(AC)로 불리는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와 플러그앤플레이(Plug&Play) 등을 제치고 엔젤·시드 투자를 가장 많이 한 VC 1위에 올랐다.
이와 같은 앤틀러의 프로그램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앤틀러코리아는 지난해 7월 1기 배치프로그램을 통해 900여명의 지원자 중 80여 명의 예비창업자들을 선발해 총 32개 팀을 꾸렸고, 6개월 간의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코파운더 매칭과 아이디어 발굴 및 초기 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16개 창업팀에 총 27억원의 프리 시드(pre-seed)를 투자했다.
이번 배치2에서 선보인 팀들은 앤틀러코리아가 지난 배치1에서 확인된 프로그램 성과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뾰족하게 갈고 다듬은 노력이 엿보였다. 앤틀러코리아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이번 배치2 팀들 역시 예비창업자 선발부터 팀 구성,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돕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우수한 팀들에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은 앤틀러코리아 대표 파트너로 합류한 장재희 파트너가 강지호·정사은 파트너와 함께 등장해 데모데이의 시작을 알리며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봤던 배치1 당시의 생각과 파트너로 합류하게 된 후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어 강지호 파트너는 이번 배치2와 관련해 16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77명의 파운더와 함께 5주간의 팀빌딩을 거쳐 21개의 팀을 만든 과정, 그리고 다시 5주의 초기 검증을 거쳐 최종 8개 팀을 대상으로 한 프리시드 투자 완료까지 마무리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게 투자가 확정된 팀들은 이후 3개월 간 제품개발과 시장 검증을 거쳤고, 지난달 2일 비공개 데모데이를 거쳤다. 그리고 이날 드디어 수많은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섰다.
상업 촬영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한 번에 해결하는 플랫폼 선보여
앤틀러코리아 배치2 데모데이의 첫 무대를 장식한 것은 전문 모델 서치 및 섭외 플랫폼을 선보인 스포트라이트 팀이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상업촬영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전문 모델의 불공정 계약 관행과 대금 체납, 협의된 것과 다른 불편한 촬영 경험 등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코파운더이자 글로벌 전문 패션 모델인 벤자민 호리와 함께 무대에 오른 최한나 스포트라이트 대표는 “전문 모델이 직면하는 문제들 외에도 모델을 섭외하는 주체인 개인 패션·뷰티 브랜드, 대기업, 프로덕션 역시 원하는 조건의 모델을 찾는데 엄청난 수고가 들어간다”며 멋진 화보 촬영, 런웨이 무대 뒤의 문제점과 함께 스포트라이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많은 중간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이 이뤄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클라이언트와 모델 모두에게 피해를 끼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간에 수익을 떼는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클라이언트는 막대한 모델료를 지불하면서도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모델 역시 클라이언트가 지불한 모델료의 4분의1도 안되는 금액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 계약 없이 진행되는 관행으로 인한 노쇼(No Show) 문제 들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 대표는 “스포트라이트는 바로 이와 같은 상업 촬영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보인 플랫폼”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단 몇번의 클릭으로 내가 원하는 촬영 일자, 시간, 예산,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바로 서치하고 섭외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혁신적으로 신간과 비용이 단축되는 거죠. 저희는 이런 편의성을 제공하며 클라이언트와 모델에게 아주 합리적인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그 결과 런칭 3개월을 맞은 스포트라이트는 이미 글로벌 전문 모델 460명 이상의 풀을 확보했고, 시장검증 기간인 4개월간 5700만원이 넘는 거래액을 달성했다.
옷장에서부터 식품 제조, 상품 구매에서 발견한 데이터의 가치
이날 데모데이에서는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팀들이 적지 않았다. 배치1에서 선발돼 이번 데모데이에 더욱 고도화된 옷장 기반 패션 라이프사이클 관리 앱을 소개한 ‘열다’를 비롯해 원재료 데이터 기반 식품 개발 플랫폼을 선보인 ‘링크디앤에스’, 오프라인 상품단위 구매 데이터 기반 타겟 마케팅을 선보인 ‘팀리미티드’, 상세페이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환율을 극대화하는 AI 솔루션을 서비스하는 ‘피카디’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임찬솔 대표와 백창욱 코파운더가 함께한 열다는 배치1기에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피보팅까지 감행하며 열다 서비스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올해 3월부터 앱 개발에 앞서 MVP 서비스로만 월 평균 성장률 90% 이상을 기록, 누적 매출 3000만원 이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열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옷장을 정리해 주는 것을 시작으로 이를 통해 얻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패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옷장을 정리하며 처치곤란한 옷들을 중고로 판매하는 것부터, 고객의 패션 취향을 디지털화해 그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스타일리스트 추천으로 제공한다. 또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외 홈케어, 패션 커머스 시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열다의 전략이다.
이어 김하욱 대표, 이익성 CTO와 함께 무대에 오른 링크의 코파운더, 백수현 COO는 “링크는 식품 제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백 COO에 따르면 디지털 시대가 무색하게 식품 제조 시장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식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료의 선정과 수급, 식품 개발, 생산의 각 분문에서 아직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백 COO는 “오프라인 방식으로 원료를 선정하는 과정만 약 100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수많은 원료 정보와 개수에 비해 이를 커버하는 정보망이 없고, 일일이 원료 공급사에 전화나 문자를 넣어 확인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최적의 레시피가 나올 때까지 연구원들이 소요하는 개발과 시행착오의 시간은 무려 4300시간에 달한다는 것이 링크가 주목한 페인포인트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보인 링크는 파편화된 원재료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자동화하고, 배합에 필요한 화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단시간에 최적의 레시피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링크는 초기 시장 검증 과정에서 9개월이 소요되는 식품 개발 과정을 한달 반으로 줄이는 성능을 보였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링크 팀은 이미 리드 고객사 50곳을 확보하고, 지난달 4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편 리미티드 팀의 경우 실구매 고객의 영수증 데이터를 분석해 그 인사이트를 브랜드사에 제공하고 고객 대상 초개인화된 커머스를 운영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코파운더인 김효린 CPO, 이우택 COO와 함께 무대에 선 배수혁 리미티드 대표는 “많은 유통사와 신용카드, 멤버십 등이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내역을 판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고비용, 천차만별의 데이터 정확도, 고객 접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리미티드는 커머스의 모습으로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브랜드를 위한 타겟 마케팅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리미티드가 적용한 방식은 편의점과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구매 영수증을 플랫폼에 업로드하게 하는 것이다. 대신 고객에게는 리미티드가 확보한 상품을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리워드를 제공한다. 그렇게 구매 영수증을 통한 고객 데이터가 쌓이면 초개인화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오프라인 실구매 데이터는 각 브랜드사에게 상당한 가치의 타겟 마케팅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배 대표는 “서비스 검증 한달이 된 시점에 전용 회원 만명을 넘어서고 이들이 업로드한 영수증은 2만장을 넘어가고 있다”며 성과를 언급했다.
“초기 MVP임에도 대형 식품 기업들이 등이 저희와 타겟 마케팅 계약을 맺었습니다. 모 고객사의 경우는 자사 신제품의 경쟁사 고객 및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타겟 마케팅을 원했고, 샘플 타겟 마케팅의 결과 20%가 넘는 전환율과 1000%~2500%가 넘는 로아스를 확보했습니다. 그 외에도 3개월 이내 요거트를 구매한 2030여성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죠. 이 과정에서 저희는 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브랜드가 제품을 26%~52% 할인된 최저가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게 했고, 소비자들은 영수증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기존에 구매했던 상품의 유사 제품, 혹은 연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기반 전환율을 극대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피카디 정원모 대표의 발표 역시 관심을 끌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상세페이지의 행동 데이터다. 코파운더인 김규영 COO, 김일식 CTO와 함께 무대에 오른 정 대표는 “현재 마케팅의 대부분 리소스는 고객을 유입 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고객 100명이 유입되면 각 단계에서 98명이 이탈하고 단 2명만이 구매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품 상세페이지에 주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상품의 상세 페이지는 개별 소비자들이 구매를 위한 정보를 확인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판매자는 소비자가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담은 방대한 상세 페이지를 만들죠. 개별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따라 서로 다른 패턴으로 상세 페이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저희는 구글 애널리틱스 등을 통해 수집된 나이, 성별, 지역, 재방문 여부 등의 코스트 데이터, 각 마케팅 커널 단계에서 이탈 및 전환되는 데이터에 피카디 애널리틱스로 이 상세 페이지 행동 데이터를 더해 타겟 소비자를 구매로 이끈 콘텐츠를 파악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전환율을 올려드리고 있습니다.”
이어 정 대표는 “상세 페이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지 2주만에 세션 데이터 35만건 획득, 트래킹 데이터는 1억건 이상을 획득했다”며 피카디 솔루션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피카디 서비스가 정말 전환율과 유입률이 높은지 확인하기 위해 4일간 552건의 케이스를 분석했고 그 결과 전환율은 19.8%, 유입률은 35.5% 상승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향후 저희 서비스는 카페24, 고도몰, 아임웹 등 자사몰 플랫폼에 제공해 200만계 이상의 B2C 브랜드들이 손쉽게 설치해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