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틀러코리아 배치2 데모데이 현장②] 기존 산업에서 기회를 만드는 스타트업들… “레드오션이라고요? 해결할 문제가 차고 넘칩니다”

레드오션으로 치부됐던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스타트업 팀들 돋보여
공고한 산업 구조 틈새에 존재하는 페인포인트에 주목, 디지털라이징, 네트워킹으로 개선
카페, 글로벌 농업, 자동차 사고 수리, 제조업 등에서 시도되는 스타트업 팀의 도전
(왼쪽부터) 김기환 위페어 대표, 박창준 로버스 대표, 이태후 니어라운드 대표, 홍일호 팩토스퀘어 대표

스타트업계에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는 앤틀러코리아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의 두 번째 배치(Batch)를 통해 탄생한 신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데모데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이번 데모데이는 올 1월 진행된 배치1 데모데이에 이은 2기 팀이 성과를 보이는 자리로 일찌감치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주목할 부분은 그간 레드오션으로 평가받아온 산업 분야의 페인포인트를 찾아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가능성을 제시한 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배치2 데모데이에 참여한 스타트업 중 우선 ‘니어라운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것은 서비스 플랫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시스템이 주도하는 카페 시장에서 소규모 개인 카페를 규합, 네트워크 시스템을 적용해 규모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글로벌 농업 시장에서 로열티, 콘텐츠, 재배와 같은 각 밸류체인의 지식재산권(IP) 거래하겠다고 나선 ‘로버스’ 역시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농업 시장의 다양한 IP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시도는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며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이미 완벽하게 프로세스가 구축돼 있는 것으로 인식됐던 자동차 사고수리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는 페인포인트를 예리하게 공략하는 ‘위페어’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팩토스퀘어’가 제시한 소량 생산을 위한 B2B 제조 솔루션 역시 그간 제조 브랜드사, 스타트업 등이 난감해 하던 시제품 생산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입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뭉치면 산다’, 개인 카페 네트워크 플랫폼 선보인 니어라운드

이태후 니어라운드 대표는 개인 카페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규모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테크42)

한국 시장에서 카페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도심은 물론 교외 지역에도 카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유형을 보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코파운더인 이훤 COO와 함께 무대에 나선 이태후 니어라운드 대표 역시 “국내 카페 수는 10만개를 넘고 있고 그 중 개인 카페는 무려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매장 당 평균 매출은 프랜차이즈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카페의 경쟁력은 프랜차이즈 매장과 1대 1로 비교하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이유는 프랜차이즈가 보유한 풍부한 자료,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개인 카페에 네트워크를 적용한다면 어떨까요? 공동의 브랜딩, 마케팅, 모바일 모바일 이용권 판매, 원부자재 가격 협상력 확보, 공동의 편의 시스템까지 네트워크를 통해 모두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니어라운드 이태후 대표와 이훤 COO. (사진=앤틀러코리아)

니어라운드의 이러한 계획은 인구 1인당 카페수 1위인 제주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미 제주도 전체 개인 카페의 5%를 네트워크로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개인 카페 네트워크를 구축함과 동시에 온라인 선판매가 가능한 모바일 이용권 판매 플랫폼으로 프랜차이즈에 못지 않은 유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니어라운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호텔 플랫폼 수준의 상세하고 구조화된 카페 정보 검색 기능이다. 개인 카페의 경쟁력, 즉 차별화된 공간과 메뉴를 검색 가능하게 하고 이를 프랜차이즈 카페와 같이 상품화 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은 니어라운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일주일 전 오픈한 앱 서비스를 통해 일평균 120%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크로스보더 농업 IP 개발과 거래에 도전하다

로버스 박창준 대표와 송하린 COO. (사진=앤틀러코리아)

로버스는 스마트팜 기업 ‘N.THING’ 출신의 박창준 대표와 코파운더 송하린 COO가 만나 앤틀러코리아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북미와 동남아지역 사업 개발을 담당했던 박 대표와 중동을 비롯해 국내 사업 개발을 맡았던 송 COO가 주목한 것은 농업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콘텐츠, 즉 창작물의 지적재산권(IP)다. 박 대표는 “농업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즐겁게 해주는 기초 산업”이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하며 로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농업에서 콘텐츠란 모든 식음료,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창작물을 뜻합니다. 타 산업을 거쳐 만들어 지는 이러한 콘텐츠는 지식재산권으로 보호 받고 거래되죠. 투입재를 공급하고 종자를 증식하는 업스트림 단계를 거치면 다시 생산과 가공의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거래 및 운송 ,가공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다운스트림 단계에 이르게 되죠. 각각이 품종과 농업 기술, 상표권과 관련된 밸류체인이자 IP입니다. 그리고 이는 로버스가 소유하고 거래하는 상품이죠. 저희는 각 밸류체인에서 IP 로열티를 확보하고 이를 수요자에게 연결해 상품에서 로열티 매출을 확보하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창준 로버스 대표는 농업계의 디즈니가 되는 목표를 언급하며 발표를 마쳤다. (사진=테크42)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하에 로버스는 이미 이스라엘 기업으로부터 의료용 대마 품종 IP의 아시아 지역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태국 농장에 재배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로버스에게 이와 같은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박 대표는 로버스의 비전을 “농업계의 디즈니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말로 대신했다.

난감한 자동차 사고 처리, 더 깜깜한 수리 한 번에 해결

김기환 위페어 대표는 자동차 사고와 수리에서 느끼는 소비자들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하는 자사의 서비스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일상 생활에서 가장 난감한 순간 중 하나는 아마 자동차 사고가 아닐까? 물론 이를 대비한 보험이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고에 직면한 순간에서야 비로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처리 방법을 문의하곤 한다. 때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들이닥친 일명 ‘렉카차’가 하라는 대로 해버리고 적잖이 청구된 수리비에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날 발표에 나선 ‘위페어’ 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파운더인 홍대현 COO를 비롯해 정유준 CRO 등과 함께 발표에 나선 김기환 위페어 대표는 “자동차 사고 수리는 연간 10조원이 오가는 거대 시장이지만, 정보 부족으로 가격 이외의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다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 사고 수리 시 가격이 가장 저렴한 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험회사가 안내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그렇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낮은 가격은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하고 전체적인 서비스가 저품질화되는 ‘레몬마켓’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재의 자동차 사고 수리 시장의 상황입니다.”

위페어 김기환 대표, 홍대현 COO, 정유준 CRO. (사진=앤틀러코리아)

위페어는 이렇듯 고질적인 자동차 사고 수리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단순 사고 수리 중개 플랫폼이 아닌 컨시어지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사고가 난 이후부터 차주의 모든 불편함을 해결하는 이 서비스는 위페어가 직접 선별한 실력이 있는 수리 업체 풀에서 시작한다. 모든 수리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 역시 차별점이다. 이 모든 것은 그간 불만족스러웠던 보험 수리 서비스와 동일한 수가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위페어는 사고처리까지 포함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

“사고 수리 역시 어렵고 복잡하지만, 사고 처리는 여전히 혼자서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죠. 그래서 저희 위페어는 사고 처리 또한 관리해 드리는 위페어 프리미엄으로 서비스를 확장했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 초동 조치부터 접수 현장 대응, 사고 처리 과정에서 과실 분쟁까지, 보험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피해자의 편에서 최대한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부분을 저희가 도와드리는 거죠. 이러한 프리미엄 서비스는 연 5만5000원에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제조 브랜드의 제품 개발 페인포인트, 소량 생산 B2B 제조 솔루션으로 해결한다

팩토스퀘어 안성현 COO, 홍일호 대표, 박진희 CPO. (사진=앤틀러코리아)

화장품을 비롯한 브래드 제품개발 시 시제품 제작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제품을 만드는 최소 수량은 어느 정도 일까? 대부분의 공장들이 5000개에서 1만개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비용만 족히 수천만원이 필요한 분량이다. 이제껏 공장들은 하나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품에 필요한 개별 요소를 빨리, 소량으로 만들 수 있는 각각의 공장을 소싱해 네트워크화 한다면 어떨까? 이날 발표에 나선 팩토스퀘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이와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코파운더인 박진희 CPO, 안성현 COO와 함께 무대에 선 홍일호 팩토스퀘어 대표는 “화장품의 경우 이제까지 제품을 생산할 때 하나의 공장에서 용기부터 원료 배합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한 새로운 접근법을 소개했다.

“저희는 먼저 모든 공정을 분리했습니다. 용기 생산과 용기 인쇄, 원료 배함 등 각 공정별 전문 공자을 소싱해 네트워크화했죠. 현재 저희 팩토스퀘어와 함께하는 파트너 공장은 60곳 이상을 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들과 함께 공장의 설비 규격, 생산 수량, 리드 타임 데이터를 활용해 촤적의 생산 라인을 새롭게 세팅했죠. 그 결과 기존 최소 5000개였던 생산 수량을 팩토스퀘어 앱을 통해 1000개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

홍일호 팩토스퀘어 대표는 그간 대량 생산 시스템이었던 공장을 소싱해 각 분야에 전문 파트너 공장으로 재편하고, 네트워크화를 통해 기존 8주 가량 소요되던 생산기간 단축은 물론 비용과 수량을 획기적으로 낮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놀라운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팩토스퀘어의 공장 네트워크화를 통해 기존 8주 가량 소요되던 생산 기간 역시 3주로 줄일 수 있었다. 적정 수량만을 생산하며 가격을 낮춘 것은 물론 시간까지 줄인 팩토스퀘어의 성과에 주목하는 것은 비단 기업만이 아니다.

“저희는 법인 설립 한달 만에 500개 이상의 브랜드 고객을 확보했고, 서비스 출시 두 달만에 60건 이상의 생산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소량 생산이 절실한 수만은 중소 브랜드사는 물론 PB상품을 출시하고자 하는 인플루언서 등이 모두 고객이죠.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0개의 제품을 3주만에 생산하는 곳은 팩토스퀘어 뿐이 없다고 자신합니다.”

이러한 성과는 당장의 매출로 돌아오고 있다. 단 두 달 동안 팩토스퀘어가 올린 거래액은 총 4700만원에 달한다. 마케팅 데이터에 따른 올해 말 거래 예상치는 6.2억원, 내년에는 422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홍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의 연간 화장품 생산량은 약 3억6000만개 정도입니다. 이중 소량생산 니즈가 있는 20%를 확보하면 팩토스퀘어는 화장품 분야에서만 총 2700억의 거래액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정과 시장 규모가 유사한 다른 소비재 브랜드로 확장 시 매출 기준 소량 생산 소비재 시장은 3.8조원에 달합니다.”

[앤틀러코리아 배치2 데모데이 현장] -1편- 바로가기>>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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