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비트’ 또는 ‘큐비트(Qbit)’로 알려진 기하급수적 연산 요소를 사용하는 양자 컴퓨터는 이미 슈퍼 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능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떠한 기존 컴퓨터도 풀 수 없는 문제의 답을 찾게 해 줄 꿈의 컴퓨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신 양자 컴퓨터는 기껏해야(?) 수십 큐비트(양자비트)를 갖고 있음에도 연구실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한 메인프레임급 크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실제 활용을 위해 이를 최대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지난 4월 호주-독일 합작기업 퀀텀 브릴리언스가 PC 크기의 양자 컴퓨터를, 그리고 지난 달에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연구진이 크고 거추장스런 양자컴퓨터의 크기를 서버랙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엔비디아의 GPU 기반 컴퓨터가 들어가는 자율주행차들도 장차 이 엄청난 연산능력을 가지면서도 PC만큼 작아진 양자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양자컴퓨터가 언젠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양자컴퓨터가 뭐길래…왜 그리 크게 만들어졌지?
양자컴퓨터는 기존컴퓨터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의 컴퓨터는 트랜지스터를 켜거나 꺼서 데이터를 ‘1’ 또는 ‘0’으로 표시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양자 물리학의 초현실적인 특성 때문에 ‘1’과 ‘0’이 동시에 중첩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양자 비트(Qubit)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각 큐비트가 두 가지 계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동시 연산 경우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준다.
2개의 큐비트가 양자 역학적으로 연결되거나 얽힌 경우 2의 2승인 4개의 계산을, 3개의 큐비트로는 2의 3승인 8개의 계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300 큐비트 양자 컴퓨터는 2의 300승, 즉 눈에 보이는 우주에 있는 원자보다 더 많은 계산을 순식간에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을 가진 양자 컴퓨터에도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 장치를 제어하기 위해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물론 아주 낮은 온도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날 양자컴퓨터가 일반적으로 메인프레임 같은 크고 무거운 캐비닛 형태로 제공되도록 만들었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지금까지 클라우드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어렵거나 다루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호주-독일 양자컴퓨터 조인트벤처의 서버 모듈 크기 양자컴퓨터
이에 따라 최신 양자컴퓨터 발전 추세는 양자컴퓨터 크기를 축소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독일 합작 스타트업인 퀀텀 브릴리언스(Quantum Brillance)는 지난 4월 서버랙에 들어가는 모듈 크기인 다이아몬드 기반 상온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마커스 도허티 퀀텀 브릴리언스 양자 물리학자이자 최고 과학 책임자는 지난 4월 “퀀텀 브릴리언스가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합성 다이아몬드를 기반으로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자신들의 양자컴퓨터가 “데스크톱 컴퓨터(PC) 또는 19인치 랙 크기”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이어 2026년까지는 그래픽 카드 크기로 축소된 작고 강력한 양자 컴퓨터인 ‘퀀텀 가속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양자컴퓨터를 50 큐비트 이상으로 키워 인공위성, 자율주행차에 탑재하는 것을 상상하고 있다.
퀀텀브릴리언스의 기술은 다이아몬드의 결함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 결함으로 결정 내에 있어야 할 탄소원자가 사라지게 된다. 이들이 이른바 ‘질소 공간 센터(nitrogen-vacancy centers)’인데 큐비트 역할을 하며, 다이아몬드는 이들을 열에 의한 장애와 자석 불순물로부터 보호해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해 준다.
도허티는 “다이아몬드 양자 컴퓨팅은 2001년부터 존재해 왔다. 퀀텀 브릴리언스는 지난 2015년 몇 개의 큐비트를 넘어서는 확장에 장애물을 만났지만 이제 이 장벽을 극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퀀텀브릴리언스는 올해 안에 호주 퍼스의 포시 슈퍼컴 센터에 최초의 양자 가속기를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지난 5월 24일 이 센터에 통합됐다. 호주 포시 슈퍼컴퓨팅센터는 퀀텀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양자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도허티는 “우리는 14개 큐비트 양자컴퓨터 데스크톱에서 동일한 작업의 최신 CPU 프로세서슈퍼컴을 능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2019년 54개의 큐비트를 가진 자사의 시카모어 양자 컴퓨터가 불과 200초 만에 당시 세계 최고 연산력을 가진 ‘서밋’ 슈퍼컴퓨터가 1만년 동안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산능력을 수행함으로써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적 이점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를 뛰어 넘으려면 50개 이상의 큐비트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퀀텀브릴리언스는 이 양자컴퓨터 활용 분야중 하나로 이른바 ‘대량 병렬 양자 컴퓨팅’을 꼽고 있는데 이는 많은 양자 가속기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작동하는 것이다. (HPC의 병렬컴퓨팅과 마찬가지다.)
도허티는 “예를 들어, 새로운 약물을 발견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분자 역학 시뮬레이션에서 사용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 컴퓨터는 슈퍼 컴퓨터의 랙에 있는 개별 서버를 능가할 수 있다. 이는 놀라운 속도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많은 양자 컴퓨터를 합치면 복잡한 화학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각 양자 컴퓨터는 많은 분자가 포함된 복잡한 화학 시스템 내에서 하나의 분자를 시뮬레이션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다른 양자컴퓨터 응용분야에는 모바일 양자 가속기가 포함돼 있다. 이는 이 회사가 말하는 이른바 ‘엣지 양자 컴퓨팅’에 적용된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도 양자컴퓨터 소형화 성공
퀀텀 브릴리언스에 이어 지난달 중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연구진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IDC)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9인치 서버용 랙 2개 공간에 들어가는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장치는 퀀텀 브릴리언스보다는 좀 크다. 두 개의 서버 랙 안에 서로 겹쳐 쌓아올려진 일련의 알루미늄 모듈에 내장돼 있다.
연구진은 이 소형 양자컴퓨터가 최근 전세계적 주목을 얻는 고효율 전기차 배터리 설계나 암호해독 작업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스부르크대 과학자와 동료들은 각각 1.7m³ 크기의 원룸 샤워기만한 크기의 상자 한 쌍에 들어가는 24 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 각각 표준 벽걸이형 전기 소켓이 필요하며, 랙당 소비 전력이 3.7kW 미만이다.
토마스 몬츠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수석 물리학자는 “연구 관점에서 보면 기초 물리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인스부르크대와 오스트리아 과학 아카데미의 전신인 알파인 양자 테크놀로지스(Alpine Quantum Technologies)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그는 “일반 환경에서 일반적 사용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공학에 관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양자컴퓨팅 장치는 전기장 안에 갇힌 양전하를 띤 칼슘 이온을 큐비트로 사용한다. 레이저 펄스는 이온을 조작하고 양자얽힘으로 알려진 양자현상이 큐비트를 서로 연결시킨다.
몬츠는 “실험실 내 양자 컴퓨터 부품은 대개 수평으로 펼쳐져 있어서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그는 연구원들이 양자 컴퓨터를 소형으로 축소하는 데 있어 19인치 서버 랙에 무엇이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공급 업체들과 논의한 부분도 상당부분 포함됐다고 말한다.
몬츠는 “예를 들어 알파인 양자 기술의 이온 트랩은 같은 급 양자컴퓨터가 차지하는 공간의 극히 일부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는 연구실에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진동, 자기장 변동 및 기타 장애로부터 큐비트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테스트 결과) 자신들의 이 기계가 적어도 유사한 실험 규모를 설정했을 때와 동등한 성능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이 장치는 양자 컴퓨터에서 생성된 가장 큰 최대 얽힘 상태(largest maximally entangled state)를 생성할 수 있었다.
몬츠는 “이 장치는 작지만 다방면에서 융통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컴퓨터의 잠재적 응용 분야로는 리튬 배터리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결국 신약을 찾게 해주는 양자 화학 실험은 물론 표준 암호화 해독 기술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몬츠는 “이 새로운 양자 컴퓨터는 곧 구글의 크리크(Cirq), IBM의 퀴스켓(Qisket), 케임브리지 퀀텀컴퓨팅의 티켓(tket), 그리고 재너두(Xanadu)의 페니레인(Penny Lane) 같은 많은 양자 컴퓨팅 언어를 사용해 온라인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몬츠는 자신들은 양자 컴퓨터를 훨씬 더 작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왜 양자컴퓨터를 더 큰 데스크톱 PC 레벨, 또는 그 둘 사이의 크기로 줄일 수 없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실제로 이 기기는 특히 낮은 전력 소비로 덕분에 모바일기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몬츠와 그의 동료들도 내년에 이 양자컴퓨터 용량을 50큐비트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몬츠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양자 프로세서는 큐비트 수가 너무 작다”면서 “우리는 성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면서 수백, 수천 개의 큐비트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설치 공간이 충분히 작으면서도 이를 수행할 수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는 새로운 양자 컴퓨터를 기존의 서버 팜과 통합하는 것이다. 장치를 더 많은 큐비트까지 확장하면 한마을에 필요로 하는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기존의 고성능 컴퓨팅(HPC) 사이트를 능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당신은 또한 우리의 양자 컴퓨터를 HPC에 대한 친환경 대안으로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몬츠와 그의 동료들은 6월 17일자 온라인 저널 PRX퀀텀에서 자신들이 발견한 것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같은 양자컴퓨터 소형화 노력이 진전돼 모바일기기에 들어갈 정도로 소형화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을 추진하면서 국가 차원의 양자연구를 시작했다. 오는 2023년까지 약 435억 원을 투입해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초전도 ▲이온 트랩 ▲다이아몬드 점 결합 ▲실리콘 반도체 ▲토폴로지 방식으로 나뉜다. 현재 가장 앞서 나가는 양자컴퓨팅기술은 구글과 IBM 등이 사용하는 초전도 큐비트다. 우리나라에서는 KIST가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스핀 큐비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온 트랩 방식은 빛과 잘 상호작용하는 장점이 있다. 레이저를 쏘아 이온의 들뜬 상태와 바닥 상태 에너지 차를 이용한 트랩을 생성해 이온을 가두는 과정에서 초고진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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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라는 새롭고 기존보다 빠른 컴퓨터가 지금의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만큼 더욱 발전하였다는 것이 놀랍고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가 되면 많은 사람이 쉽게 컴퓨터를 사용하고 그에 따라 빠른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빨리 상용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